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무서운 경험담은 아닙니다.
저는 고향이 지방이고, 서울에 취직해서 어느 원룸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소주 딱 한병먹고 집으로 들어와서,
잘 씻고, TV 잘보고, 게임 좀 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새벽 3시에 목이 말라서 물마시러 일어났다가
자리에 다시 누웠습니다.
(시간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대리운전 스팸문자가 와서 핸드폰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망할놈의 대리운전... 그 새벽에 스팸문자를 보내다니...)
다시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엎치락 뒷치락 하는 중이었습니다.
양쪽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잠을 청하려는 찰나에,
(제가 보통 잠드는 자세입니다.)
갑자기, 옆에서 어느 여자분이 제 이름을 부르는 겁니다.
그것도 엄청 부드러운 목소리였죠.
그때부터였습니다. 갑자기 제 몸이 온통 뻣뻣해졌습니다.
그리고는, 머리 위에 있는 저의 팔을 꽉 조이기 시작하는겁니다.
동그랗게 만들어서 꽉 조이는 느낌이었죠.
그리고는 제가 계속 돌아누울려하니까,
무서운 목소리로 "돌아보지마 돌아보지마"하는 겁니다.
그때부터 기이한 광경이 시작되었습니다.
제 잠자리 맞은 편엔 행거가 걸려있습니다.
일명 왕X행거인데, 거기에 걸려 있는 옷 수십벌이 폭포수 처럼 떨어지는 겁니다.
그것도 끊임없이 말이죠. 마치 인공폭포를 보는 기분이었달까요.
(물 떨어지면, 그 물을 끌어 올려서 다시 떨어뜨리는 인공폭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TV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였고,
TV 위에 있던 디지털시계 (숫자로 표시되는 시계)의 숫자가
빠르게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뒤에서 기분나쁘게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사실, 다른 분들의 가위처럼 귀신이 보인다던가 하는게 아니라서,
크게 무섭지도 않았습니다만, 기분은 무척이나 나쁘더군요.
그래서 우선 소리를 지를려고 계속 노력했습니다.
한 몇십분 노력한걸로 느껴질정도 긴 시간이 흐르자,
목소리가 나오더군요.
그렇게되자,
그 여자분, 웃음소리가 뚝 그치고 그때부터 "돌아보지마, 돌아보지마"만 연발하더군요.
저도 이제 오기도 생기고 용기도 생겨서, 굳은 팔을 풀려고 막 애를 썼습니다.
또 한참을 낑낑댔을까요.
팔이 조금씩 움직여지며, 기어이는 말려있던 팔을 풀어냈습니다.
이제 몸을 돌려 누우려니, 키이익 하는 요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리고는 굳었던 몸이 스르륵 풀렸습니다.
아- 저의 방은 무척이나 좁아서, 벽을 대고 매트를 깔아놓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돌아보면, 벽을 보는 셈이지요. 벽에서 소리가 들렸던거더라구요.
벽을 한번 돌아보고, 벌떡 일어나 행거를 확인해보았지만,
TV나 디지털벽시계는 말짱하더군요. 행거에 옷도 멀쩡히 걸려 있구요.
정말, 다른분들의 가위눌림처럼 귀신이 보인다던가 이런게 아니었기때문에,
무섭지는 않았습니다만,
사실 정말 무지하게 기분이 나쁘더군요.
더 기분나빴던 것은 분명 한참을 낑낑댄걸로 기억했는데,
시계를 보니, 3시 10분밖에 안되었더라구요. 고작 10분이 흐른거였습니다.
정말 뭐에 홀리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더군요.
요상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