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5가지 난제 선정
우주탐사선이 소행성을 명중시키고 인위적으로 만든 배아 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지만, 인간이 밝혀내지 못한 세상의 비밀은 아직도 너무 많다.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자신을 ‘진리의 대양에서 매끈한 조약돌을 찾으려는 소년’에 빗댄 것처럼, 과학자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수수께끼 투성이다.
미국에서 발행하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현대 과학자들이 너무도 해결하고 싶어하는 과학적 질문들을 정리했다. 사이언스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선정한 25개 질문들은 인간들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러나 사실은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각 분야의 도전 목록이다. 이 중 흥미로운 주제들을 뽑아 정리했다.
▦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우주 95% 구성 암흑물질 아직 존재조차 확인못해
우주는 중력의 힘에 비해 너무도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것은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5%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암흑 에너지’, 보이지 않는 물질들은 ‘암흑 물질’이라고 일컬어진다. 우주의 95%를 구성하는 이들 물질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전 세계에서 지구 근처를 떠도는 암흑 물질의 흔적을 찾으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고병원 교수는 “암흑 물질을 찾아내는 것은 어두운 방에서 벌레가 내는 미미한 소리에 의존해 벌레의 존재를 알아내려는 것과 같다”면서 “암흑 물질의 성질이나 질량, 그 상호작용의 크기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아 어디서 신호가 나타날지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지구의 내부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지구내부 들여다 볼래도 4㎞깊이 이상 탐사 불가
지각과 맨틀, 핵으로 이루어진 지구 내부에 대한 탐사는 극히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로선 지진파를 이용하는 것 외에 다른 탐사방법이 없다. 이 방법은 땅에 구멍을 뚫고 작게는 금속 추를, 크게는 폭약을 터뜨려 이 진동이 전달되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연구부 이병주 박사는 “지표에서 지구 중심까지의 거리는 6,400㎞에 달하지만 인간은 아직도 4㎞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면서 “그 이상 들어가면 온도가 너무 높아 어떤 물질이라도 녹아 내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반도 아래가 어떤 형태의 지각으로 이뤄졌는지조차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에 대해 아는 것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 인간의 유전자 수가 극히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유전자는 선충 수준 만물의 영장 노릇 어떻게
인간의 유전자 수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 약 2만5,000개에 불과하다. 생명공학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인간이 적어도 10만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는 풀 종류인 아기장대나 C. 엘리건스라는 선충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이처럼 적은 수의 유전자를 갖고 어떤 생물체에도 뒤지지 않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힘쓰고 있다.
▦ 물리학의 ‘대통일 이론’은 성립할 수 있을까?
표준모형 중력배제 약점 대체이론 구축 산넘어 산
쿼크나 렙톤 등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으로 정리돼 있다. 표준모형이라는 명칭을 얻기까지 이 이론과 관련한 수많은 실험이 진행됐다. 이 모형은 거의 모든 검증 과정을 놀랄만한 정확도로 통과했다. 그러나 표준모형은 중력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 구축이 논의되는 중이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재현 교수는 “우주의 생성과 자연 현상을 설명할 새 모델을 만드는데 가장 큰 장애는 그 이론이 맞는지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 “표준모형을 대체할 대통일 이론 등이 대두되고 있지만, 양성자 붕괴 현상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 지구 밖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외계생명체 있을까 과학적 증명은 全無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관측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 화성에 한 때 미생물이 살았던 흔적이 있었다고는 하나 바로 지금 지구 밖에 살아있는 ‘그 무엇’이 있는지는 풀지 못한 숙제다.
지구 밖 고등생물의 존재를 탐사하는 계획은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고 불린다. 1960년 미국 코넬대 프랭크 드레이크가 외계 문명이 보내는 전파신호를 잡기 위해 웨스트버지니아에 있는 미국국립전파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다. 92년 10월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까지 나서 SETI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외계인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 나머지 난제 20가지는?
▦ 인간 의식의 실체는 무엇일까?
▦ 타고난 유전자는 개인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 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까?
▦ 동물의 겨울잠은 어떤 요소에 의해 조절될까?
▦ 인간의 피부세포는 어떻게 신경세포로 분화할까?
▦ 단 하나의 체세포가 거대한 식물로 자라는 원리는 무엇일까?
▦ 지구의 생명체는 언제, 어디서 등장했을까?
▦ 종의 다양성을 결정하는 변수는 무엇일까?
▦ 어떤 유전적 변화가 우리를 ‘인간’이라는 특이한 종으로 만들었을까?
▦ 우리의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저장될까?
▦ 동물의 집단 행동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 수많은 생물학적 정보를 통해 인간은 자연계의 통합된 모형을 도출할 수 있을까?
▦ 정보처리 속도의 한계는 어디일까?
▦ 원자 및 분자의 화학적 결합은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 면역 반응을 선택적으로 제한할 수 있을까?
▦ 양자의 예측 불가능성 아래 심오한 원칙이 숨어있지 않을까?
▦ 효과적인 HIV 백신을 만들 수 있을까?
▦ 온실효과가 극대화한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는 무엇일까?
▦ 식량 증가가 인구 증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맬더스의 인구법칙’은 계속 틀린 이론으로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