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엄마와 귀뚜라미 떼 〓━〓━〓━〓━〓━〓━〓━
초등학교 때. 친구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그 집 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귀뚜라미가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녀 엄마가 하루종일 귀뚜라미 잡느라고 고생이라고 친구는 불평했다. 툭툭 튀어다니는, 바퀴벌레처럼 거무튀튀한
색의 불쾌한 곤충이, 그것도 한 두마리도 아니고 떼로. 왠지 싫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년쯤 지나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가기
전, 문득 그 생각이 났지만 설마- 했다. 단독주택으로, 정원이 딸린 오래된 집이었다. 하지만 감탄도 잠깐.
현관을 열자마자 방
마루에 한 마리의 귀뚜라미. 정말 저것도 큰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위이잉- 하는 모터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그치자 안에서 친구의 어머니가 나왔다. 거실 식탁 위에는 조금 큼지막한 믹서기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옆에는 과자가 진수성찬처럼 쌓여있었다.
믹서기 안을 흘낏 보니까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유리의 내용물은 뭐지? 참깨? 한방약?
그후 친구의 어머니가 어디에선가 돌아왔다.
손에는 대량의 귀뚜라미. 그것을 믹서기에 넣고 스위치 on. 그리고는 가만히 그 광경을 응시하는 친구의 어머니.
「응, 우리
엄마, 조금 머리가 이상해졌거든」
친구는 조금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태연하게 과자를 베어 물었다.
〓━〓━〓━〓━〓━〓━〓━ 일본의 바퀴벌레 〓━〓━〓━〓━〓━〓━〓━
세계에는 사람을 괴롭히는 매우 다양한 해충이 존재하지만 보통 아무거나 연상되는
해충을 고르자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바로 바퀴벌레. 그 놀라운 번식력이나 어이없을 정도의 생존력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해충이라는 점에서 그 인지도는 단연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바퀴벌레의 수는 얼마나 될까?
그
정확한 수는 아무도 측정할 수 없지만 전 세계의 바퀴벌레는 약 1조마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생각보다는 적은 편이다), 가장 바퀴벌레가
많이 거주하는 나라는 놀랍게도 일본이다.
그 수는 약 230억 마리로, 2위의 오스트레일리아를 2배
가까운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이것을 일본의 전 세대수 5000 만호로 나누면, 단순 계산으로 한 집당 460 마리가 번식하고 있다는
소리.
심한 경우로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쵸의 한 상가건물에서 너무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하여 그것을 구제하기 위해 바퀴벌레 구제용
연막탄을 터뜨렸더니 집에서 도망친 거의 1만 마리에 육박하는 엄청난 바퀴벌레 떼가 큰 길로 넘쳐흘러 마치 검은 카페트처럼 온 도로를 다 덮어버린
사례도 있다.
〓━〓━〓━〓━〓━〓━〓━ 중국여행 〓━〓━〓━〓━〓━〓━〓━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설문조사에 참가하자 추첨으로 운좋게 동남아
크루즈 여행권이 당첨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행 전날 몸살이 발병해서 아쉽지만 결국 아내와 아이들만 여행을 떠나보냈다. 여행
당일, 자택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사람의 조심스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강도다····!!!)
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몸살에 걸린데다 여럿과의 싸움이라니,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수화기를 들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후 다락방으로 몸을 숨겼다.
천장에서 작은 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자, 현관을 따고 침입한 강도는
남자 셋(a,b,c).
a「뭐야, 아직 이불이 따뜻하잖아···」
b「그럴리가. 분명히 지금쯤은 항구로 가도 예전에 갔을텐데. 어이, 차는 제대로
확인했어?
”!%!&」
c「#!”#”!%!&%%」
b와 c가 주고 받은 말은 분명 우리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c가 꺼내든 단도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셋은 조심스럽게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이제 들키는 것은 시간 문제.
그때였다.
경찰차가 요란한
싸이렌 소리를 울리며 집 근처로 접근해왔다. 강도들은 베란다 창문을 깨고 달아났다.
조심스럽게 숨어있던 그는 다시 방으로 내려왔고
집에 들이닥친 경찰과 사정청취를 하고 있었다. 그때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지금 여기 항구인데, 이런 배 편은
없다는데? 이거 표 뭔가 잘못된거 아냐?」
〓━〓━〓━〓━〓━〓━〓━ 어느 라멘 가게 〓━〓━〓━〓━〓━〓━〓━
어느 라멘가게.
그 곳은 항상 손님이 줄을 서서 먹는 유명 맛집으로,
영업은 언제나 성황이었다.
그러나 거기의 라면은···
화학조미료를 듬뿍 사용하고, 돼지 지방이 거의 1센치에 걸쳐 막을 이룬
채로 둥둥 떠있다.
덕분인지 겨울이라고 해도 라멘에서 뜨끈한 김이 올라오지 않는다. 뜨거운 김을 그 돼지기름의 막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들은 마늘, 후추를 코에 땀이 줄줄 날 정도로 뿌리고는 후룩후룩 라멘을 먹어댄다.
그 가게의 주인
아저씨는 조금 안색이 안 좋은 단골손님을 발견하면 곧잘 기념 사진을 찍곤했다. 가게 벽에 압정으로 꽂힌 폴라로이드 사진은 대략
50여장.
「저기 사진에 나와있는 놈들은 지금 다 죽은 놈들이야」
아저씨는 그 중에서도 가장 최신 사진 하나를
가리켰다.
「이 사람은 바로 요 얼마 전에 간이 망가져서 죽었다. 그리고 저기 저 손님은 입원을 했는데도 병원을 빠져나와서 우리
가게에 라멘을 먹으러 왔다. 이제 곧 저승길 떠나겠지. 터무니 없는 초고칼로리 고단백에 고나트륨, 화학조미료가 범벅이 된 라멘을 일주일에 네
다섯번이나 쳐먹어대니... 엉덩이에서 돼지기름이 줄줄 새나오지는 않는게 신기할 정도. 지방간 진단을 받거나 몸에 두드러기가 슬슬 나는 지경인데도
질리지도 않고 계속 먹으러 오는 놈들을 보면 사진을 함께 찍곤해. 게다가 이게 전부라는 보장도 없지. 아마 나 모르게 죽어버리는 놈들도 숱하게
많을걸」
그는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지독하게 몸에 나쁜 음식을 만들지 않을 수도 없어. 기껏 고생하며
좋은 음식을 만들어도, 자극적인 맛이 아니면 팔리지를 않아.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목표로 한 적도 물론 있지만, 그래서야 가게가 돈이
안 되지. 결국 몸에는 독이 되고 입에만 좋은 요리가 아니면 기억해주지를 않아. 이상한 놈들. 돈을 내면서까지 독을 쳐먹고
있으니」
아저씨는 손가락에 끼워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중얼거렸다.
「외식을 해도, 라멘은 어지간하면
먹지마」
〓━〓━〓━〓━〓━〓━〓━ 칭찬 살인? 〓━〓━〓━〓━〓━〓━〓━
나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각 교실의 불을 끄던 도중 한 남자아이가 남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늦었으니까 이제 집에 가자꾸나, 하고 말을 걸었는데, 모르는 것이 있으니까
가르쳐주세요, 하길래 가르쳐주셨다고.
그리고 다음 날도 또 그렇게 교실의 불을 끄러가자 아이가 있었고, 매일 방과 후 공부를
가르쳐주셨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아버지는 그 아이의 반 담임 선생님께
「a군이라고, 방과 후에 매일 남아
열심히 공부하는 애 있잖아요. 칭찬 좀 해주세요」
라고 말하자 그 선생님은
「에? a군은 10년 전에 사고로
죽었는데요…」
라고. 그러자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방과 후에 그 아이 옆에 가서 공부를 가르쳐주다가 갑자기 슥
말했다.
「a, 너는 죽었어」
라고. 그랬더니 a군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벽 속으로 들어갔다.
〓━〓━〓━〓━〓━〓━〓━ 1리터의 눈물 〓━〓━〓━〓━〓━〓━〓━
넓은 우리 대학교 도서관. 우연히 읽은 한 권의 책과 그 후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 대학교는 의료계열의 단과 대학으로, 도서관에서 심야에 시험공부 중이었다.
우리 대학은 좁지만 도서관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래봤자 의료계열의 책 뿐이지만.
한참을 공부하다가 좀 지친 나는 기분전환이라도 할 생각으로 도서관 산책을
나섰다.
평상시에는 잘 가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느낀 순간, 한번도 본 적 없는 코너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고 코너.
아기자기한 소설이나 미야자와 겐지 전집, 만엽집이나 의학에 관련된 에세이집들(야나기다 쿠니오의「희생」등)이었다.
신기한 마음으로 슥 바라보고 있었는데, 본 적이 있는 제목이 나왔다. 그것은 보다가 눈물을 쏙 뺀 슬픈 드라마「1리터의
눈물」원작소설이었다. 굉장히 낡은 상태였다. 뒷커버를 보자, 쇼와 59년 발간이라고 써있었다. 하는 김에 후기라도 읽을까 싶어서 페이지를
넘기자, 소설의 실제 주인공 어머니가 쓴 말이었다.
「빨리 그 아이가 힘이 나길. 쇼와 59년 o월 o일」
하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문장 왼쪽에는 연필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쇼와 61년 o월 o일, 사망」
누가 이런 짓을! 그리고 정말 이 날에 죽은 것일까! 아니 설령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부러 어째서! 나는 떨면서 책을 선반에 다시 꽂았다.
〓━〓━〓━〓━〓━〓━〓━ 아내와의 약속 〓━〓━〓━〓━〓━〓━〓
결혼을 앞두고, 아내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아내「바람 피우고 다른
여자와 육체관계를 가졌다가는 오빠 거시기에 면도기로 내 이름
새겨버릴거야!」
라고 약속했다. 물론 농담이라고
생각했고. 적당히 ok했다. 그리고 결혼 이후 나는 바람을 몇 번 피웠다. 그러다 한번 걸렸다.
그러자 아내는 한밤 중에「면도기로
거시기에 이름 쓴다고 약속했잖아」하고 말했다. 이미 7년 전 이야기, 나는 코웃음을 쳤다. 당연히 면도기로 거시기에 이름을 쓸 일도 없었다.
주말, 술을 마시고 돌아온 아침, 눈을 뜨자 양 손과 양 다리가 침대에 묶여있었다. 면도기를 손에 든 아내는「기왕의 거시기라면,
귀두에 이름을 새겨줄께」하고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문득 그 광기 어린 모습에 겁이 난 나는「거시기에 이름을 새기다니, *
소리 하지 말아! 하기만 해, 그딴 짓 했다가는 즉시 이혼이다 이 년아」하고 말한 순간, 그녀는 무서운 얼굴로 「그럼 거시기가 아니라도
좋아」라면서 가슴에서 배에 걸쳐 면도기로 크게 내 이름을 썼다.
침대 위는 피투성이가 됐고, 아내는 방을 나섰다. 나는 너무나 큰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이틀 후, 회사에서 내가 이틀간 출근도 안 하고 연락도 안 된다며 집에 연락을 했고, 걱정이 된 부모님이
우리 집에 들러 겨우 발견되었다. 상당한 출혈에다, 침대에 이틀이나 묶여있었으므로 체력이 쇠하고 똥오줌도 지린 상태였다.
병실에서, 아내는 발견되었느냐고 묻자 일단 발견되었다고 어머니가 대답했다. 어디서 발견되었냐고 묻자, 창고로 쓰고 있는 일본식
방에서 발견되었다고. 조사한 결과 사후 1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처음 생각했지만 곧 나는 아, 그랬던
것인가. 하고 입을 다물었다.
요도에 넣은 관이 정말 아프다.
왜지.
사과 쥬스를 마시고 싶다.
〓━〓━〓━〓━〓━〓━〓━ 천벌 〓━〓━〓━〓━〓━〓━〓━
몇 년 전 이야기다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나는 시험을 망쳐서 완전히
초조한 마음에, 공부보다도 소원빌기에 미쳤다.
집 근처 신사에서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참배를 올리고 대학입시 성공을 기원했다.
(물론 공부도 하고) 그러나 대입에는 실패했다···
사실 당연히 내가 잘못한 것이지만, 나는 '그토록이나 기도를 올렸는데' 하는
마음에 신사의 영험함에 미움과 의문이 들었다. 나는 매일 참배하던 신사의 영험함이 어느 정도인가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방식은, 신사 안의 물건을 훔치고 천벌을 받을 것인가 아닌가 시험하는 방법이었다. (당시 나는 눈에 뵈는게
없었다)
나는 즉시 신사에 가서 사당 안 탁자 옆을 보자 목상과 평평한 돌이 놓여져 있길래 돌을 훔쳤다. 그리고 사당 앞에서「만약
이 신사에 정말로 신의 힘이 있다면 일주일 내로 나에게 천벌을 내려봐라!」하고 선고했다. 나는 훔쳐 평평한 돌을 자전거 짐받이에 끈으로
묶고 유유히 신사를 뒤로 했다
3일 후였다, 그 날, 나는 친구네 집까지 자전거로 갔다.
비가 내릴 것 같길래 일단
우산을 가져왔는데, 달리는 도중 우산 끝이 땅바닥에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 순간 나는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우산이 바닥에 끌리면서
급정지가 걸린 바람에 자전거가 앞 바퀴를 중심으로 완전히 한 바퀴 회전해버린 것이다.
나는 가까스로 얼굴이 땅바닥에 충돌하는 것은
막았지만, 무슨 일인지 정신을 못 차리고 도로에 납죽 엎드려 있었는데 그 찰나, 한바퀴 빙 돈 자전거 짐받이가 뒷퉁수를 후려쳤다. 짐 받이
안에는 신사에서 훔쳐온 돌이 있었는데! 이것이 내 뒷통수를 직격한 것이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그런 기가 막힌 우연에 이르자
나는 신사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서둘러 신사에 돌을 돌려주고 사과했다. 이후, 나는 재수생 1년간 신사에 모신 신에 대한 참회와
새전기부, 자주봉사(주말에 신사의 마당을 쓸거나)를 했고, 그 다음 해 봄에는 무사히 대학 입학에 성공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고.
역시 노력도 없이 신에게 의지하거나 신에게 엉뚱한 화풀이는 하면 안 돼.
〓━〓━〓━〓━〓━〓━〓━ 심야의 편의점 〓━〓━〓━〓━〓━〓━〓━
토요일 저녁, 새로운 게임을 산 나는 열중해서 게임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갑자기 배가 요란하게 꼬르륵 대길래 냉장고를 뒤졌지만 별로 먹을만한게 없었다. 그냥 자면
좋을걸, 배가 너무 고파서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갔다. 집 앞 골목을 지나면 약간 완만한 비탈길의 큰 길이 있는데...
근처에
대학이 있어서, 주말 한밤 중의 큰길 근처에는 불량한 애들이 많이 모이는 편인데, 보통 아무리 심야라도 손님을 태우려 배회하는 택시나
술주정꾼들이 꼭 있는데 그 날은 술주정꾼은 커녕 길가에 차도 없었다.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가, 싶어서 편의점으로 향하자 편의점 앞의
버스 정류장 벤치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하얀 윗도리에 하연 스커트를 입은 여자였다. 근처에 인기척도 없고 약간 기분이 나빠서
빠른 걸음으로 스쳐지나려던 차에, 가냘픈 목소리로「저 죄송한데요, 지금 몇 시인가요?」하고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꽤 예쁜
얼굴이었지만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아서「o시 oo분이에요(시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하고 대답하고는 편의점으로 맹렬히 대쉬. 재빠르게 쇼핑을
끝마치고, 귀가하는 길은 건너편 반대편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길 건너편쪽을 바라보자, 여자는 더이상 보이지
않길래「흠... 」하며 집으로 향했는데, 문득 언덕 저 위에서 뭔가 싸우는 소리같은 것이 들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자 언덕에서 누군가가 달려
내려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기색을 느낀 나는 건물 그림자에 숨어 통과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점점 발소리가 커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바짝 굳은 내 앞으로, 상반신 *의 젊은 남자가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비탈길을 달려 내려갔다. 순간 남자 몸에 가는 선같은 상처가
몇 군데 보였는데, 붉은 것도 보였다. 아마 피였으리라.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어디론가 달려가자, 왠지 무서워진 나도 빨리 집에
돌아가려고 큰 길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언덕 위에서 하이힐 소리같은 것이 들려왔다. 또깍 또깍 하고.
아파트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
언덕 위에서는 하얀 윗도리의 하얀 스커트를 입은 그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또깍 또깍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등
근처를 지나던 여자의 왼 손에 뭔가 빛나는 것이 있었다. 잔뜩 움츠려든 나는 이미 심장이 터질 것처럼 오그라 든 상태였다. 그 직후 나는 집으로
눈을 질끈 감고 맹렬히 달렸다.
귀 안쪽에 아직도 힐 소리가 메아리치는 와중에, 집 문을 닫고 밖을 확인하려고 빼꼼히 문의 스코프로
밖을 보고 있자, 멀리서 또 힐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문에 등을 돌리고 완전 정신이 반쯤 나가다시피 웅크리고 있자, 발소리는
점점 다가와 집 근처, 현관 앞을 한참이나 왕복하며 서성이다 또 멀어져갔다.
그 때부터 심야의 편의점은 가지 않고
있다.
〓━〓━〓━〓━〓━〓━〓━ 자살 〓━〓━〓━〓━〓━〓━〓━
할아버지의 체험담입니다. 군데군데 희미한 기억이지만...
할아버지는
전직 소방대원으로, 그 당시는 시골의 작은 소방서에서 대기조로 근무하고
있었는데...갑자기 경찰관 한 명이 소방서에
뛰어들어왔다.
「죄, 죄송합니다! oo씨(할아버지 이름), 조금 도와주세요!」
「무슨 일인데?」
「가족
동반자살입니다. 목을 매달았어요」
「알았다」
직업덕분인지 간이 커서인지 원래 그런 일에 별로 두려움이 없는 할아버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뛰어나왔다. 도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동반자살을 한 가족의 친척이라는 사람이 그 집을 방문했다가 처마 끝에 온 가족이 목을 매단
처참한 광경을 보고는 신고를 했다고. 경찰관이 신고를 받고 서둘러 현장을 찾았지만 인원이 인원수인지라 사람을 부르러 일단 할아버지를 부른
것이다.
그래서 둘이 현장에 도착하자, 갑자기 경찰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놀라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는데?」
「히, 한 명, 한 명이 늘었어요! 저 사람!」
처마 끝에, 일가족과 함께, 신고를 한 그 친척이 목을 매달고
있었다고.
〓━〓━〓━〓━〓━〓━〓━ 이빨 달린 여자 〓━〓━〓━〓━〓━〓━〓━
옛날 이야기.
「옛날 옛적,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음부에는 이빨이 나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사귄 남자는 모두 남근을 물어뜯겨 죽음을 당했고 결국 그녀는 독신
으로
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머리 좋은 남자가 그녀와 결혼한 후, 그녀와의 첫날 밤에 그녀의
음부에 쇠로
된 봉을 삽입했다. 그녀 음부의 이빨은 철봉을 물어뜯다 결국 모두 부러
져버렸고 그녀는 보통 여자가 되었고 그렇게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
약간 야하고도 이상한 이야기. 그러나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일부 견해에 따르면
구강성교 혹은 질경련에 의한
성교 장애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 다친 동물 보호기금 〓━〓━〓━〓━〓━〓━〓━
꽤 오래 전, 어떤 홈페이지에「다친 불쌍한 동물들에게 기부를」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쪽 발이 없는 개나, 내장이 튀어나온 고양이 등, 차마 보고 있기 힘들 정도의 끔찍한 사진들이었다. 하지만 회복 경과의
사진을 순서대로 게재하고 있었으므로 그 점에 감동받아 기부금도 제법 모인 듯 했다. 제대로 기부를 수술비로 사용하는 듯 했고, 동물들이 건강을
되찾은 모습에 안심하게 되는 그런 홈페이지였다.
그러나···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엉망진창이 된 손발이 치료가
가능한 것일까? 내장이 삐져나온 고양이가 과연 살아날 수 있어을까. 게다가 거리의 다친 개와 고양이들은 다 어디서 데려온
것일까.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라서 문득 그 사이트의 이미지 작성 시기를 조사해보았다.
완치 후의
사진은, 끔찍한 모습의 사진보다 더 먼저 작성되어 있었다.
〓━〓━〓━〓━〓━〓━〓━ 곤충채집 〓━〓━〓━〓━〓━〓━〓━
초등학생 무렵,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포충망을
들고 야산을 이리저리 떠돌며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대단한 것을 잡았습니다.
몸길이 13.5cm의
풀무치 메뚜기(다리 길이 미포함)
표본으로 학교에 제출했는데, 다음 날 학교에 소문이 퍼져 전시장이었던 과학실은
점심시간에
엄청나게 붐볐습니다.
그러나 화제가 된 것도 잠깐, 그 표본은 이틀만에 철거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프린트를 나눠주었습니다.
「과학실에 있던 표본 메뚜기는, 풀무치가 아니라 메뚜기 과의 외국계 다른 종의
곤충으로
밝혀졌습니다. 토종 곤충이 아니라 원래 크기가 큰 종류의 곤충으로, 학생 여러분들은
더이상 화제로 삼아 과학실
인근 교실의 수업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 후, 부모님과 함께 교장실에 불려가 선생님이 아닌 몇몇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생활지도방침 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어린 생각에도 그들이 매우「화를 내고
있다」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무심코 당시의 일이 생각나 부모님께 묻자 그 표본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이름 크기 잡은 장소
풀무치 13.5cm 미하마
원자력 발전소 녹지공원
〓━〓━〓━〓━〓━〓━〓━ 승려와 뱀 〓━〓━〓━〓━〓━〓━〓━
옛날, 매우 높은 신분의 승려를 시중드는 젊은 승려가 있었다.
그 젊은 승려가
하루는 높은 신분의 승려 수행을 위해 함께 에도에 가게 되었는데 여름 날
잠이 온 그는 넓은 승방 한 구석에서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그는 한참 잠을 자다가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성교를 나누는 꿈을 꾸다 몽정을 해버렸다.
그 순간 깜짝 놀라 잠에서
깨니, 자신의 옆에는 길이 1미터가 넘는 뱀이 있었다. 뱀은 죽어
입을 열고 있었다. 무서움에 몸부림치며 문득 자신의 가랑이를 보자 몽정을
한 탓에 젖어
있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예쁜 여자와 관계를 맺는 줄 알았더니, 실은 뱀이 상대였단
말인가」
그러자 정말 미쳐버릴만큼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뱀은 열린 입에서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깊이 잠든 나
자신의 음경이 발기한 탓에, 뱀이 와서 그것을 가려주려 했다. 그것을 여자와
관계를 나누는 것으로 착각한 나는 꿈을 꾸고 만 것이다.
그 후 사정한 것을 뱀이 마시고
죽어버린 것인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를 떠난 그는 남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음경을 씻은 후
「누군가와 상담하자」
하고 생각했지만
「이런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뱀과 성교한 스님이다, 따위로 놀림이나 받고
기피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을 고쳐먹은 그는 그 일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너무나도 그 일이 무서워진 그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참을 수 없게 된 그는 아주 친한 승려에게 말했는데 들은 이
역시도 무서워하며「축생이 사람의 정액을 받으면 반드시 죽는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다행히 그 승려에게는 이후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불경을 저지른 것에 대한 죄책감과 공포와 자기혐오로 인해 한동안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다고.
〓━〓━〓━〓━〓━〓━〓━ 눈을 핥는 고양이 〓━〓━〓━〓━〓━〓━〓━
칸다 큐우에몬 마을에 살던 한 목수는, 아내를 잃고 홀로 살고
있었다.
외로움에 지친 그는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기 시작했는데, 가족이 없는 대신 그 애정을 모두
고양이에게 쏟으니 그 정성이 이를
데가 없었다.
돈을 벌러 마을로 나오면 그 날 하루 먹을 음식을 나누어주는가 하면,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면 마치
가족에게 선물을 사가듯 고양이 먹을 것을 사가는 매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수는 눈에 안질이 걸리고 말았다.
아픔을
견디기 어려워 의사에게 진찰을 받자 그 병은 매우 난치병이라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
이었다. 일에서도 쫒겨나고 생활이 궁벽해진 그는
고양이에게 줄 생선 한 마리 사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하루는 그는 고양이를 앞에 두고
「지금까지 오랫동안 너를
기르면서, 내가 먹을 음식까지 너에게 나눠주곤 했지만, 지금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안질에 걸렸고 나을 전망도 없다. 미안하지만 이제
너를 기를 방법이
없다. 어쩌면 좋으랴」
하며 마치 사람에게 말하듯 말했다. 그렇게 한탄하며 잠에 든 목수. 고양이는
그날 밤부터 그의 병든 눈을 혀로 끊임없이 핥았다. 목수는 깜짝 놀라 눈을 떴지만 이후부터 밤이고 낮이고
고양이는 그의 눈을 핥았다.
그런데 희한한 일은 그러자 점점 눈이 좋아지기 시작해 어느 날
인가부터는 한쪽 눈이 마침내 치유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고양이는
그 무렵부터 한쪽 눈이 감기듯 보이지 않게 되었고, 이윽고는 갑자기 집을 나가 종적을 감췄다. 이후 고양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목수는 고양이가 집을 나간 그 날을 기일로 잡고 불경을 외며 제사상을 차려주는 등 은혜갚은 고양이에 대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 같은 운명을 갖고 태어난 두 사나이 〓━〓━〓━〓━〓━〓━〓━
1900년 7월 28일, 이탈리아.
당시의 이탈리아의 국왕인 움베르트
1세는 부하인 버그리어 장군과 함께 몬트시의 한 레스
토랑에 행차했다. 국왕은 다음 날 그 거리에서 개최될 스포츠 대회에 손님으로
초대되어, 그 날은 그 거리에서 숙박하기로 한 것이다.
국왕이 식사를 하고 있노라니, 아까부터 저 편에 서있는 레스토랑 주인과 계속
시선이 마주친다. 끊임없이 이쪽을 보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왠지 낯이 익다.
신경이 쓰인 국왕은 부하에게「저 레스토랑의 주인 좀
불러다주게」라고 명했다. 부하는 곧바로 주인을 데려왔다.
국왕은 자신의 앞에서 경례를 하는 레스토랑 주인을 향해
물었다.
「아무래도 자네과는 초면이 아닌 듯 한데, 언제 만난 적이 없는가?」
「에,
외람된 말씀이지만 아마 그것은 폐하가 거울로 본 자신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국왕 폐하와 꼭 닮았다는
소리를 무척 많이 들어왔습니다」
「오, 그렇게 보니··수염도 얼굴도 체격도, 자네와 나는 닮았다. 그런 자네의 이름은 뭔가?」
「저
역시 움베르트라고 합니다」
「나와 이름이 같지 않나! 생년월일은?」
「1844년 3월 14일입니다. 토리노에서
태어났습니다」
「맙소사! 그것도 똑같다. 생일도 출생지도! 그럼, 다른 것을 물어보지. 이 가게는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네, 이 가게는 1878년 1월 9일에 오픈했습니다」
「그건 내가 왕위에 오른 날이다. 설마 이런 우연이! 그럼
결혼은 했는가? 아내의 이름은?」
「네, 결혼은 했습니다.1866년의 4월 2일, 아내의 이름은 마르가리타라고 합니다.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비또리오라고 합니다」
「그건 황후의 이름 아닌가! 게다가 황태자와도 이름이 같다! 결혼
날짜마저!」
국왕은 완전히 흥분해, 그야말로 아이처럼 들떴다. 자신과 이렇게까지 똑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 또 있다니. 놀라는 것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 여기서 자네와 만난 것은 뭔가의 인연인지도 모르겠네. 나도
앞으로는 여기에 올 때
마다 들르도록 함세. 앞으로 잘 부탁하네」
「아니오, 저야말로 폐하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니, 이런 영광은
둘도 없을 것입니다. 내일,
폐하가 관람하시는 경기에 저 역시도 꼭 참석하고자 합니다」
「그럼 내일 또 만날 수 있겠군. 그
때 또 천천히 다시 이야기하세나」
그렇게 말하고는 국왕은 그 가게를 뒤로 한 채, 숙박지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국왕은 예정대로 대회관람에 나섰지만 어제 그 남자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신경이 쓰이던 차에 부하인 버그리어 장군이 달려왔다.
「폐하! 갑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어제 만난 그 남자는
죽었다고 합니다. 총을 손질하던
도중 갑자기 총기가 폭발하는 사고로...」
국왕은 크게 놀랐다.
「뭐라고?
그 남자가 죽어? 어제 만난 바로 그 직후에...」
국왕은 크게 실망했지만 곧 침착했다.
「그의 장례식에는 나도
출석해야겠네. 조문을 해야겠.....」
국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장내에 총성이 울렸다. 암살자가 국왕을 노리고 쏜
총성이었다. 탄환은 국왕의 심장을 직격, 왕은 즉사하고 말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꼭 닮았던 레스토랑 주인과 국왕은 심지어 죽는
날까지도 같았다.
〓━〓━〓━〓━〓━〓━〓━ 갈증 〓━〓━〓━〓━〓━〓━〓━
여행 가이드 시절의 이야기.
여름, 한 전문학원의 수학여행 가이드로 히로시마 시내의 호텔에 묵었을 때의 이야기.
한밤 중 갑자기 견딜 수 없는 갈증에 깨, 잠자는 동료들 사이를 빠져나와 샤워실로 향했다.
수도꼭지를 힘차게 틀어, 물을
마셨다. 하지만 전혀 갈증은 해소가 되지 않고, 더욱 목이
마를 뿐이었다.
「이상하다…. 이래서야 물 배만 찰 뿐
아닌가」
나는 더 이상 물을 마시는 것을 관두고 이불로 돌아오기로 했다.
방이 너무 건조해서 그런 것일까 싶어 에어컨을
확인해보니 바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일에라도 호텔 담당자에게 충고라도 하자」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 나는
진저리를 치며 크게 재채기를 했다….
「아니, 잠깐…. 이 방은 에어콘 때문에 추울 지경이다. 더위로 목이 마를 리는
없다…」
그때 갑자기 창 밖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빛은 점차 강해져 온 방 안을 비추었다.
나는, 너무나 눈부셔서
무심코 눈을 감았다.
몇 초 후,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방은 다시 어둠에 휩싸여있었다.
여기는 호텔 8층. 도대체 무슨 빛이 이 방을 비춘 것일까….
문득 본 손목시계의 일자는 8월 6일이 되어 있었다.
〓━〓━〓━〓━〓━〓━〓━ 피 〓━〓━〓━〓━〓━〓━〓━
회식에 참가한 그 남자는 꽤 취했다.
똑바로 걷기 힘들 정도로
취했지만, 어떻게든 무사히 집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피곤했기에 서둘러 자려고 우선 샤워실에 가서 컵에 물을 담고 칫솔에 치약을
묻혀
이빨을 닦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남자는 입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평소 잇몸이 약한 편이었던
그는 이빨을 닦는 도중에 피가 나오는 것 따위는
흔한 일이었으므로 신경쓰지 않고 계속 닦았다.
그러나···
이상했다. 피가 계속 나오는 것이었다.
이미
칫솔질 정도로 흘러나올 출혈량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남자는 당황했다.
문득,
깨달았다.
남자가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은 면도칼이었다.
〓━〓━〓━〓━〓━〓━〓━ 자명종 〓━〓━〓━〓━〓━〓━〓━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의 이야기.
나는 학교 근천의 맨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매일 동아리 활동 때문에 알람시계를
아침 6:30에 맞춰놓았다. 나는 아침 잠이 많은 편이라 일부러 소리가 큰
알람시계를
샀었고, 게다가 스윗치를 다시 넣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다음 날 아침이면 울리는 시계
였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어 고향에 내려갔는데, 깜박하고 알람시계의 스윗치를 끄고
가는
것을 깜박하고 말았다. 아마 한달간 매일 아침 6:30에 크게 울어댔을 것이다.
9월이 되어 내가 자취방에 돌아오자 누군가가 침입했었던 듯 유리창이 깨져있었고,
머리 맡에 있던 자명종은 완벽히 박살나 가루가 되어 있었다.
아무 것도 도둑을 맞은 흔적은 없었다. 아마도 옆 집이나 위
아래 집에 사는 누군가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에 분노, 남의 집에 방망이나 뭔가를 들고
침입해서
광분한 모습으로 시계를 부수는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은 섬뜩하다.
물론 내가 잘못하기는 했지만...
〓━〓━〓━〓━〓━〓━〓━ 「손가락 절단 마을」 이야기 〓━〓━〓━〓━〓━〓━〓━
지금 이 이야기는, 지금부터 20년도 더 된 옛날 tv프로그램「위크엔드」에 소개된
사건
입니다.
쇼와 50년대(1970년대), 그 사건은 일어났다.
장소는 큐슈
지방의, 과거 한때 탄광으로 번창했지만 광산이 폐쇄된 이후 완전히 쇠퇴해버린
마을. 그 마을에서 한 남자가 농사일 도중 실수로 벌초기에
자신의 발가락을 절단당했다.
이런 사건이라면 농촌 마을에서는 그리 드물지 않게 있는 일이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마을에서는 이상하게도 마을 사람들의 손발 결손사고가 빈발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손, 발, 귀, 눈을
다치는 사람들이 늘어갔고, 그 소문은 인근 도시와 마을에 퍼져
사람들은 그 마을에 뭔가 씌였다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마침내 보험 회사가 조사를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에 쓴 대로, 이 마을은
광부들이 활동하던 무렵에는 그들이 쓰는 돈으로 인해 나름대로
경기가 돌았지만, 폐광 이후 그들이 떠난 이후로는 침체 일로를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
나 그 마을 출신의 광부들의 경우에는 탄광 폐쇄에 대한 보상금과 공단 측의 퇴직금이 겹쳐
큰 목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하지만 뜻밖의 큰 돈을 손에 쥐게 된 그들은 그 돈으로 새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집을 쓸데없이 증축,
신축한다던지 집에 게이샤들을 초대해 논다던지, 가족을 모두 데리고
하와이 여행을 하는 등 흥청망청 낭비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그들이 그렇게 돈을 흥청망청 소모하던 시절까지는 어떻게든 마을의 경제가 유지되었
지만, 그들마저 돈을
소비해버리자 이제 마을의 경제력은 그렇게 결딴이 나고야 만 것이다.
돈을 모두 탕진한 그제서는 뒤늦게 다른 도시로 떠날 수도 없게 되었고,
생계를 잇기조차 어
렵게 된 폐광촌 주민들이 결국 취한 행동은····
그렇다. 보험금 사기였다.
돈을 계속 타내기 위하여, 그들은 보험에
든 자신의 몸을 조금씩 조금씩 사고로 위장하여
훼손한 것이었다. 보험회사가 그 사실을 밝혀내고 사기죄로 고소할 준비를 진행하던 차,
급기야 충격적인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큰일났어요! 농사일 중에 잘못해서 솥에 갓난아기를
그만···」
드디어 그 건으로 경찰이 움직이기 시작했고(역시 이미 수사는 하고 있었던 듯 하다) 결국
그 마을 사람들 거의
전부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사기, 범죄방조, 그리고 영아살해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상, 돈을 위해 그야말로 축생도에
이를 정도로 타락한 사람들의 마을,「손가락 절단 마을」
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뒷
이야기-
조사결과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솥에 자신의 아이를 빠뜨려 죽인 사건의 경우, 부부가
처음부터
사망보험금을 노리고「죽이기 위하여」아이를 임신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타락한 인간들의 모습이란, 이미 그 자체가 지옥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 호스피스 〓━〓━〓━〓━〓━〓━〓━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근무하던 병원에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
하나가 전해지는게 있습니다.
큰 병원에는 종종 더이상 살아날 확률이 사실상 없는 환자들에게 종말치료를
하기
위해 따로 그 분들을 위한 병동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따라 다릅
니다만, 비교적 개방되어 있는 병원의 경우는
종교단체를 위시한 자원봉사자들께
말기환자들의 수발과 정리를 도움받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병원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만, 어느
병원에 열 명 정도의 종교(크리스트계)
자원봉사자 분들이 왔습니다. 모두 친절하고, 병원측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말기환자들의 관리/수발을 전면적으로 그들에게 맡겼
습니다.
환자들도 차츰차츰 그들에게 감화되어 처음에는 죽음을
대단히 두려워하던 환자
들도 점점 표정이 바뀌고 삶의 마지막에 평화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병원측
에서는 이미 그 시점에서 너무
환자들이 종교에 빠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했지만
종교의 자유라는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었고 하물며 더이상 살아날 확률이
없는
분들이었던만큼 삶의 마지막 목적을 종교로 장식해나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견해로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갑자기 20명 정도의 환자가 같은 병실에서
일제히 목을 메어
자살해버렸습니다.
벽에는「우리들은 예수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라고 써있었다고 합니다. 병원
측에서는 물론 당연히
당황했습니다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일단 병원
측에서는 공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의
조사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종교단체는 순교를 지상목적으로 하는 교단이었다는 것입니다. 별명「자살
교단」
이라고도 하고, 자원봉사 명목으로 각지의 병원을 돌며, 포교하고는 말기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종교라고 합니다. 그나마 그
병원은 피해가 작았던 편으로, 심한
곳에서는 환자 전원이 분신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이것은 제가 근무하던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