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예전에 반지하에서 살았었는데요.
그곳이 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이상한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가장 짜증나는 점이라면 시도때도없이 가위를 눌린다는 거였는데요.
일주일에 8번은 눌린것 같습니다. 워낙 외부자극에 대해 둔감한 체질이다보니 그상태로 2년을 살았습니다만..
안 미.친게 용하죠-_-);
지금 이야기는 그곳에서 살면서 겪은 일 중 하나에요.
어느날.. 친구들과 정신줄 놓기 직전까지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평소에는 큰길로만 다니지만, 그날은 지름길인 골목으로 가로질러서 가고 있었는데요.
가로등이 몇 개가 고장나있어서 길이 부분적으로만 밝은지라 꺼림칙해서 잘 안다니던 골목이었습니다.
첫번째 가로등을 지나서..제 그림자가 앞으로 길게 늘어졌을때, 뒤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타닥- 타닥-
뭐지? 하면서 그림자를 보니..왠 조그만 여자아이 하나가 치맛자락을 펄럭이면서 제 뒤에 있더군요.
발걸음이 마치..어린아이들이 기분 좋을때 발을 통통 튀기며 뛰는..아시죠?
그런 걸음으로 사뿐사뿐 뛰더군요.
제 바로 뒤에 있길래 저는 얼릉 지나가라-하는 마음으로 옆으로 살짝 비켰는데..
그림자를 보니 이 아이가 타닥- 타닥- 하며 제 등뒤로 바짝 붙는게 아니겠습니까?
어라? 하면서 다시 옆으로 비켜도 타닥- 타닥-
마치 그림자 놀이를 하듯이..제 바로뒤에 바싹 붙어있는겁니다.
속도도 딱 저한테 맞춰가며 제 등뒤에 있는데..그림자로 다 보였습니다.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걸음을 빨리했는데.
타닥- 타닥-
다음 가로등을 지나쳐도 여전히 제 등뒤에 붙어있었습니다.
전 왠지 오싹한 기분이라서 뒤를 돌아봐서 얘한테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습관적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시간이..am02:40
어린 여자아이가 인적없는 골목길에서 혼자 놀고있을 시간이 절대, 네버 아니었죠.
등쪽에서부터 소름이 돋아서 머리꼭대기까지 흝고 지나갔습니다.
주먹이 꽉 쥐어지고 발가락이 부들거리는걸 참고, 침착하게 골목끝까지 걸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
타닥- 타닥-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골목끝까지 도착한 후, 코너를 돌자마자 전력질주를 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꽤 지나서 밤에도 그 골목으로 다니긴 하지만, 저 시간대에는 절대로 그쪽으로 안댕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