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1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저에게 할아버지는 항상 술과 담배를 좋아하시고 다혈질이시긴 했지만
저와 같은 손자에게는 한없이 천사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일주일정도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는 워낙에 어렸을때라 잠만 잔다고 생각하고
어머니 아버지도 아무 말씀 없으셨길래 몸이 편찮으시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이상한 꿈을 꾸게 되더군요.
제가 시내를 헤매고 다니는 꿈이였습니다. 가로등만 간간히 들어와 있을뿐
어둠에 깔린 곳이였습니다. 어린맘에 어머니 아버지를 찾아 해맸지만
그 어디에서도 발견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마치 모닥불과 같은 불빛이 느껴졌습니다.
그쪽으로 향해 보니 할아버지꼐서 모닥불을 쬐고 계시더군요.
저는 울먹거리며 바로 할아버지 품에 안겼습니다.
할아버지 께서도 저를 꼭 껴안아 주시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따뜻한 체온같은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모닥불에 가까이 있어도 여전히 춥다고 느껴졌었습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잠시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돌아보니 이사하기전 옛집에 와있더군요
집에는 아무도 이사를 오지 않아 흉가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서움보다는 옛집에 대한 안도감이 마음속 깊이 깔리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니 옛물건이 꽤 보이더군요
제가 잊고 놔두고간 볼트론 장난감이라던지, 이리저리 흩어진 따죠나
벽에 그려진 낙서 천천히 둘러보다가 개짖는 소리에 개집을 바라보았습니다.
놀란건 이사하기전 죽어버린 개 독구가 돌아와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독구의 머리를 쓰다듬고 계시더군요.
소마굿간으로 가보니 역시나 소와 송아지가 있더군요.
토끼 우리에도 이사하기전 죽어버린 토끼 역시 멀쩡히 살아 있었습니다.
모두 생전에 할아버지께서 그토록 아끼시던 가축들이였습니다.
할아버지꼐서는 그 가축들을 몇번씩 쓰다듬으시더니
웃고만 계시더군요
처음에는 무슨일인지 몰랐지만
중학교때부터 사람이 죽는다면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서 꿈꾸면서 잠드는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이사온 이후부터 그동안 보지 못한 친구나 집에 대한 그리움
매일 여물 주며 키워왔던 소나 토끼 그리고 가장 아끼시던 독구를 보고 싶은 마음을
점차 늘어만 가는 술과 담배로 참고 계셨나 봅니다. 그래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갔셨나 봅니다.
언제나 혼자서 쓸쓸해 하시던 할아버지. 그래서 지금이라도 행복한 세상에서
지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