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배는 여기까지
역시 판 펌입니다. 제일 섬뜩하네요..
http://pann.nate.com/talk/311636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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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후 나는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고 있었어
매일 밤 놀러 나갔다가 늦게까지 마음껏 자고 낮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어
이런 생활을 하다보면 당연히 얼마안가 돈이 바닥이 나기마련이지
그럴때면 언제나 K에게 상담을 했어
K는 자세하게 말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친군데 그다지 좋아하는 놈은 아니지만 그녀석이 소개해주는 일은 모두 파격적인 보수를 받을 수 있었거든
그 중엔 사실 불법적인 일이나 위험한 일도 있었지만 쉬운 돈벌이에 눈이 멀어서 이따금 녀석에게 소개받은 일을 하곤 했었어
이번에 K가 소개해준 일은 일당 8만엔이었어
1주일 단위로 일하는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세끼 식사까지 제공해준다고 했어
주말에도 일하기 때문에 실 수령액이 주50만엔이 넘는 알바였어
K는 말했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야」
이번엔 내용을 듣고 제법 놀랐어
1개월 정도 쭉 일하는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어
단순하게 트럭을 유도(안내)하는 일
그것 뿐이었어
단지 장소가 산속이었고 가장 가까운 민가까지 차로 30분이상은 걸리는 곳이래
거기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숙박하면서 수 시간 간격으로 토사를 옮겨오는 트럭을 유도하면 된다는거야
원하면 함께 일할 사람을 더 구해도 되지만 그만큼 일급을 나눠갖는 거래
그러니까 둘이서 일하면 일급이 4만엔이 되는 거지
난 그냥 혼자하겠다고 했어
별로 겁도 없는 편인데다 나름 산속에서 혼자 고독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거든
「이 일은 주로 빚더미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인데 관두고 싶으면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언제든지 말해」
대체 누가 이렇게 좋은 일을 도중에 그만 둘까?
내가 그런식으로 말하자 K는 과연 그럴까?하는 듯한 뉘양스를 풍겼어
첫쨋날
더러운 밴의 조수석에 앉아 이른 아침부터 산길을 달리고 있었어
마지막 민가를 보고나서 30분정도 지난것같았어
가게같은건 1시간 정도전 부터는 보이지 않았던것 같아
운전하는 아저씨는 나를 다중 채무자정도로 생각하는 듯 했어
「아직 젊은데 큰 일이구만」라든지
「여기서 조금 힘내서 열심히하면 어떻게든 될테니 너무 걱정마라」라는 둥의 말을 하는거야
나도 이래저래 변명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그냥 적당하게 대답하고 있었어
그러던 중 드디어 나의 일터에 도착했어
거기서 아저씨에게 한 5분정도 일하는 방식에대해 들었어
발전기 사용법이라던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는 법같은걸 대충 설명한 아저씨는
「자 그럼 일주일 뒤에 오마」
하고는 밴을 타고 떠났어
아저씨가 사라지고 나니 갑자기 산속의 소리가 두드러지는 듯했어
새가 지저귀는 소리
벌레가 우는 소리
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
그리고 컨테이너 박스의 발전기 엔진소리
우선 컨테이너 안에 짐을 들여놨어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TV같은건 없었어
다행이도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게임 5개와 소설책을 10권정도 가져왔었어
짐을 정리하고 있자니 트럭이 왔어
아저씨가 가르쳐 준대로 트럭을 유도했어
트럭 운전기사는 내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묵묵히 작업을 했어
말한마디 주고 받지 않은채 첫 일이 끝나고 트럭은 떠났어
참 편한 일이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어
이윽고 밤이 됐어
밤에도 수시간마다 트럭이 왔어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무선이 울리거나 클락션 소리에 벌떡 일어났어
길게 숙면을 취할 순 없었지만 그렇게 힘든 정도는 아니었어
굳이 힘든점이 있다면 벌레가 많았다는 정도?
그것도 못견딜 정도도 아니었고..
컨테이너 한쪽 벽엔 창문이 있었는데 거기에 벌레가 엄청나게 꼬였어
그도 그럴게 이 근처에 불빛이라곤 여기 밖에 없었거든
아마 이 근방의 벌레들이 죄다 여기로 몰려드는것 같았어
손바닥보다도 큰 나방이 창에 탁!!하고 제법 소리를 내면서 부딪혔을때는 살짝 움찔하기도 했었어
아침이 밝아오자 벌레들은 어느세 어디론가 사라졌어
우선 양치를 하고 나서 맥주를 들이켰어
물은 간이 샤워를 하거나 세안할때 써야하니까 아껴쓰고 목이 마르면 차라리 맥주를 마시라며 아저씨가 대량의 맥주를 두고 가셨어
뭐 일이 일이다보니 사실 만취하지만 않는 다면 어느정도 취해있어도 지장이 없었으니까..
아침부터 맥주에 식빵을 먹었어
일을 하고 있는 건데도 오히려 빈둥거리던 평소보다 더 방종하게 된것 같았어
이틀째날에도 나는 무난히 일을 해냈어
밤에 불도 켜지 않은채 밖에서 밤하늘을 즐기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여유마저 있었어
나흘째 오후에 무선으로 연락이 들어왔어
K였는데 곧 여기로 온다는 거였어
잠시 후에, 큰 차 한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산길을 올라왔어
조수석에서 K가 내리더니 나를 컨테이너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어
「지금부터 작업을 할거니까 됐다고 할때까지 이 안에 있어야해」
나는 잠자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 작업이란게 뭔지는 물어선 안되는 일이란것쯤은 알 수 있었어
안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여러명이 차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야기 소리와 함께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갔어
무슨 얘길 하는지 잘 들리진 않았지만
「제데로 좀 들어!!」
「윽 무거워 」
하는 말이 들리는게 작업이란게 아마 내가 짐작한 일이 맞을거란 생각이 들었어
1시간정도 후에 K가 돌아왔어
「알려고 해서도 안되고 어디가서 발설해서도 안된다는거 알지? 여기 있기 싫으면 바로 다른 사람을 구해서 데리러 올테니 말해」
난 잠시 망설였지만 역시 계속 있기는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어
K에게 그렇게 말하자
「알았어」
라고 하더니 내게 다소의 돈을 쥐어줬어
녀석 나름의 사의인것같아서 입다물고 받았어
「그럼 내려가는 대로 아저씨한테 연락할테니까 데리러 올때까지 좀만 더 참고 기다리고있어」
이렇게 말하고는 K는 차를 타고 다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돌아갔어
아마 K일행은 작업을 했을 거야
그게 좀 신경이 쓰였지만,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어짜피 나는 곧 여길 떠날거니까 방금 전의 일은 잊자..
저녁이 되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아저씨는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지 않았어
뭐..다음 사람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리나 보다 생각하면서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
산속의 밤은 빨리 찾아왔어
도시에서는 생각할 수 도 없는 속도로 밤의 어둠이 방문해왔어
난 캄캄하게 되기 전에 비를 맞으면서 손전등을 들고 발전기의 연료를 넣으러 갔어
혹시라도 연료부족으로 캄캄하게 되는 건 싫었거든
연료를 가득 채우고 컨테이너로 돌아와서 여기서의 마지막이 될 간소한 저녁밥을 먹었어
다 먹은 무렵에는 이미 밖은 캄캄해져 있었어
언제 올지도 모를 아저씨를 기다리면서 짐이나 정리하고 있을때였어
쿵..
문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나는 긴장했어
큰 벌레가 부딪힌걸까?
다른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가능한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문에 열쇠가 달려있긴 했는데 평소엔 필요없었으니까 잠근적은 없었어
나는 조심조심 문으로 다가가서 열쇠를 잠궜어
철컥
자신이 열쇠를 잠그는 소리인데도 왠지 등골이 서늘해졌어
감정을 추스리려고 정리해 둔 짐에서 엠피쓰리를 꺼내서 음악을 틀었어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자 약간 공포감이 누그러 들었어
쿵..
이번엔 문 오른쪽 옆 부분에서 소리가 들렸어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어
쿵
또 들렸어
오른쪽 벽이야
벌레일거야
벌레야
벌레
벌레일거야...
벌레야 벌레..
나는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듯이 중얼거리면서 소리가 들린쪽을 응시하고 있었어
쿵
조금 전보다 좀더 오른쪽에서 들렸어
소리는 벽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어
조금 더 가면 창이 있었어
시선이 온통 창가로 쏠렸어
쿵
창문의 바로 왼쪽에서 소리가 났어
더이상 음악은 귀에 들리지 않았어
캄캄한 창을 응시했어
심장박동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어
쿵
캄캄한 창문에 새하얀것이 보였어
새하얀...손..
새하얀 손가락 끝이 창문을 두드렸어
똑똑똑
나는 무심고 작은 비명을 내지르며 뒷걸음질 쳐서 창에서 가능한 한 멀어지려고 했어
등이 반대편 벽에 닿았어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 다리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않고 축 늘어졌어
그 순간..
팟!!
컨테이너의 전기가 나갔어
밖에서 들려오던 발전기 소리도 사라졌어
암흑 속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
쿵
내 등이 닿아있는 벽에서 소리가 났어
튕겨지다시피 납죽 엎드려서 놀라 도망갔어
뭔가에 부딪치거나 뭔가 밟히기도 했지만 어두워서 알 수 없었어
문득 주머니속에 이물질이 느껴졌어
손전등이 들어있었어
서둘러서 손전등을 켜 들고 여기저기 비춰봤어
작은 빛에 실내가 희미하게 비춰지기 시작했어
쿵
왼쪽 벽에서 소리가 울렸지만 무시하고 문을 향해 달려들었어
철컥철컥철컥
당황해서인지 문이 잘 열리지 않았어
열쇠를 잠갔다는 것을 떠올리곤 철커덕 열쇠를 풀고 문을 열어 밖으로 뛰쳐나왔어
새카만 암흑속에서 손전등의 빛을 정신없이 움직였어
컨테이너 박스 오른쪽으로 일순간 뭔가 보인것 같아서 비추어봤어
작은 키에 팔이 비정상적으로 긴 여자가 컨테이너의 그늘 속에서 반쯤 몸을 내놓고 이쪽을 보고 있었어
젖은 머리카락은 축 쳐져있고 눈을 번뜩이면서 흰 옷이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빛나 보였어
아..아니었어..
키가 작은게 아니고 무릎을 꿇고 있었어..
아...이것도 아니었어...
....무릎 아래가 없는 거였어.....
여자의 다리는 허벅지까지밖에 없었어...
늘어뜨린 팔이 땅에 닿아 있었어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어
필사적으로 비에 미끄러져서 구르듯이 산길을 달려나왔어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어
뒤를 돌아볼 용기는 없었어
얼마나 달렸을까..
이제 심장과 폐가 고장나 버릴것만 같았어
캄캄한 빗속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어
더이상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어
바스락
바로 뒤에서 소리가 났어
나는 주저앉은 채로 손전등을 비춰봤어
여자가 나를 보고 있었어
허벅지까지 밖에 없는 다리로 서 있었어
무표정한 얼굴로 새카만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면서..
마치 원망스러운듯이
나를 보고 있었어
지독한 공포와 피로감으로 더이상 달아날 힘이 없었어
겨우 양손으로 엉금엉금 기다시피하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어
주욱..주욱
뒤에서 뭔가 끌리는 소리가 났어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고 그저 필사적으로 도망쳤어
주욱..주욱...
소리가 점점 가까워 졌어
어느세 내 다리 바로 뒤에서 소리가...
그때 갑작스런 빛에 눈이 부셨어
자갈이 미끄러지는 큰 소리가 났어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고함치는 목소리가 들렸어
「어이~!!괜찮아!?」
아저씨였어..
나는 아저씨가 보이자 안도감으로 눈물이 흘러넘쳤어
「미안...사정이 있어서 좀 늦었어」
아저씨는 피로와 안도감에 엉엉 울면서 반쯤 넋이 나가있는 내게 말했어
아무래도 좋았어
그저 지금이라도 와준것만으로 충분했어
아저씨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전혀 묻지도 않고 그데로 나를 데리고 시내로 가서 비지니스 호텔에 보내줬어
헤어지면서 아저씨가 말했어
「짐은 다음에 보내줄게..하마터면 큰일날뻔 했지 뭐야」
아저씨에게도 그게 보인걸까?
그날밤은 몸이 덜덜 떨려서 잠을 청할 수 없었어
집으로 돌아오고 곧바로 K를 만나러 갔어
K는 「큰일 날뻔했다며」하며 걱정하는듯 말했지만 별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듯한 목소리였어
돈을 받아 사무실을 나오면서 K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것이 들려왔어
난 그날 이후로 두번다시 K를 만나지 않았어
내가 K를 피하게 되었거든
결국 K와 나는 다른 세계의 인간이란걸 깨달은거야
그때 K가 분명 이렇게 말하는게 들렸었어..
「안들어갈땐 잘라버리면 그만인게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