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운전면허학원을 다녔다.
처음에는 혼자 다녀서 심심했지만, 면허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끼리 친해져서 지금은 면허시험이 끝난 후에도 종종 모임을 갖곤 한다.
어느 날, 여섯 명이서 불꽃축제가 열리는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내 차에 (나를 포함한) 셋.
다른 한 명의 차에 셋.
둘 다 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있었다.
버스보다 오히려 더 오래 걸렸던 것 같다.
해변에 도착해서 모두들 불꽃축제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 보고 있는데, 갑자기 격렬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 같아서 다들 차를 세워둔 터널 근처로 가기로 했다.
터널로 향하는데, 차 앞에 누군가 서있는 거 같았다.
우리처럼 비를 피하러 온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터널 근처에 와선 차라리 해변에서 비를 맞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앞에 얼굴이 심하게 뭉개지고 한쪽 팔이 덜렁덜렁 거리는 아이가 서있었다.
아이는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은 그저 비를 피하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본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이 굳어진 채로 그저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친구해줘……."
소녀의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난 사람들에게 어서 돌아가자고 했다.
어떻게 운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며칠 뒤.
모임이 (나 때문에) 이상하게 끝나서 사람들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한명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
저번에 운전했던 사람이었다.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 저 편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되돌아왔다.
"며, 며칠 전에 우리 아들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아들이 차에 아이가 뛰어 들었다고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하고……."
며칠 전, 해변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고 한다.
급히 병원에 실려 갔지만, 안타깝게도 응급실에서 사망.
내 머릿속에선 터널에 봤던 아이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친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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