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으로만 중사 달고 짱공에 글 첨쓰네요 ㅋㅋ
퇴근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일 다 마쳐서 글 한 번 써 봅니다.

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계속 기숙사에 있었습니다.
기숙사 생활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기숙사라는 곳이공부하기 보다는, 놀기에 더 좋은 곳입니다.
만화책 돌려보고, 밤에는 치킨 피자 시켜 먹고,
특히 3학년이 되면 터치 할 사람이 없어서 정말 내 세상이죠.

저희 학교는 학기가 바뀔 때 마다, 성적순으로 사생들을 정리 하고, 방을 바꾸게 됩니다.
제가 3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친구들이 기숙사에 들어왔고, 방도 2층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면서 저는 기숙사 내 제 2의 권력자, 부사생장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들어온 친구 중 한 명이
저에게 방을 바꿔 줄 수 있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왜? 누가 괴롭히냐? 따돌려? 아니면 애들이 방 더럽게 쓰냐?"
그러나 이 친구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유가 합당치 않으면, 총 사감한테 보고를 못한다며 대답을 재촉했습니다.
그러자 이 친구는 "그게. . .내가 밤 마다 귀신이 보여. . ."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 장난치지 말고 누가 괴롭히면 괴롭힌다고 말해."
"아냐, 정말 귀신 땜에 그래. . .
밤마다 성경도 읽고, 기도도 하고 자는데 자꾸 귀신이 보여. 진짜 미칠 것 같아서 그래"
"아. . . ㅈㄹ하고있네, 야 헛소리하지 임마. 누구 사감한테 욕처먹게 할려고 개수작이야."
저는 이렇게 그 친구의 부탁을 흘려 넘겼습니다.
사실 그 친구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친구가 귀신을 본다고 말하는게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습니다.

이 후에도 친구는 저에게 방 배정을 바꿔 달라고 수 차례 요청하였지만
그 때마다 저는 "야 여자 귀신이냐? 좋네~ 나 소개 좀 시켜줘" 이런 식으로 넘겼습니다.
그 친구와 같은 방에 지내는 다른 친구들도 가끔씩 저에게
그 친구 상태가 좋지 않다, 그리고 솔직히 자기 전에 매일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것도 기분 나쁘다.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얘기를 했지만, 그냥 바꿔주면 안 되냐 물었지만 저는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몸이 좋지 않아 조퇴를 하게 되었고,
저는 점호가 끝난 후, 그 방에서 늦게까지 놀다
제 방으로 돌아가기가 귀찮아, 마침 조퇴한 그 친구의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기숙사는 한 방에 2층 침대 4개가 들어가고,
침대 머리맡에는 책장이 있는 구조였습니다. 조퇴한 친구의 침대는 2층이었구요.

잠에 든지 얼마나 되었을까,
저는 잠결임에도 누군가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듯한 그런 시선을 느꼈습니다.
저는 처음에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줄만 알았습니다.
가끔씩 자고 있는거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눈 뜨면 놀래키는 그런 장난말이죠.
그래서, 저는 "아 * 놈들, 잠 좀 자게 냅두라고" 하며 잠결에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순간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제 머리맞 책장에 인형을 안고 앉아 있는 한 여자아이였습니다.

창백한 얼굴에, 예쁘장하게 생긴 4~5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머리맡 책장 위에 앉아 저를 내려다보며 웃고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섬뜩함이란. . .순간 온 몸에 소름이 확 끼치며, 머리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그 아이는 저를 보며 무어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알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 아이가 내 눈에 보이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온 힘을 다해 눈을 감았고
기숙사에 기상 나팔 방송이 울려 퍼질 때까지 계속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이 후 귀신을 본다던 그 친구는 결국 건강 상의 문제를 핑계 삼아 기숙사를 나갔고,
저는 다시는 그 방, 그 침대에서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흠...글로 쓰고 나니 별로 무섭지가 않네요.
그래도 과장 안 보태고 사실적으로 썼구요,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