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든 다있는 군대 이야기.
저는 여자입니다. 그래서 군대를 직접 가본적은 없지만 군대를 전역한 남자들은 누구나 다
한번쯤 군대에서 미스테리한 일을 겪거나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대학생 시절 옆방에서 살던 자취생 오빠가 해준 이야기로
들었을땐 참 오싹해서 해볼까 합니다.
여자라서 군대용어를 잘모릅니다. 그리고 오래되서 기억도 가물가물하구요.
혹시 틀린부분이 있더라도 너무 깊게 짚고 넘어가지 말아주세요ㅠㅠ
옆방오빠를 편의상 B라고 칭할께요. 하두오래되서 이름도 기억이 안나요.
암튼 B오빠는 해군을 나왔다고합니다. 근데 자대배치 받은곳이 저희 친오빠가 복무했었던
계룡산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B오빠의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친오빠한테
물어보니 그얘기가 사실이라 한번더 놀랬었더랬죠.
암튼 B오빠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오빠가 복무했던 부대에도 다른부대와 마찬가지로 많은 근무초소가 있었다고합니다.
그런데 그중에 한곳이 폐쇄되었다고 해요. 맨끝에 자리잡은 근무초소도 아니고
중간에 있는 근무초소라 한밤중에 근무를 하러갈때마다 그 폐쇄근무초소를 보면 기분이 오싹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왜 폐쇄가 됐을까 정말 많이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러던중 여름에 선임병과 함께 근무를 서고있는데
선임병이 그날따라 잠도안자고 계속 귀찮게 굴더만 12시가 조금 지나자 얘기를 해주더랍니다.
"너 왜 저 근무초소가 폐쇄된지 아냐? 원래 나 처음에 자대배치받고 들어왔을때만해도
저기 다른데랑 똑같이 돌아갔거든? 근데 저기서 근무하면 꼭 그날 사고가 벌어졌대. 나 일병 달기 직전인가 폐쇄됐는데 폐쇄될때 마지막으로 근무한애가 내 동기였어. 그래서 동기한테 들은얘긴데..."
선임병이 해준 얘기는 정말 눈으로 보지않고서는 절대 믿을수가없는 얘기였대요.
- 그 근무초소에서 근무를 하는 애들이 공통적으로 목격한 얘긴데, 새벽 2~3시 사이가되면
자갈을 밟는 소리는 아닌데.. 자갈을 끄는소리가 난대. 그러니까 발소리는 아니고 암튼 좀 희안한소리.
근데 여기서 오래 된 사람들이 말하기를 2~3시사이에는 왠만하면 그소리에 반응하지말고
그냥 못들은척 불빛도 비춰보지말고 말도걸지말라고 하더라. 근데 내 동기는 그걸 몰랐던거지
원래 그초소를 내동기네 내무반에서 담당하던곳이 아닌데 여차여차해서 내동기가 그날 처음으로
그 초소에 배정받고 근무를 하러간거였어. 같이간 선임은 계속 욕을 하면서 재수도없게 여기걸렸다고
무사히 보내고싶으면 너도 들은대로 하라고 막 그러더래. 근데 들은게 있어야 알지. 내동기는 그냥
하던대로 근무잘서라 이소리인줄만 알았다고. 시간되서 근무서러갈때까지도 그 선임이 말한마디만
해줬으면 됐을건데 선임이 왜그랬는지 계속 말을 안해준거야. 그리고 내동기가 근무를 서는데
언제부터인지 산밑쪽에서부터 뭐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나더래. 처음엔 이게 무슨소린가 해서
풀소리인가 했는데 점점 그소리도 뚜렷해지고 커지더래. 그래서 동기는 이시간에 누가 올타이밍이 아닌데
싶으면서도 배운대로 암구호를 대라고 외쳤던거지. 근데 그순간 그 끄는소리도 없어지고 조용하더래.
그래서 자기가 잘못들은건가 싶어서 다시한번 암구호 대라고 외치는데 누가 뒷통수를 치더래.
깜짝놀래서 보니까 그 선임이 너지금 뭐하는거냐고 버럭 화를내면서 주위를 막 살피더란다.
그래서 동기가 왜그러시냐고 물어보니까 선임이 하얗게 질려서 너 뭐 못봤냐고 하더래.
동기가 못봤다고 왜그러시냐고 또물어보니까 선임이 아니다 됐다 이러면서 다시 초소안으로 들어갔대.
동기는 선임행동이 좀 이상했는데 그냥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다시 근무를 서려고하는데
또 그소리가 들리더래. 질질 끄는소리
선임병은 거기까지 얘기를하고 뜸을 들이더래요.
실제로 오빠도 이부분에서 뜸을 들여서 얘기에 집중하던 저희가 막 소리지르면서
빨리 얘기 하라니까 그제야 다시 얘기를 하더라구요 ㅎㅎ
- 동기는 그소리에 다시한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암구호를 대라고 소리를 쳤고 선임이 그소리에
동기이름을 부르면서 조용히하라고 소리를 치더래. 그래서 동기가 아진짜 왜그러시냐고 그러다 우리 둘다 혼나겠다고 하는데 선임이 닥치고 들어오라고 난 송장 치우기싫다고 하더래. 그말에 살짝 기분이 상한
동기가 안에서 꼼짝도 안하는 선임말에 따라야할지 아니면 배운대로 암구호를 말하지않는 저소리에
불빛을 비춰보고 발포를 해야될지 정말 손에서 땀이날정도로 긴장이 되더래. 그 짧은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단다. 혹시 간첩은 아닐까 산짐승이면 다행인데.. 그래도 용기를 내서 뭔지를 봐야겠다
싶었던 동기는 소리가 나는쪽을 향해 불빛을 비췄고...처음엔 저게 뭔가 싶어 자기눈을 의심했대.
멀리서 보인건 그냥 검은 그림자인데 참 희안하더래. 그래서 선임을 부르면서 저기 이상한게있다고
하는데 선임이 안에서 들은척도 안하더래. 동기가 불안반호기심반으로 선임을 돌아보고 다시
그그림자를 보는데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지는것 같더래. 그리고 그소리도 나고... 근데 아무리봐도
멀쩡히 걸어오는것 같진않더라는거야. 그래서 도대체 저게뭔가 하고 가까이 오기를 기다린순간,
동기는 자기도모르게 으헉 하는 비명소리를 내고 총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초소밖으로 뛰쳐나와
산밑에있는 본부까지 구르다시피 도망쳤고 본부에 있던 사람들은 눈물콧물로 뒤범벅되서 정신을
못차리는 동기를 보고 별로 놀라지도 않더라는거야. 나중에 동기가 본걸 얘기해줬는데..
- 그건 다름아닌 사람이였대. 그것도 할머니.
오빠의말에 우리는 왜 사람을 보고 그렇게 무서워했냐고 물어보자 오빠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그시간에 거기 할머니가 있어봐. 아무생각없이 봐도 깜짝놀랄껄"
"에이 아무리그래도 할머니 보고 울며불며 도망가는건 좀 아닌데?"
그러자 오빠가 말을 이었습니다.
- 동기가 본건 할머니였는데 그할머니는 두발로 걸어오고있는게 아닌 팔꿈치로 기어오고있었다고.
그리고 한손에는 뭔가를 들고있었는데 동기가 그 들고있는걸 목격한순간 살아야겠단 생각에
도망친거라고 하더라. 그 들고있던건 다름아닌 갓난애기 얼굴이었대. 동기는 그걸 목격하고 저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귀신이구나 싶었고 여기있다가는 내가 죽겠다 해서 죽을힘을 다해 도망을 친거였대. 그리고 후에 본부사람들이랑 같이 다시 그초소를 갔는데 안에있던 선임이 혀를 길게 내빼고
하얀 거품을 잔뜩물고 기절해있었다더라. 나중에 선임이 깨어나서 본부사람들이 그날 그초소에서
있었던일을 말하라고 하니까 선임이 계속 할머니 애기머리 할머니 애기머리 이말만 번복해서 결국
선임은 병원으로 갔고 그 초소는 폐쇄됐다고 하더라고.
오빠의말에 좀 믿기힘들었던 저는 그자리에서 바로 친오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친오빠에게 그냥 심심해서 전화했다면서 유도심문식으로 오빠를 떠보자 오빠입에서도
B오빠가 해준 이야기와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것이였습니다.
친오빠도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짧지만 간략하게 할머니 귀신이 자꾸 나와서 폐쇄된 초소가 하나있다
이렇게 얘기하고 말더라구요.
그날 했었던 수많은 이야기중에 몇년이 지난 지금 뚜렷히 기억나는건
이얘기 하나인걸보면 그때 참 많이 무서워했고 강렬했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