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여름이야기(체험미스터리공포1)

내맘의풍차 작성일 11.08.19 14: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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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여름

   경북 성주군이 나의 고향이고, 가천면 이란 곳에 가면 포천계곡이란 청정계곡이 있다.
   지금은 근처 도회지에 많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동네 사람들에게만 좋은 가야산 자락에 있는 천해의 여름휴양지 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1학년이던 나는,
   그해 여름이 되자
   몇명 되지 않던 시골 친구들끼리 간만에 고향에서 함께 모이기로 의기투합 하였다.
   친구중에는 방학중이던 대학생도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산업전선에 뛰어든 친구들도 있었고,
   그리고 하릴없이 백수생활을 즐기던 친구들이 모처럼 함께 모일 수 있던 8월 15일에
   포천계곡에서 만나 하루를 보내기로  하고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커다란 찜통(찜기)과 생닭2마리, 삼겹살, 라면, 소주, 수박등
   하루 종일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싸들고,
   친구놈 집의 경운기를 타고 오전에 계곡으로 향했다.

 

   그 계곡 중간중간에 폭포비스무리하게 경사가 있는곳도 있었고,
   돗자리를 넓게 펴도 평평할 정도의 바위가 있는곳도 있었다.

고향풍경.

(위 사진은 실제 우리가 놀았던 곳에서 약 20m 아래 떨어진 곳이다.)

 

 

 

   우리는 인적이 가장 드물면서, 폭포도 있고, 물도 수영할 수 있을 만큼 깊고,
   너른 바위가 있는 곳에 장소를 정한 후, 옷을 벗어 던지고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수영을 한참 즐긴후 가져온 삼겹살을 구워 먹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그동안 못다한 얘기들도 하고,
   또 수영을 하고, 배가 고파지면 먹고, 낮잠을 자다가 또 수영을 하고,
   낮시간을 계속 그렇게 보냈다.

 

   저녁시간이 거의 다 되었고, 여름이라곤 하지만, 계곡이라 해도 일찍 져물기 때문에
   남은 음식들도 처리할 겸, 마지막엔 폭포옆의 너른바위에 둘러 앉아
   남은 소주와 닭, 라면등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시간은 6시 남짓 되었지만 이미 해는 져버렸고,
   낮부터 술을 계속 마셨기 때문에 취기가 올라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2-3잔 마신게 전부였고,
   같이 간 6명 중에 4명은 잔뜩 취해있었고, 나를 포함한 2명만이 정신이 말짱한 상태였다.
   9병의 소주를 그렇게 마시고 마지막 10병째의 소주를 다 비운 순간이였다.

 

   우리는 너른 바위에 둥글게 앉아있었고,
   (너른바위는 폭포 바로 옆이였고, 폭포높이는 약 2m 정도였다.)
   마지막 10병째를 물쪽에 가장 가깝게 등지고 앉아있던 친구가 따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술이 너무 취한 나머지,
   소주를 다른 친구 잔에 모두 채우고 나서 빈병을
   어깨너머로 그냥 물쪽으로 던져버렸다.

 

   나는 혹시 무심코 던져 버린 소주병이 너무 멀리 날아가 폭포옆의 돌에 맞아 깨져
   파편이라도 생기면 다음에 이 폭포근처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다칠수도 있고,
   다행히 물에 떨어지더라도 얕은 쪽에 떨어지면 물밑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서 사람들 발에 베일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그 때 그 곳엔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 친구와 맞은편에 앉아있었던 나는
   정확히 포물선을 그리며 회전하며 날라가는 빈 소주병을 무심결에 바라보고 있었고,
   소주병은 상당히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잠시후 퍽 하는 소리나 퐁당 하는 소리가 날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났다.

 

   친구가 던진 소주병이
   친구가 던졌을때랑 정확히 같은 궤적을 그리며 다시 반대로 날라와서는
   우리가 둘러 앉은 중간에 정확하게 "퍽" 하고 깨져버린 것이다.

 

   그 광경을 정면에서 지켜본 나는 엄청 놀랐고,
   병이 깨지는 소리에 술에 취해있던 친구들도 놀라서,
   우리는 모두 바위끝 쪽으로 몰려가서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고, 잔잔한 물결과 바람소리만 들려올 뿐이였다.

 

   우리는 먹고 마셨던 장소를 제대로 수습도 못하고
   놀라서 다 도망치고 말았다.

 

   매년마다 친구들과 모이면 그 때 얘기를 하지만,
   마치 누가 소주병을 받아서 다시 던진 것 같았다고 얘길 하지만,
   그 장소엔 아침부터 우리 밖에 없었고,
   그 순간에 누가 소주병을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누가 받았다 치더라도 엄청나게 높은 위치에 있던 우리자리
   중간에 정확하게 떨어뜨리는 것도 힘든 일일 것이다.
   바위와 물 주변엔 나무도 없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걸려 튕겼을 가능성도 없다.

 

   동네 어른들 얘기로는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예전에 결혼못한 처녀,총각이 자살한
   장소라고 얘길 하지만, 과연 그 때 일은 어떻게 일어난건지
   아직도 궁금하다.

 

고향풍경.

(사진 우측 하단부가 우리가 앉아 놀았던 너른바위이다. 사진보다

실제로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으며 사진상 보이지 않는 아랫쪽에

폭포가 하나 더있다. 이 사진은 몇년이 흐른 후 비가 내린 후 찍은

사진이며, 평소에는 사진상에 보이는 물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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