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물금읍 전경이긴 하나 본문에 나오는 장소와는 전혀 다른 장소입니다>
안녕하세요, 얼마전에 어렸을적 목격담을 소개해 드렸던 박일병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바로 이틀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전해 들은 따끈따끈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전 경남 양산이라는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인데요
작년 이맘때쯤에 양산시 물금읍이라는 작은 농촌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70대 할머니를 60대 할아버지가 칼로 난도질한 사건인데요
사건 배경은 이렇습니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주택에서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와 동거식으로 셋방살이를 하던
무직의 주정뱅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사건이 일어났던 날도 역시나 집기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온동네가 떠나가라 고함소리가 난무했었다고 합니다
급기야 피의자는 자신의 동거녀에게 손찌검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지켜보던 집주인인 피해자가
중재에 나섰다고 합니다, 피의자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꾸짖으며 자꾸 이렇게 소란 피울거면 내집에서 나가란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이에 격분한 피의자는 집을 뛰쳐 나간 뒤 수십여분 뒤에 집에 다시 돌아와 가지고 들어온 흉기로 피해자의 복부를
수십여차례 찔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를 목격한 주민들의 신고로 바로 현장에서 검거 되었는데요
잡혀가면서도 동거녀도 죽였어야 되는데 안타깝다는 식으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고 합니다
문제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였습니다
원래 그 피해자 할머니 자식들은 다들 독립해서 밖에서 따로 생활을 하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셔서
혼자서 생활을 하셨었고 그 집에서 셋방살이하던 그 동거녀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다른 입주자들도 서둘러 다른 곳으
로 이사를 가버려 그곳은 그야말로 폐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의 집이 사건 현장 바로 옆집이었는데
집 위치상 친구 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사건현장이 일어난 옆집 대청마루가 바로 직선상에 위치한 구조였습니다
워낙에 사건이 사건인지라 친구도 밤엔 아예 외출을 삼가고 한여름인데도 어지간해선 방 창문을 끌어 닫고
지냈다고 하네요
그렇게 별 탈 없이 1년이 흘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1년 7월 17일
새벽부터 시작된 갑작스런 호우로 하루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렸는데요
동생은 학교가 먼곳에 있어서 방학때도 집에 내려오지 않고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고
부모님은 이모님이 편찮으셔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올라가셨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TV를 보고 있던 친구는 집에 자기 혼자 있는데 에어컨을 틀기도 그래서
비가 치지 않을 만한 창문들은 다 열어두고 선풍기만 틀어놓고 자기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밖에서 부슬부슬 빗방울 떨어지던 소리가 점차 줄어들더니 이윽고 비가 뚝 그치는거 같더랍니다
그래서 자기방 창문을 열고 밖을 확인하던 찰나에 우연찮게 옆집 대청마루가 눈에 들어왔답니다
그러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작년의 그 사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답니다
그 생각을 하니 몸도 으슬으슬해지고 소름이 돋는거 같아서 다시 고개를 자기방쪽으로 돌리던 순간에
친구는 그 광경을 목격을 하고야 말았답니다
대청마루 끝쪽에 누군가가 걸터 앉아 있었습니다
드라마 같은데서 보면 길을 건너는데 차가 달려오면 보통 주인공들은 피하질 못하죠
눈만 크게 뜨고 멍하니 차에 치이는데, 친구는 솔직히 그때까지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그날, 그 정체불명의 형체를 목격한 순간 정말 '어, 어,' 하는 소리만 나오고
몸이 움직이질 않더랍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는 말을 몸소 실감했답니다
그러고 그 형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한참을 미동도 없이 앉아있던 그 형체가 마치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거 같이 흔들리더니 이윽고
스르르 일어나서 그 피해자 할머니가 생전에 생활했던 그 방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고 친구는 바로 집을 나와서 근처 다른 친구네 집에 가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셨다는 연락을 받고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침 그 피해자 할머니 늦둥이 막내 아들이 어렸을적에 저희와 같이 야구도 하고 공도 차던
친한 동네 형인지라, 연락을 해서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술 마셨냐고 화를 내던 형이 너무 디테일하게 어디쯤에서 앉아 계셨고 꾸벅꾸벅 조는거 같이 흔들리시더니
생활하시던 방으로 들어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제서야 조금씩 믿기 시작하더랍니다
생전에 항상 무더운 여름날이면 대청마루에 걸터 앉으셔서 시간을 보내시다가 초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고
하더라구요
다음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일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그 대청마루에 제사상을 차려 놓고 간소하게 제사를 지냈는데요
너무 급작스레 돌아가신 탓인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시고 계속 생전에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신거 같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평소에 사후세계니, 영혼이니 하는 말들을 그다지 크게 신빙하며 살지는 않았는데
이번 친구 경험을 듣다 보니 그런것들이 꼭 없다고 장담을 하진 못하겠더라구요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