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째 글만 읽다가 처음 글 올려 봅니다.
제가 잘때 코골이와 이갈이가 심합니다.
평소에는 혼자 자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여친이 생기고 외박을 하게 되면
여친이 참 고생을 하죠. 시끄럽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그때는 별 생각없이 했던 일인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은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새로산 엠피쓰리에 녹음 기능이 있었던게 발단 이였습니다.
수년째 하고 있는 영어 공부를 이번에는 어떻게든 끝을 봐야겠단 마음으로
발음 교정을 위해 구입한거죠.
그날도 간단히 영어 일기를 쓰고 잠들려고 하다가
녹음 기능이 있다게 생각나서 코골고 이가는게 얼마나 심한가
녹음해 보기로 한거죠.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코고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잠을 자도 피곤하고 자다가 숨이 막혀서 깨는 일도 있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녹음한 사실을 잊고 주섬주섬 챙기고
출근을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려고 보니 배터리가 다 떨어져 있더군요.
점심시간에 충전을 시키려고 전원을 연결하면서 녹음한 사실이
떠오르더군요.
약 4시간 정도 녹음이 되어 있어서 점심시간도 남고 해서
잠깐 들어 보았습니다.
처음 2시간 가량은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거실에서
동생이 티비 보는 소리만 들리더라구요.
빨리 감기로 2시간 정도를 띠엄띠엄 들었는데, 약 2시간 이후에
동생도 자러 들어갔는지 들리던 티비 소리도 안들리게
되었습니다.
근데 티비 소리가 줄어들어서 그런건지 동생이 자러 가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자고 있는 제 숨소리가 조금씩 크게 들리는 겁니다.
그리고는 코를 골기 시작 하더라구요. 소리만 들려서 정확히 어떤
자세로 자고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지만 어짜피 제가 자는 모습을
녹음 한거니 추측은 가능했습니다.
코고는 소리가 커지고 좀 답답할때는 바로 누워있어서 일 것이고, 소리가
줄어들고 살짝 이를 갈때는 옆으로 누워 있었던것 같습니다.
문제는 약 3시간 정도 지난 다음 이었습니다.
코고는 소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소리도 엄청나게 크고 자고 있는 내가 힘들어하는게 느껴지는 겁니다.
아마도 바로 눕에 되어서 기도가 좁아져서 그럴것이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주 조그만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손으로 먼가를 쓰다듬는 소리같은... 제가 제 배를 살살 돌려가며 쓰다듬는것 처럼
누군가 제 몸을 쓰다듬을 때 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근데 몸을 쓰다듬는 소리가 들릴때마나 코고는 소리가 줄어들고 제가 좀 편안해지는 듯한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이런 과정이 두세차례 계속되다가 배터리가 없어서
녹음은 끝났습니다.
근데 이런 경험을 혼자있을 때 밤에 들었다면 무서웠을 텐데 대낮 점심시간에
회사 사람들 많은 곳에서 들어서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녹음 소리가 머리에 떠오르는 겁니다.
엄마한테 혹시 어제 밤에 나 코고는 소리 들었냐고 물어봤는데 등산 다녀오셔서
피곤해서 못들었다고 하시고.
조금 찜찜한 생각이 들어서 동생이랑 엄마랑 같이
쓰다듬는 소리가 들리는 부분부터 다시 한번 들어봤습니다.
엄마나 동생도 누군가 나를 쓰다듬는 소리라는 것에는 동의를 했는데
본인들은 자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자면서 스스로 배를 문지른거 아니냐
머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곤 엄마가 갑자기 외할머니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나랑 내 동생이 어릴때 잠을 뒤척이거나 하면 외할머니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셨다고.
그러고 보니까 제가 자고 있는 방이 외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지내셨던 방이었습니다.
전 평소에도 공포 영화를 못봅니다. 여친이랑 같이 영화를 보러가면
전 눈감고 있고 여친은 영화보다 제 반응이 재밌어서 일부러 공포 영화를
보러갈 정도입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동생이랑 같이 잤기 때문에 제 방을 갖게 되었을 때는
처음엔 무서워서 거실에서 자곤 했습니다.
자다가 갑자기 무서워지는 경우(저만 그런건지..) 혹시나 지금 눈을 뜨면 귀신이랑
눈을 마주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나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이
"귀신이 있나? 만약 있어서 나에게 해를 입히려고 하면 돌아가신 아버지, 외할머니가
날 지켜주시지 않을까?" 머 이렇게 생각하다 잠들곤 했습니다.
굉장히 긴 글이 되었습니다만... 사실 저에게 이런 경험이 태어나 처음이고
그 녹음된 소리가 저 스스로 뒤척거리다가 난 소리일 수도 있어서 확실히
이게 뭐다 이런건 없습니다.
달라진건 그 일이 있고 나서 돌아가신 아버지, 외할머니가 조금 더 보고 싶어졌다는거.
설날때 차례상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묘해진다는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