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글이야.
아, 제목은 절대로 로즈마리님을 아주 깨알만큼도 의식하고 쓴게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 않지는 않는것 같기도 해.
혹시 불만있는 로즈마리님 친위대들은 가투소 만큼 기합넣고 태클 걸도록 해.
이거 올려서 반응 보고 주말 걸쳐서 글을 몇개 올려볼까 생각중이야.
추천 해 주고 리플도 달아주고 하면 며칠밤은 제군들의 심심한 밤을
조금이라도 덜 심심할 수 있게 해 주도록 노력할께.
우선 내 소개를 해볼께.
난 지금 27에, 7년간 원숭... 아니, 일본에서 사업 하다가 지진나기 직전에 갑자기
회사 팔고 한국에 들어온 럭키한 훈남이야.
하지만 로즈마리님처럼 아직 결혼은 못했고...... 로즈마리님, 저도 닭갈빈가 뭔가 아뭏든
오늘 만드신 그거 좋아합니다.
잡소리가 너무 길어졌다.
로즈마리님처럼 시리즈물로 몇개 올려볼 생각인데, 첫화니까 특별히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 해.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덜덜 떨릴만큼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데, 나한테 있어선 꽤 큰 기억이라서 그냥 5분 버렸다 생각하고 읽어봐.
끝까지 읽어보면 그래도 좋은 이야기야.
제군들은 차를 사 봤나?
물론 여자들도 첫차는 소중하겠지만, 우리 고추달고 나온 동지들에게 있어선
내돈주고 산 첫차는 첫사랑과도 같은거야. 나만그런가...
아뭏든, 난 일제 중고차를 사서 자동차 뿐만 아니라 부품이나 기타등등을
외국에 수출하는 작은 회사를 차려서 시작했는데, 조금 바빠지니까
지방까지 차 사러 가야할 일이 많아져서, 큰맘먹고 차를 한대 장만했지.
21살에 3000만원가까이 하는 중고 렉서스, 내딴에는 똥줄타게 힘들게 번돈이지만
차는 좋아하는거 사자고 생각해서 산거거든.
응, 난 여자만큼 차를 좋아해.
막 기반 잡혀가는 사업, 사업 해 본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빠.
혼자서 하루에 15시간, 20시간 운전하고 지방을 누비고 다녔어.
1주일에 주말 빼고는 거의 다 차에서 물에 식빵먹고, 차에서 잔거 같아.
하지만, 인간은 사회성 동물이야.
저따위로 살면, 고추가 빠지도록 고독해지지.
하지만 난 고독하지 않았어.
내 사랑하는 차와 외지에서 매일 같이 먹고 자고 그러니까 같이 여행다니는것 같고, 차랑 대화도 하고.
정말 햄볶했어.
응, 난 여자만큼 차를 좋아해.
돈없어서 기름한번 만땅으로 넣어본적이 없어서,
"오빠가 밥도 한번 배불리 못 먹여줘서 미안해..."
라고 진심을 담아 말하고.
차에서 자는 날은, 자기전에 항상 대충 슥슥 닦으면서,
"오빠가 깨끗이 씻겨줄께, 부끄러워도 참어"
라고 진심을 담아 말하고.
타이어 갈면서,
"오빠가 신발 사줄께, 뭐 신고싶어?"
라고 진심을 담아 말하고.
아, 미친놈은 아니야, 단지 남보다 아주 약간 차를 좋아하는데 말로 표현했을 뿐이지.
혼잔데 뭘못해?
이렇게 키운 우리 예쁜사랑이 10만km를 찍었을 때부터 차에 이상이 생겨.
우리 이쁜이랑은 4만몇천km에서 시작한 사랑이 10개월 만에 빛의속도로 폭풍사랑 한거지.
그날은 동경 윗쪽에 있는 토치기현의 구석떼기 촌까지 물건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
내고향 전라도에서도 드문 촌구석이었어. 오른쪽엔 산, 왼쪽엔 밭,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
가로등도 차선도 없는 좁은길. 빛이라곤 내 차 헤드라이트 말고 딴건 안보여.
제군들중에 그런길을 가본 용자가 몇이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새카만 암흑속에선, 자동차 실내도 깜깜해.
암흑속에서 멍하니 운전대만 잡고 있는거야.
한참을 그냥 담배 물고 노래나 흥얼거리면서 가는데, 룸미러 있지? 운전석이랑 조수석 사이에 있는 거울.
검은색으로만 비춰지는 룸미러... 거기에 희끗한게 딱 눈 깜짝할새에만 비치는거야.
담배연기를 잘못봤겠지 하고 그냥 넘겼는데 그게 서너번 반복 되니까 신경쓰이잖아.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룸미러를 다시 맞추려고 손을 뻗쳤는데, 밤에 앞보고 하니까 손이 더 가버린거지.
약간 왼쪽으로 돌아가버려서(일본 차는 오른쪽에 핸들이 있음) 조수석을 비추는 미러를 흘끔 쳐다봤는데..
암흑속에 묻혀서 조수석에 누가 앉아있는거야.
난 정말 놀랐어.
정신병자처럼 브레이크를 밟으면서도 미러에선 눈이 안떨어지는거야.
몸이 굳어봤어?
뒷통수가 차디차지고, 움직이는건 눈알밖에 없어.
나도 그랬어.
눈알만 움직여서 아주 흘끔 조수석을 봤어.
새카만 화면에 하얀 줄 하나만 그어진 내비가 비추는 희미한 빛에, 조수석에 앉아있는..
현실감 없는.. 인간은 인간인데 인간이 아닌건 확실한? 그냥 여자라는 개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새하얀 여자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활짝 웃고있었어..
지금도 정말 이상한게, 막상 눈이 마주치니까, 겁도 안나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악셀을 서서히 밟고 밝은데로 가야지... 밝은데로 가야지... 하면서 앞만보고 달려서,
어떻게 가로등 있는곳까지 가서 보니까 조수석엔 아무도 없었어.
그냥 그 다음날에 친구들한테 하나하나 다 전화해서 어제 귀신봤다며 자랑했지.
문제는 그날 이후부터야.
난 그냥 피곤해서 헛것봤다고 생각하고 그냥 살았어.
근데, 뭔가 이상한게....
언젠가부터 차에 여자랑 단둘이 타게 되면 문제가 일어나.
왜, 일하다 거래처 언니같은 사람 태울 수도 있고, 그냥 친구 태울 수도 있고 그렇잖아?
항상은 아니지만, 여자만 태우면 차가 고장나는거야.
그중 생각나는게,
노래 틀어놓고 시동껏다가 다시 켜면 그냥 자동으로 노래 나오잖아?
내가 먼저 타서 시동 켜놓고, 여자사람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기다렸거든?
그 여자사람이 타고 문 닫자 마자 잘만 나오던 노래가, 그 왜 옛날에 늘어난
카세트 테잎에서 나는 목소리, 갑자기 엄청 큰 소리로 나는거야.
껐다가 켜니까 다시 되긴 됐어.
그리고, 동경 시내에서, 누차 말하지만 동경 시내야.
여름이었는데, 그냥 아무것도 아닌 여자사람친구랑 학교에서 어딘가로 태워다주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아주 느닷없이, 잘만나오던 에어컨에서, 푹 곯은 멸치젓 냄새가 나는거야.
푹 곯은 멸치젓 냄새 맡아 봤어?
도시 한복판에서 30분 넘게 그런 냄새가 나?
그것 말고도 내비가 고장나거나, 조수석 문이 안열린다거나,
비오는날 와이퍼가 오작동 한다거나, 주행중에 경보 알람이 울린다거나, 이런 자질구레한건 그냥 패쓰 하겠어.
난 통큰남자.
이제부터 심해지는데.
이런 나에게도 여자친구란게 생겼어. 내가 여자는 좀 잘 꼬시긴 해.
사귀고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어.
이제 제군들도 대략 알겠지만, 차가 가만 안있겠지?
응, 주행중에 뒷 범퍼가 아무 이유없이 떨어졌어.
깨끗하게도 떨어졌어.
운이 좋아서 뒷차가 사고나거나 그런건 없었어.
자, 우리 수컷동무들!!
여자친구 사귀고 얼마쯤 지나서 뭐 어쩌다 보니 밤늦게 차로 집까지 바래다 주고,
가기전에 좀 이야기 하다 보니까 뽀뽀까지 진도가 나가면, 다들 생각하는건 하나밖에 없지?
손이 막 여자친구 옷 속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가 하고싶어 미치지?
응 나도 그랬어.
새벽 두시쯤에 여자친구 집앞까지 태워다 주고, 어쩌다 보니까 저렇게 됐다?
손을 옷 속에 넣은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얄밉게도...
경보시스템 작동...
새벽 두시에 주택가에서 시동은 안걸리는데 삐용삐용~ 삐이리리리리릭!! 삐이리리리릭!! 하면서
라이트란 라이트는 다 반짝거려봐...
새벽 두시부터 여자친구 아버님께 날 밝을때까지 훈계들었단다...
여기까지 오니까, 아, 뭔가 씌였구나 해서, 우리 회사다니는 후배 할머님이, 무슨 절에 계셔.
일본은 불교 종파가 워낙 많아서 설명은 안할께.
그 할머님한테 봐달래니까.
"응, 자네는 벌써 장가 갔네." 라는거야.
들어보니까, 한국도 그러는지는 모르는데, 일본에서 믿는건 어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지,
인간이 사념을 쏟아부으면, 없던 영도 깃들게 된데.
그 인간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만들어지는거라서 어떻게 할 수는 없는거래.
내가 하도 자동차를 여자처럼 대하고 잘해주니까, 실제로 여자가 된거래.
하지만, 그 영이 생긴 이유가, 내가 너무 잘해줘서 생긴것이라서, 장난은 쳐도,
내가 다치거나 해를 끼칠 일은 부처님을 걸고 없다고 하시니, 그냥 왠지모르게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어.
그날부터는 더 차에 애정이 가고, 더는 여자 태운다고 고장나거나 그런 일은 안 일어났어.
그런데...
몇개월 후에, 사고가 났지.
카와고에카이도 라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가 있는데 7중 추돌사고가 있었어. 난 그중에 한가운데.
앞에서 트럭하고 승용차가 사고가 나고, 내리막 길이라 나도 못 멈추고 트럭 밑으로 들어가 버렸어.
차고가 좀 낮아서인지 그냥 들어가더라고.
난 부딪혀서인지 뭔지, 앞유리가 깨지는것까지만 보고 정신을 잃었어.
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고 하더군. 현대,기아만 그런게 아니었어!!
아뭏든, 나중에 들은 이야기 인데, 차가 운전석과 조수석은 차 지붕은 아예 없고 그냥 쓸려나갔다고.
뒤에서도 받혀서, 차는 형체도 없이 찌그러져 있고.
사람들은 다 내가 죽은줄 알았대.
그런데, 소방차 오고 구급차 오고 렉카가 끌고 해서 내 차를 빼 보니까,
희한하게도 시트가 뒤로 젖혀져 있어서 난 그냥 누워 있는 상태로, 긁힌상처 하나 없이 자고있었다고.
시트가 전동식인데... 그렇게 순식간에 뒤로 젖혀지나?
모르겠어, 내가 나 좋을대로 생각하는 것일지는 몰라도,
난 우리 이쁜이가 오빠를 지켜주고 하늘나라로 간거라고 믿어.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정말 각색따윈 하지 않았어.
제군들이 내 이야기를 안믿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살아있는것들처럼 자동차에도 진심을 담아 정성을 쏟아부으면
언젠가는 꼭 그 마음 돌려줄꺼야.
항상 안전운전 하고.
긴 글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펌]로즈마리의 일본경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