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수능이 3주 남은 고3 수험생입니다..
고3이 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잡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원래 쓸데 없는 공상하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오늘도 학교가 일찍 끝나고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데 불쑥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세상은 인과율에 의해 지배된다. 원인 없는 결과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일이 일어났을
때 소위 미스테리, 영적 현상, 초능력, 미지의 생명체, 신의 영접 등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일체의 행동도 무의식적으로 인과율에 의해 세상이 지배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우리가 알 수 없는 원인이라도 그 원인은 존재하는 것이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전지전능하다는 신(야훼) 조차 인과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항상 자신을 믿게 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 모든 신이 인간에게 어떤 일체의 행동(교화하고 가르치고 사랑하고 벌주고 하는
등)은 항상 인과율에 의해서 인간에게 전달되고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만약 전지전능하다는 신이 인과율에 구애 받지 않는다면 굳이 자신의 아들을 희생해서 까지 인간을 구원할 필요가 없었을 것
이다.
인간을 '그냥' 구원하면 되니까.
또 인간은 '그냥' 구원되면 되니까.
그것은 신이 인간을 사랑해서 자유의지를 주웠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고 해도 이 주장이 신이 인과율에서 자유롭다는 주장
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항상 신자들은 인간 한명 한명에 대해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 '계획'이라는 것 자체가 인과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전지전능한 하니님 조차도 인과율에 의해 지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신도 인과율에 의해 지배된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이 논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이어 질 수 있다.
"세상이 창조되기 전 태초에는 유일무이하게 오직 하나님이 계셨다고 했는데, 그 신은 어떻게 해서 존재해?"
이런 물음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신 또한 인과율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논리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 세상의 창조에 원인이 되었고 하나님은 그냥 원래 존재했다는 식의 주장은 이 논리와 완벽히 모순
된다.
인과율은 '원래'라는 단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세상은 신에 의해서 창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존재 원인을 신에게 완전히 떠맡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신의 존재는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신을 존재하게 하는 원인이다.
그래서 신이라는 단어를 배제하고 모든 현상을 오직 인과율에 의해서만 판단한다면
세상의 창조원인의 상위에 있는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시점을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점이란 존재할 수 없다.
왜냐면 인과율에 의해서 모든 원인이라는 현상은 그 보다 상위의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원인 없는 결과는 존재할 수 없고 그 결과는 그러므로 다시 원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과율에 지배되는 이 세상은 결국 인과율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여기서 생물 1 항상성 유지 단원에서 배운 'feedback'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feedback.. 가장 나중의 결과는 가장 처음의 원인에 영향을 준다.
이 아이디어를 살려 보면
-> 가장 나중의 결과가 가장 처음의 원인의 원인이 된다.
이게 무슨 뜻일까?
그렇다! 이 세상은 원인>결과>원인>결과>원인>결과.. 식의 직선형 인과율이 아니라
가장 나중의 결과가 결국 가장 처음의 원인이 되는 순환형 인과율에 의해서 지배되는 것이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이런식의 논리에서
'시간은 순환한다' 라는 결과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머나먼 미래 이 우주가 멸망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멸망이라는 결과가 이 태초의 우주가 창조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
다.
모든 원인과 결과는 엄밀하게 따져서 1:1 대응 관계에 있다.
전혀 관련이 없는 원인이 완전히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이 말은 이 우주의 종말이라는 원인이 만들 수 있는 결과는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까 언급했듯이 순환형 인과율에 의하면
가장 나중의 결과는 가장 처음의 원인의 원인이 되므로 이 세상을 지배하는 순환형 인과율을 채우는 염주알과 같은 원인, 결
과 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다. (결국 동일한 원인에 의해서 동일한 결과들만이 반복 플레이 되고 이 결과는 다시 동일한
원인이 된다.)
즉 시간은 과거 > 현재 > 미래 >>>> 과거 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는 지극히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만든다.
세상은 정해진 영상 시간을 가지고 쓰여진 필름대로 무한히 재생되고 있는 영화나 마찬가지다.
영상시간(순환 주기)이 만약 1조년이라면 앞으로 1조년후 미래는 곧 '현재'가 되는 것이다.
그 주기가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 이 세상을 거시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시작과 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작이 곧 끝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런 순환의 흐름의 매우 짧은 시간을 살다 가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시간은 지극히 곧게 보이는 것은 당
연할 것이다.
현대,,,
신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하면서 자유의지대로 세상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고 자랑껏 떠벌리지만
결국 우리는 인과율이 라는 필름에 찍힌 사진의 연속으로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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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가 점심을 먹으면서 빠져있던 공상입니다..
얘기가 좀 장황하기도 하지만 좀 흥미로운 것 같지 않나요? ㅎㅎ
항상 공상을 하고나면 안까먹게 적는 버릇이 있어서 여기다 급히 끄적이고 갑니다 ;;
이제 식곤증도 가셨으니 독서실에 쳐박혀서 공부나 해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