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초등학교 때의 실화입니다.
저희 외할아버지댁은 충남 서산의 벌말이란 곳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조그마한 섬입니다.
섬이 워낙 조그맣고 폐가도 드문드문 있는 그런 섬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저희 외할버지댁과 슈퍼가 섬의 끝에서 끝입니다.(걸어가면 실제로 15-20분 거리)
그 당시 가로등도 외할버지댁 근처에 있는 하나가 전부였고요.
그림설명을 하자면 가로등 옆에 있는게 무덤입니다. 무덤옆으로 온갖 종류의 풀이 자란 풀밭이 꽤 이어집니다.
섬의 길이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고요 저렇게 길 옆에 무덤이 간혹 있어요.
그리고 검은색으로 두껍게 칠해진 부분은 콘크리트로 담을 쌓아서 모래사장과 구분을 해놓았고요.
서해안이어서 밀물때는 콘크리트 담까지 바닷물이 들어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 초등학교 2학년때 이모부와 아버지와 외할아버지께선 화투를 하고 계셨죠.
밤 12시가 가까워진 아주 늦은 시각이었죠.
외할아버지께서 슈퍼에 가서 담배 좀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시더라고요. 남은 돈으로 네 과자 사먹으라고 하시면서..
전 늦게까지 TV볼 수 있단 거 자체로 신난 상황에 과자도 사먹을 생각에 손전등하나들고 신이 나서 당장 나갔죠.
밖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그날 무슨 폭풍주의보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습니다.
밀물때여서 콘크리트 담 바로앞까지 물이 찼는데 바람이 세게 부니까
파도도 엄청 거세져서 파도가 콘크리틈 담을 넘어 튀더라고요. 진짜 무섭습니다.;;
물방울이 튀어서 자연스레 무덤이 있는 풀밭쪽으로 붙어서 가게 됐죠.
무덤 부분을 지나치면 가로등 불빛도 없어 칠흑입니다.
근데 가로등 불빛의 범위를 넘어서기 전에 누군가 제 뒷통수를 살며시 건드리는 겁니다.
바람하고는 확연히 다른 한 점을 살살 톡톡 건드린 듯한 느낌이었죠.
순간 머리털이 선 저는(겁이 많아요) 한번에 홱 돌진 못하고 살며시 뒤를 보았죠.
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림자엔 저밖에 없었죠.........
무서워서 예민해졌나보다 하고 다시 가는데, 또 누군가 건드리는 거였습니다.
역시 아무도 없었죠. 무서워서 뛰어갔다 왔죠. 파도가 튀던 말던 상관없이 슈퍼까지 존내 뛰어갔다왔죠.
그러니까 누군가 건드린다는 느낌이 없어지더라고요.
돌아오면서 거의 다 오니까 가로등 불빛과 외할아버지댁 불빛이 보이면서 전 안심하고 걸어갔죠.
그런데 걸어가니까 또 누군가 제 뒷통수를 살짝 건드리는 느낌이 났습니다.
무서움을 참고 순간 몸을 홱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제 키만한 풀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더라고요.
갈대인지 강아지풀인지 제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풀이 왜 이렇게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