언젠지 어디선지 모르지만 들은 얘기인데요.
당시 이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뭐 아는 형이라 그랬던가 그랬어요.
암튼 그 형이라는 사람이..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대요.
검도인가 유도인가를 했는데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답니다.
몸이 좀 약했던 모양인데요, 어쨌든 취미로 시작을 했는데 그 성격이 어딘가에 한번 빠지면 정말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고등학교 때 시작해서 특기생으로 대학에 가게 되었답니다.
그 형네 집은 부모님께서 두분 다 일을 나가시는데 아버님이 저녁쯤 출근을 하셔서 새벽 두시에나 퇴근하시는 직업을
가지셨대요. 어머님은 낮에 일을 하시고 저녁에 퇴근 후 주무시다가 아버님 퇴근하시면 일어나서 늦은 식사를 준비하시는..
뭐 그런 패턴이라더군요.
아무튼 특기생으로 대학에 가게 된 그 형은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답니다.
평소에도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하루종일 연습을 했지만 대회를 앞두고 있던 당시엔 밤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집으로
오곤 했습니다. 대회가 가까워 올수록 연습 강도는 심해지고 시간은 점점 늘어났죠.
그렇게 며칠을 밤 늦게까지 연습하다보니 몸에 무리가 오는것도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하루는 너무 피곤해서 밤 열시쯤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요. 아버님은 출근을 하신 상태고 어머님은 주무시고 계셨답니다.
대충 씻고 자리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든 형은 갑자기 답답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 보니 침대 밑으로 떨어져 있었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방문 쪽을 보니까 방문이 약간 열려 있고 거실의 불빛이 거기로 새어 들어와 얇게 방바닥을
비추고 있었대요. 거실에선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는데 부모님의 대화 소리였답니다.
뭐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그런식의 대화였대요.
아무튼 아버님이 막 퇴근하셨나보다 하는 생각에 시간이 두시쯤 되었으리라 생각하고 다시 침대로 몸을 옮기려는데
몸이 움직이지가 않더랍니다.
가위를 눌렸나보다 하는 생각에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침대 위를 올려다 보는데
자기 자신이 누워 있더래요. 아니, 누워 있는게 아니라 그.. 군대에서 머리 박는 식인데 거꾸로..
그러니까 배를 위로 들어 올리고 뒷통수를 침대 바닥에 댄 채로요.
깜짝 놀란 형은 이게 가위가 아니고 유체이탈이란 거구나.. 란 생각을 했답니다.
당황하던 형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거실쪽을 쳐다 봤대요.
어떻게든 도움을 청해보려는 속셈이었겠죠.
거실에선 부모님의 대화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불빛은 여전히 방바닥을 가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때.
방바닥 멀리서 무언가 시커먼 봉지 같은게 불쑥 올라오더래요.
몇 초후 다시. 조금씩. 그리고 가까이.
마치 땅속에 계단이 있는 듯, 귀신의 형체가 점점 올라오더랍니다.
처음엔 머리, 이마, 눈, 얼굴, 어깨.... 점점 위로, 그리고 앞으로 올라와서 급기야 자신의 눈 앞까지 오더래요.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무능력한 자신과 자신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귀신을 보니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답니다.
귀신은 그렇게 형을 한참을 내려다 보더니 서서히 뒤를 돌더랍니다.
그리고 다시 땅속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죠.
한발짝 한발짝을 내려가는 뒷모습에 약간의 한숨을 쉴 수 있더래요.
근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귀신의 몸이 반쯤 내려갔다고 느끼는 순간 기하학적인 동작으로 팔을 획 돌려서 형의 팔을 잡고는 그대로
땅 속으로 끌고 들어가더랍니다.
발버둥을 쳐도 쳐지지 않는 그 상황에 귀신은 팔을 꽉 잡고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대요.
끝내 귀신에게 끌려 땅속으로 들어온 형은 마치 물 속에 들어온 것 퍼럼 자신의 방을 봤대요.
침대 밑 바닥이 보이고, 책상 서랍의 바닥..
번뜩 정신이 들고 몸을 움직일 수가 있더랍니다.
순간 몸을 비틀고 팔을 뿌리쳐 귀신의 손을 벗어나 허우적대니 계단인지 사다리 같은데 밟히더래요.
허겁지겁 다시 방바닥을 향해 올라가는 형을 귀신 역시 서서히, 근데 빠르게 암튼 이상한 느낌으로 막 쫓아왔대요.
귀신에게 잡히려는 찰나 방바닥으로 튀어올랐답니다.
마치 뭐 얇은 종잇장마냥 흔들흔들 하며 공중으로 튀어 오르더니 침대위에 거꾸로 머리를 박고 있는 자신의 몸으로
겹쳐서 들어갔대요. 그리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 환상에서 깨어나 거실로 뛰어갔답니다.
땀에 범벅이 된 아들을 보며 부모님이 걱정하며 대화를 나누시는데 자신이 처음에 들었던 그 대화를 하시더랍니다.
유체 이탈이란 거 이런걸까요?
가위란 건 경험해 보신 분이 상대적으로 많고 또 저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알지만..
유체이탈이란 건 기막히면서도 무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