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이제 끝났다"
이사를 드디어 끝마쳤다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모두간 후 나는 포장박스를 풀어서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컴퓨터자리, 식탁은 부엌자리에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띵동
'누구지?'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나다! "
우리대학 같은 과 선배였다
선배가 오자 나는 굉장히 반가웠다
마침 그날은 13일의 금요일이자 무덥디 무더운 여름이었다
선배가 오자 일단 먹을게 필요했던 나는 냉장고에서 아껴두었던
삼겹살과 소주2병을 꺼내서 아직 풀지 않은 포장박스 위에 올려놓고
만담을 나누며 먹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8시가 되었고
13일의 금요일이라고 선배가 공포비디오를 빌려왔는데 우리 집에는
비디오플레이어가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tv를 시청하기로 했다
엄청난 타이밍 이였을까? 마침tv를 켜자마자 귀신영화가 방송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 라기엔 자꾸 귀신만 나왔고 너무나도 세부적인 묘사에
나는 조금씩 무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선배와 둘이서 와들와들 떨면서 영화를 보는 도중에 갑자기 선배가
배가 아프다면서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 무서워, 야 나랑 같이 있어주면 안되냐?"
"아니, 대변보는데 옆에서 같이 있는게 어딨어요
무슨 공중화장실 가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 화장실 가는데"
"젠장, 괜히 공포분위기 조성했다간 혼날 줄 알아라"
선배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혼자서 귀신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내 머리 속을 스치고 간 것을 난 느낄 수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졌고 소름이 돋았다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뛰쳐나왔다
이삿짐 정리가 반도 안된 집 대문을 박치고 그냥 *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집 대문을 열고 나온 것도, 이삿짐을 정리 안 한 것도
그리고 지금 달리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계속 눈물이 났다
무서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많은 사람들을 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시내 한복판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밤이라서 컴컴했다 밝은 곳이 필요했다
백화점, 내 눈에 비친 백화점
나는 바로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화점 의류코너에서 난 주저앉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나를 쳐다봤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방금 이사를 끝낸 집..
케이블 시청도 연결도 안 했는데 대체 tv는 어떻게 나온 건가
그리고 내가 이사한 집주소를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dc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