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유령 저택 -上

볼기짝대 작성일 13.01.01 00: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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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고 있던 마을에 「유령 저택」이 있었어

 

 

번화가에서 살짝떨어진 곳에 넓은 정원이 딸린 2층짜리 하얀 집
그 집엔 4명의 가족이 살고 있었어
아버지는 대학교수
어머니는 상냥해 보이는 인상이었던걸 기억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딸이 두명..

집을 짓고 한달정도 지났으려나
아버지가 목을 매달았대..
큰딸과 아내도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동생은 언니를 목 졸라 죽이는 아버지를 보고 도망쳐서 숨었기에 다행히 아버지의 손으로 부터 살아남았대


혼자 남겨진 동생은 먼 친척이 거두었다고 들었어


그렇게 거주자를 잃은 그 집은 아직까지 철거되지 않은채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이게 내가 아는「유령 저택」이야

 

 

 

 

 

고교 1년 여름방학때 같은반인 K와T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유령저택을 탐험할 계획을 세웠어
집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와서 개학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심산이었어

 

밤도 깊어졌을 무렵, 손전등과 카메라 그리고 여러가지 도구로 배낭을 채워서는 집을 빠져나와 집합장소인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어
집합장소로부터 유령저택에는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어

 

마을 변두리에 덩그러니 서있는 하얀 집
정원이 넓은 탓인지 밤에 흰 색이 더욱 빛나보이는 탓인지 그것은 마치 마을과는 동떨어진..다른 세계처럼 느껴졌어

자전거를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집주위를 탐색했어
문은 잠겨 있었고 1층의 모든 창문엔 빈틈없이 판자로 가려져 있었어
2층 창문엔 판자는 없었지만 안쪽에서 신문지를 붙여놔서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어

 

우리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뒷쪽으로 돌아가서 부엌문 가까이에 있는 작은 창문을 막은 판자를 제거하기로 했어

 

그 창은 조금 높은 위치에 있어서 뒷쪽에 널려있던 큰 나무 상자를 몇개인가 쌓아서 밟고 올라가 못을 뽑기 시작했어
생각했던 것보다 간단하게 판자를 떼어낼 수 있었어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봤지만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였어
손전등을 켜서 안을 비춰봤어
둥근 빛을 비추자 식기장이나 테이블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아무래도 가재구가 그대로 남아있는것 같았어

문을 열기위해 K가 창을 드라이버 손잡이로 내리쳤어

 

 

 

쨍그랑


유리가 소리를 내며 깨지자 그 틈새로 K가 손을 넣어서 창을 열었어
창문은 좁아서 한 명이 겨우 기어들어 갈 수 있을정도의 크기였어
흩날린 유리를 조심하면서 K에 이어서 T가 창문에 머리부터 기어들어갔어
내가 마지막으로 손전등을 한 손에 들고 창을 기어들어가 집안으로 빠졌어

 

 

그곳은 싱크대 위였어 

창에서 내려서자

 

 

쿵~

 

하고 알루미늄이 울리는 소리가 났어

 

 

먼저 들어간 두 명은 각자 여기저기 부엌을 비춰보면서 「우와~」「오~」등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어
나는 싱크대 위에 주저 앉은 채로 손전등을 켜고 주위를 둘러봤어

부엌은 상당히 깨끗했어
물론 바닥이나 테이블 등이 희뿌옇게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집안은 깨끗이 정돈이 되어있는 상태로 청소만 하면 바로 살아도 될것같아 보일 정도였어
식기장안의 그릇들은 모두 그대로 사용해도 될것처럼 반짝거렸어



일단 싱크대 앞으로 K와T를 불러서 사진을 찍었어

 


「K! 너 괜찮아?」

 

T가 K의 손을 보며 외쳤어
K의 손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어

 

 

「들어올때 유리에 베였나봐..아프지는 않으니가 괜찮아ㅋ」
K가 이렇게 말하면서 총총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어
나와 T도 뒤를 따라갔어

부엌을 지나서 거실로 들어갔어
넓은 거실은 부엌처럼 희부옇게 먼지가 쌓여있는것 외에는 평범해 보였어

거실에는 바늘이 멈춘 커다란 탁상시계가 있었어
사건 당일에 움직임을 멈춘것은 아닐지..이 시계가 이 집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조금 슬퍼지기도 했어

살짝 맥이 빠지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어

거실을 대충 둘러본 뒤에 복도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어
복도는 역시 캄캄했어

우리는 손전등 빛을 복도 끝으로 향했어

앞쪽 좌우에 문이 왼쪽에1개 오른쪽에 2개가 있고 그 안쪽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오른쪽에 그리고 가장 안쪽에 현관이 보였어

 


「어떡할까?」
T의 목소리가 조금 긴장하고 있는 듯 했어

「좀만 더 가볼까?」
K의 제안으로 우리는 복도에 한 걸음 내 디뎠어

복도에 들어가자 확실히 거실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어
뭔가..공기가 무거웠어
우리 모두 말수가 적어졌어


어쩐지 공기의 냄새까지 다른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나는 복도에서 현관을 향해서 사진을 한장 찍었어
플래시때문에 집안이 번득이며 한순간에 떠올랐어
왼쪽 문에 뭔가 보인것 같아서 손전등을 비춰봤어

 

 

 


부적이었어
몇장의 부적이 왼쪽 문에 붙여져 있었어

우린 모두 할말을 잃었어
아마 모두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을 거야

 

 

 

「우선 오른쪽 문부터 열어볼까?」
K의 말에 나와 T가 동의 했어
부적이 없는 오른쪽 문을 열자 탈의실과 욕실이 있었어
욕실을 향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어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어
이어서 또 하나의 오른쪽 문을 열었어
여긴 화장실이었고 역시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어

 

 

 

「이제 저기 가 볼래?」
K가 잔득 긴장한 목소리로 부적이 붙어있는 왼쪽 문을 가리키면서 말했어
조금 엉거주춤한 자세로 T가 문을 열었어

 

 

 

거기는 서재였어
멋진 책상이 있고 벽에는 특이한 가면이나 장식품이 걸려있고 큰 책장에는 어려워 보이는 책들과 어느 나라것인지 알 수 없는 장식물들이 줄지어 있었어
우린 잠시 두려움도 잊은채 그 유품들에 눈을 빼앗기고 있었어

 


「뭐지? 소포같은게 있어」
T가 책장에서 뭔가를 찾아낸 듯 했어
그것은 손바닥만한 크기였는데 유지로 몇 겹이나 싸여져 있었어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고 손글씨로「アフンチャロエク」라고 가타카나로 쓰여져 있었어

T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어


안에는 토기같은 재질의 접시도 아닌것이 장식품도 아닌 기묘한 느낌의 납작한 것이 들어있었어
한가운데가 조금 움푹 패여있고 그 주위를 이상한 도안의 장식이 있었어

K와 T에게 그것을 전리품처럼 들게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어

 

 

 

「야~피 뭍히지마」
K의 손에서 난 피가 전리품에 뭍은 것을 보고 T가 말했을 때였어

 

 

 


지잉....지잉...지잉...

 

 

 

 

갑자기 집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어
우리는 긴장하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둘러봤어
그 울림은 10초 정도 계속 됐어
그 소리가 들리면서 정적이 찾아왔어

 

 

 

K가 입을 열었어
「지진…일까.」

「마음대로 만져서 화났나?」
T가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했어


T는 전리품을 제자리에 돌려놨어
모두들 이 서재가 무서워졌던것 같아
그것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고 세사람 모두 아무말 없이 서재에서 나왔어
나오면서 나는 아무도 없는 서재를 기념삼아 셔터를 눌렀어

 

 

이제 2층만 남았어

 


서재를 나와 현관쪽으로 걸었어
복도는 변함없이 무거운 공기였지만 서재에 다녀온 탓인지 세사람은 조금 여유로운 기분이 된것 같아

계단을 오르기 전에 현관에 둘을 세우고 사진을 찍기로 했어
파인더 너머로 두사람을 봤어
T와 K는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
나는 셔터를 누르고 둘에게 좋은 사진이 찍혔다며 웃었어

 


둘은..내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어..

둘의 시선이 내 뒤를 향하고 있다는걸 깨닫고 뒤를 돌아 보았어...

 

 

 

 

 

 

서재 문이....천천히....열리기 시작하고 있었어....

 

 


우리 세명은 서재 문에 눈이 고정 돼있었어
나는 뒤로 물러나면서 현관 문까지 내려갔어
세개의 손전등이 비춰지는 가운데 문뒤에 숨기라도 한듯이 문이 우리를 향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멈춰 섰어

 


나는 뒤의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보려 했지만 바깥쪽에서 고정되어 있는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
내 행동을 지켜보던 둘이 곁눈질로 나를 보았어
나는 떨리는 작은 목소리로 현관이 열리지 않는다는걸 알렸어

 

 

 

「으흑!!」
눈을 다시 문쪽으로 향했을때 T가 흐느끼듯 비명을 질렀어
나와 K는 T가 비추고 있는 곳을 보았어

 

 

 


문 구석에...흰...손가락...

 

 

문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보이고 있었어

 

 


우리는 그대로 얼어붙었어
너무 무서워서 꼼짝조차 할 수 없었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모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문을 잡고 있는 손을 응시했어

문에 변화가 나타났어


손 위로 조금씩 검은 덩어리가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어

 


우린 덜덜 떨면서 단지 그것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어

 

검은 덩어리는 머리였어

 


문에서 직각으로 밀어올리고 있는 머리..
검고 짧은 모리카락에 이어 문의 그늘로 부터 세로로 늘어진 눈이 나타났어
눈은 인간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뜨고 보고 있었어

 

 

 

 

 


「으아악!!!」

눈이 보인 순간 K가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 올랐어
그 비명이 신호라도 된듯 나와 T도 함께 튀어나가 세명은 각자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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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으로 흔들리는 손전등 빛을 쫓아 계단을 뛰어 올랐어
내 손전등 빛에 잠깐씩 앞서 달리는 두명이 비춰졌어
두 명을 잃어버리지 않게 필사적으로 쫓아 갔어

 

K가 막다른 곳의 문을 열자 우리는 방으로 뛰어 들어가 서둘러 문을 닫았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조차 없어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어

 

등으로 문을 누르면서 방을 둘러봤어
창문에 신문지를 붙여놔서 실내는 어두컴컴 했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진건지 손전등을 비추지 않아도 어렴풋이 방안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어


안쪽 창가에 책상이 있고 위에 소품이 어지럽게 놓여있었어
오른쪽에는 벽장, 왼쪽에는 침대가 있었어
방 전체의 분위기가 지금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어

우리는 숨을 죽이고 문밖의 형세를 살폈어
계단이나 복도쪽에서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어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했어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갈 무렵이었어

 

 

 

 


「얘들아~」

 

 

 

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서 한순간 몸이 굳어버렸어
아무래도 1층에서 부르고 있는것 같았어

 

 

 


「누군가 구하러 온거 아닐까…?」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T가 말했어
K는 부정도 동의도 하지 않고, 단지 시선을 T쪽으로 옮겼어

확실히 우리들의 소란스런 비명소리가 밖에까지 들리고 누군가 왔을 가능성은 있지..


하지만.....

 

 

지금까지 집안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는 나지 않았잖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얘들아~!」

 

 

 

또 아까와 같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

두번째 소리를 듣고 말릴 틈도 없이 T가 큰소리로 외쳤어

 

 

 

「여기있어요!!도와 주세요!」

 

 

나와 K는 외치지 않았어
아마 K도 아래층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정체에 자신이 없었을 거야

 

T가 한 바탕 외친후 우리는 문에 귀를 대고 반응을 살폈어

 

 

갑자기 문 바로 뒷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어

 

 

 

「여기 있니?」

 

 

 

 

 

갑자기 들린 낮은 목소리에 세 명 모두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서 문에서 멀어졌어
모두의 시선이 문에 꽂혀 있었어

 

 

 

 

 

아무리 기다려도 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어

 

 


K와 T는 나보다 더 겁에 질려 있었어


「들켰어...도망가야해...도망가야돼...들켰어....도망...도망가야해...」

K가 공포때문인지 같은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리고 있었어


살았다고 생각하고 소리지른 T는 무릎을 세우고 쭈구리고 앉아서 고개를 숙인채로 조금씩 떨고 있었어
나는 냉정해지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창문으로 도망가자고 제안을 했어
K가 거기에 응했어

 

 


「그래..2층이면 어떻게든 뛰어내릴 수 있을지도 몰라..그래..하지만...응..그러니까..」

K가 말하다말고 또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해서 내가 어깨를 잡아 흔들었어
K의 머리가 흔들거렸어
눈 초점이 좀 이상해 지더니 내가 보이지 않는것 같았어
나는 T에게 도와달라고 했어
그런데도 T는 계속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뭍고 떨고 있었어

 

 


하는 수 없이 둘을 그냥 방치하고 창문에 붙은 신문지를 혼자서 벗기기 시작했어
유리가 드러나자 멀리서 가로등의 불빛이 보이고 그 안도감에 울고만 싶었어
창문의 신문지를 다 벗겨냈을때쯤 유리에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비쳐서 뒤 돌아 봤어

 

 


어느새 K와 T가 내게서 등을 돌리고 나란히 서 있었어
내가 괜찮냐고 물어봐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
등을 돌린채로 K가 억양없는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어

 

 


 

「창문으로 그대로 내려가는 건 위험해」

 

「그래」

 

T도 억양이 없는 어조로 대답했어

 

「옆 방에 로프가 있으니까 가져오자」

 

「그래」

 

그렇게 말하더니 두 사람은 한발 한발 걸어 나갔어


멍 하게 있는 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이쪽으론 잠시도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로 둘은 문을 열고 방에서 나가 버렸어

 

 

 


나는 그 모습이 무서워서 혼자서라도 창문으로 도망갈까 고민했어
저 애들은 절대로 내가 알고 있는 그 애들이 아니야
그렇지만....친구를 버리고 도망치다니....

 

 

 


저벅 저벅 복도를 걷는 소리에 이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어
아주 조용한 집안.. 벽 너머로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둘이 뭔가 얘길 하는것 같았지만 내용까진 알아 들을 수 없었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려고 내가 벽에 귀를 대보자 갑자기

 

 

 

 


크크크크

 

 

깔깔깔깔

 

 

 


둘의 웃음 소리가 들렸어

굉장히 기분나쁜 소리였어..

나는 그 애들이 그런식으로 웃는 것은 본적이 없었어

 

 


나는 그 웃음 소리를 듣고 혼자서 도망가기로 결심했어
창문의 열쇠를 열려고 했지만 열쇠가 녹이 슬었는지 손가락이 떨리는 탓인지 잘 열리지 않았어

 


그러자 옆방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났어

당황해서 유리를 두드려 봤지만 유리는 깨지지 않았어

 

 

 

삐걱...삐끄덕...

 

 

마룻바닥인 복도를 걷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출처 : 모모님의 번역 이야기(http://www.cyworld.com/mythlov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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