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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급차 부르기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군인출신으로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타입이었다.
외할머니나 이모들에게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리고 차고 욕설을 퍼부었다.
술주정뱅이에 경마, 빠칭코(슬롯머신) 광.
외할머니는 다리가 부러지고 코가 내려앉아도 일절 말대꾸를 하지 않고 네네-하며 따르는 온순한 아내였다.
그러던 것이 나이를 먹을수록 얌전해졌고, 이모들도 차차 시집을 가서 평온한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무렵 갑자기 강렬한 두통이 몰아닥쳤다. (아마도 뇌출혈)
「아파…아파…」하며 괴로워하는 외할아버지를 보고, (보통은 구급차를 부르는 상황)
외할머니의 한마디, 「어머나. 자, 오늘은 빨리 잠자리에 드세요.」
깊은 밤, 외할아버지는 「구, 구급차를 불러줘」하고 말했지만 함께 살며 외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던 막내이모가 말했다.
「아버지, 구급차는 지금 이 시간에는 영업을 안해요.」
새벽이 밝아올 무렵 외할아버지는 의식불명에 빠졌다.
그때에도 외할머니의 말은
「구급차는 아침 11시부터 랍니다. 병원 뒤의 빵가게도 11시부터니까 병원도 틀림없이 그 정도쯤..」
오후가 되어서야 구급차를 불렀지만, 외할아버지는 이미 늦었다.
이 이야기를 막내이모와 외할머니가 양갱과 차를 마시며 즐거운 듯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구급차가 11시라니 바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 요리하는 아내
일요일 점심때까지 자고 있던 나는 멍한 채 거실로 향했다.
똑똑똑 부엌칼 소리, 부엌에서 아내가 점심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TV를 켜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그저께 아내에게 비밀로 간 다과회에서 번호를 따낸 여성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1통 있었다.
잠옷 호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고 부엌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작은 목소리로 그 여성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통화중 대기 신호가 울렸다.
아내였다.
몰래 전화하다 들켜 버렸다는 생각에 당황해서 바로 전화를 받으니
「여보세요. 지금 일어났어? ○○(딸의 이름)이 클럽활동 하다 다친 것 같아서 지금 마중나가니까 점심은 냉장고에 둔 거 데워 먹어」
라고 들려왔다.
전화 저 편에서 차안의 라디오 소리도 들렸다.
전화를 끊지 않고 화장실 문을 살그머니 열고 부엌쪽을 들여다 보면
부엌의 아내는 휴대전화는 갖고있지 않고 부엌칼을 손에 든 채 아무것도 없는 도마를 단지 자르고 있었다.
내 손에 든 휴대전화에서는 「여보, 듣고 있어?」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엌의 아내와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
무서워서 겁에 질린 나는 집을 뛰쳐나와서
「빨리 돌아와줘」라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아내와 딸이 돌아오고 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 함께 집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다.
부엌에는 완성된 요리가 우리 가족 먹을 만큼 준비되어 있었지만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아내와 딸은 음식점에 주문시킨 거냐고 물었지만 절대 그런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이상하다
# 바람
아내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는데 아내가 눈치를 챘는지
집에 돌아가면 항상「어디 갔다왔어?」 「누구랑 있었어?」하면서 시끄럽게 굴었다.
반대로 여자친구는 매일 문자로 격려해 주고 나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오늘은 답문이 오지 않았다.
나는 결국 차였구나 싶어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는데 우리집 강아지 존이 무지 기분 좋게 날 맞았다.
아내도 오늘따라 기분이 좋고, 항상 퍼붓던 잔소리도 안 했다.
이제 불륜은 그만둬야겠다, 하고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그만 만나자, 잘 지내라」고 문자를 보냈다.
어디선가 그녀의 문자 착신음이 들린 것 같다.
# 귀신이 나오는 호텔
우리 회사에서 자주 출장을 가는 지방이 있다.
거길 갈 때마다 회사에서 정해준 호텔에 묵었는데 선배가 거긴 귀신이 나오는 호텔이라며 겁을 줬다.
나도 일 때문에 출장을 처음 갔다.
일을 끝내고 방에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이라 호텔 관계자일 리는 없으니까 진짜 귀신이 나왔구나 싶어 이불 속에 들어가 덜덜 떨었다.
쿵쿵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나는 이불 속에서 계속 떨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아침이었다.
회사에 돌아와서 선배한테 말했더니
「아~ 옛날에 그 방에 불이 나서 사람이 죽었다더라고」
라고 했다.
나는 그걸 듣고
「그럼 그 때 문을 열었으면 귀신이 들어 왔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며 안심했다.
그랬더니 선배가...
「뭐? 그 귀신은 밖으로 나가려고 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