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담력훈련

aguile 작성일 11.09.02 09: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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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약 12년 전ㅋ)..

성당에서 조용한 시골 마을로 수련회를 갔습니다.

2박 3일 일정 중 마지막 밤엔 이젠 사람이 살지 않는 폐촌 입구부터 산 중턱 공동묘지 코스까지

담력훈련을 했었어요.

대학교 선생님들이 유치하게 처녀귀신,드라큘라 복장을 하고 길 중간 중간 배치되어

올라가는 애들을 놀래키는 식이었죠.

당시 귀신에 대해 아무런 감각도 없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조숙했던 저는 담력체험이라는 것 자체가

유치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죠.

어쨌든 담력체험은 시작되었고, 남자애 하나에 여자애 하나 2인 1조로 출발했습니다.

우리조 차례를 기다리는 중간 중간 산 중턱에선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낄낄대는 아이들 틈에서 피식 비웃기만 하던 제 순서가 왔고,

저와 한 학년 위 누나가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출발지인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어둑어둑한 폐가들이 파란 달빛에 비춰지며

을씨년스럽게 바람에 삐걱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금 들어서는데 폐가 사이 저편 골목길 끝에서 거뭇한 그림자가 보이더니

천천히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땐 저도 정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잔뜩 긴장하고 온 몸의 감각을 그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누나도 그랬겠지요.

한발 한발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걸어나가는 우리완 달리 그 쪽에선 성큼성큼 걸어오더군요.

어두운 폐가의 달그림자에 가려 있던 그 형상이 달빛에 나와 대충이라도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을때

갑자기 왼편에 있던 담벼락 뒤에서 "워!!!!!!"하는 괴성과 함께..

 

 

우리 앞에 출발했던 전 조 형과 누나가 튀어나왔습니다.

우릴 놀래켜 주려고 준비하고 있던거죠.

온 신경을 전방에 쏟고 있던 우리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죠.

하지만 뭔가 두 명이 네 명이 됐단 느낌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자빠진 우리를 보며 깔깔대는 그 두명에서 그 형상이 걸어오던 외길 골목길을 바라본

우리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었죠.

그 두사람이 담벼락에서 튀어나오기 전 달빛에 비친 그 찰나의 모습은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대체 그 폐촌에서 혼자 왜 어두운 길을 걷고 계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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