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시간 : 2011/08/25 12:44:53짧은주소 : http://todayhumor.com/?panic_18849 제가 어렸을 때 일입니다. 부모님 결혼하시고 한참을 지하 사글세 방을 전전하시다가 겨우 돈을 모아 주공아파트에 입주하셨지요 대전 판암동이었는데 계단참에 오줌 지린내가 심하고 엘리베이터도 낡은 아파트였지만 두분은 굉장히 기쁘셨데요 맨 어둡고 습한 사글세방에만 살아서 어머니는 거의 폐소공포증에 걸릴 지경이셨거든요 그때 제 나이는 다섯살인가 여섯살인가 그랬고 그래서 이 얘기는 제가 기억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값싼 땅에 지은 주공아파트가 대부분 그렇듯 여기도 전에 공동묘지였던 땅이었다는 둥 어떤 가문네 선산이었다는 둥 소문이 있었데요 그런데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어느날 제가 독감을 심하게 앓고서는 그 이후부터 갑자기 이상한 것이 보인다고 하더라는 거예요
아버지는 2교대 근무라 집에 잘 안 계셔서 젊은시절 어머니와 어린 저만 있는데 자꾸 어린 아들이 배란다에 여자 머리가 둥둥 떠있다고 하는겁니다 어머니는 등줄기에 소름이 끼치는데 일단 차분하게 어떻게 생겼냐고 제게 물어보셨데요
그랬더니 여자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머리카락은 아래로 향한 그대로 있고 자꾸만 나랑 눈이 마주친다고 그러더라는거예요 가만히 제 얼굴을 들여다보니까 정말 뭔가를 눈으로 쫓는것처럼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더래요
그때 어머니가 확 겁을 드시고 주변에 수소문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셨대요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갑자기 밤에 자다가 갑자기 깨서 (독립심을 길러주려고 어릴때부터 작은방에서 혼자 잤는데) 울면서 안방으로 달려와가지고 헛구역질을 막 하더라는거예요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둥그스름해서 눈알이 다닥다닥 달린 게 자꾸만 내 몸으로 들어오려고 한다고 입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고 울더랍니다
어머니한테 이얘기 들으면서 소름이 쫙 끼쳤는데 이 때 기억은 이상하게 잘 안나는데 (근처 살던 친구들 두 명 이름도 기억나고 근처 지역도 대충 머릿속으로 그려지는데 이 사건만은 이상하게 기억이 안 나요) 딱 여기까지 얘기를 듣는데 둥근 덩어리같은 것에 사람 눈알같은 게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형체가 그 이미지가 딱 스쳐지나가는거예요
어머니 손을 잡고 작은방으로 가서 아무것도 없는 옷장 속을 가리키며 저기 있었다고 저기 있었다고 엉엉 우는데 어머니로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셨데요 그때부터 잘때 제 머리맡에 성경책과 묵주를 놓아두시기도 하고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반대로 경전과 염주를 놓아두시기도 하고 전혀 소용이 없으니까 용하다는 무당한테서 부적을 받아오고 소금을 뿌려두시기도 했는데 별의별 방법을 다 해봐도 소용이 없고 점점 심해지기만 하더래요
더군다나 그게 한 육개월정도 지속되다가 어느날은 거의 이삼일에 한번꼴로 밤에 경기를 일으키던 애가 이제 이게 심해지니까 안방으로 잠자리를 옮겨주셨다고 했거든요? 근데 막 울고불고 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축 가라앉은 얼굴로 엄마 그게 몇 개 안에 들어왔어 이러더래요 그러니까 그 다닥다닥붙은 눈알 중에 몇 개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고하더라는거예요 어머니는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절 안고 펑펑 우시고...
지금은 똥꼬발랄한 건강을 유지하고있지만 그때는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코피를 흘려쌓던 애였는데 하루가 다르게 더 말라가니까 엄마 마음이 막 찢어지셨다고 그래요
근데 눈알 몇 개가 들어왔다고 한 날 밤에 어머니가 꿈을 꾸셨는데 이게 생시처럼 또렷해서 꿈인 줄 모르고 있는데 집 안방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생시에 즐겨입으시던 도포자락을 걸치시고 서 계시더래요 꿈인 와중이라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못하고 아이고 아버지 연락도 한 번 없이 어쩐 일이세요 하고 반갑게 맞는데 외할아버지가 아무 말도 안 하시고 그냥 조용히 위를 가리키시더래요
어머니가 보니까 안방 천장 한가운데에 형광등은 없고 웬 시커먼 구멍 하나가 동그랗게 뚫려있는데 정말 칠흑같이 어두워서 꿈에서 소름이 돋더래요
외할아버지가 그때 다른 말씀 없이 그냥 막내야 이것때문에 그렇다.(어머니가 막내세요) 하시더니 품에서 네모난 창호지 한장을 꺼내시더니 구멍에 대고 손으로 슥 문지르니까 종이가 구멍에 붙어서 막더래요 외할아버지가 또 말씀이 애비가 잠시 막아뒀다만... 잘 해야헌다... 하시는데 딱 꿈을 깨셨다는거예요
그리고 되새기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 생시처럼 또렷하고 목소리가 선명해서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가 "잘 해야헌다" 하셨던 말씀이 이사를 가야한다는 말로 딱 감이 잡히시더래요 그래서 아버지에게 이사를 해야한다고 끈질기게 조르기 시작하셨는데 주공아파트도 힘들게 이사하신거라서 솔직히 형편상 쉽지만은 않았는데 정말 꿈이 신기하게 경기를 일으키던 제가 갑자기 한 이주일쯤 아무 일 없이 잘 자고 이상한 게 보인다는 말도 안 하니까 아버지가 마음을 굳히시고 이사를 강행했데요 이사 간 집에서의 기억은 전부 선명하게 잘 남아있구요 이사간 뒤에도 한 두어번은 더 자다가 깨서 경기를 일으켰는데 그 이후에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네요
너무 기니까 세줄요약해볼까요
1. 필자 어릴적 주공아파트에 살았음 2. 근데 귀신보고 자꾸 경기일으킴 3.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엄마 꿈에 나와서 이사가라고 하심 해결ㅋ [숏맨의 꼬릿말입니다]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게 공포지만... 지금은 귀신을 안믿는다는 건 유머 ㅋ
★ 까만벌♬ (2011-08-25 14:56:41) 추천:0 / 반대:0 IP:121.160.***.222 오 ... 저 대학교다닐때 판암동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알바하고, 실습하고 그랬는데요... 소름돋네요..그 동네가 쫌 그런 동네긴 하지만... 아 무서워라,.,,,,,,,아는 동네라 그런지 더 덜덜덜덜덜덜덜덜ㄷ ★ 숏맨 (2011-08-25 16:54:33) 추천:0 / 반대:0 IP:61.43.***.13 아 그러고보니까 후일담이 있는데요 그 터가 제 어머니쪽 집안 선산이 있었던 터였다나봐요 그런데 그 산이 좀 안좋게 넘어가서 이렇다할 위령제같은 것도 없이 바로 밀려버리고 거기 아파트가 세워진거였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