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1살때...군대가기전에 잠깐 독서실총무라는걸 해봤죠. 뭐 일이야 이보다더 지루한 알바는 없을
정도로 앉아있다가 집에 가는거였는데...
한 한달쯤 되갈무렵, 그날도 여느때처럼 새벽 2시에 불 다끄고 자리정리하고 나갈려던참에,
다시 카운터에 가방가지러 잠깐 왔는데 컴퓨터 회면을 보니 딱 한자리 (젤 구석진곳에) 에 점등이 들어와있는겁니다.
얼레...누가 불 안끄고 나갓나...분명히 다 확인했는데...
다시 자리를 가봤는데 역시나 아무인기척도없더군요...
그런데....확인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끼이이이익~!끼익~덜컹' 하는 소리와함께 의자가 뒤로 끌리는 소리랄까?
뭔가 환청으로 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뒤로 의자를 끌면서 뺄때 나는 소리? 게다가 책상을 볼펜으로 탁탁'
치는소리가 연속으로 들리는겁니다. 뭐지...하고 다시 그자리를 보는순간..
정말 처음으로 심장마비로 사람이 죽는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껌껌한곳에 더 껌껌한 윤곽이 보이는 사람형체가 빠르게 휙 지나간겁니다. 지금 독서실 전체 불 다 꺼놓고
나혼자밖에 없는 상황인데 ...
역시 다시 카운터로 와보니( 그 독서실이 일반독서실보다 규모가 좀 큽니다.) 아까 껏던불이 다시 들어와있더군요.
이제 정말 환장하죠. 이걸 냅두고가자니 담날 실장한테 정리안하고갓냐고 욕먹겟고...다시 들어갈 용기는 안나고..
결국 너무 겁이많았던지라 그냥 허겁지겁 불 다끄고 왔는데.
담날 실장님 하시는말이...어제 120번에서 너가 공부했냐... 에? 뭔소리이신지... 그자린 스탠드안들어와서 몇달쨰
좌석 비워둔건데 왜 의자랑 커텐이 어질러져있냐고...볼펜은 또 누구꺼냐고...
제 꼼꼼한 성격상 분명 전좌석 커텐은 전부 바깥쪽으로 정리해뒀거든요... 문까지 내가 잠그고갔으니 분명 누가 들어왔을
리도 없고...
저만 바보된거같아 좌석조회를해보니 정말 3달간 입석기록이 하나도없더군요.
바로 1달하고 그만뒀습니다. 이런경험을 하고나니 밤늦게 내가 혼자 마감하고 가는알바는 잘 못하겠더라구요...
더구나 이 독서실은 정말 혼자 정리하고갈때의 느낌은 아직도 오싹오싹합니다.
이밖에도 혼자 어떤방 의자랑 커텐 정리하고있는데 반대편 방( 독서실은 모든방이 연결되있죠..) 에서 달가닥 하는소리가
난다거나...(이기분 안느껴보신분은 모릅니다. 새벽2시에 아무소리도없고 정막한 상태에서 옆방에 달가닥 소리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들을떄 소리와는 차원이 틀리죠... 환청일수가없으니까요...) 심지어는 두칸건너방에 불이 갑자기 확 켜진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곳에서 용하게 1달이나 참고했었던 저도 참 대견합니다...대체 거기엔 뭐가 있었던걸까요..
지금 쓰면서도 그때 경험들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