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손이다.

ggooood 작성일 13.08.21 13: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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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손이다.

거창하게 보이나 그런거 없는 그냥 평범한, 어찌보면 정말 거품 다 뺀, 남들이 보기엔 정말 종가집 맞나 할 정도의 편한 종가집 장손이다.

그렇기에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지내왔다.

내가 뜬금없이 이글을 쓰는건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온 모든것이 다 부질 없었음을 깨닫고 허무함에 쓰는 넋두리라 보면 된다.

8월 15일 친할머니께서 뇌경색으로 6개월간 긴 잠을 주무시다 편히 하늘로 가셨다.

병원에 계셨던 할머니는 임종 당시 아무도 곁에 없었다.

내가 제일 근처에 있었지만 위독하시단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을때는 이미 숨을 거두신 상태였다.

근 5개월동안 나는 상을 두번 치뤄서 몸도 마음도 황폐해 있었다.?그런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냥 위독하시단 연락만 받았는데...

저번 외할머니 임종때도 이랬다. 정말 간만의 차이로 외할머니도 못뵈었는데 이번에 또 이러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어른들이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약 세시간...할머니는 그렇게 침대에 누워계셨다.

후에 시신을 식장에 모시고 장례를 치르는 삼일동안...내 속은 검게 다 타버렸다.

내 속이 이런데 상주인 아버지 어머니는 오죽했으랴...

우리 할머니는 아들 둘에 딸 넷을 지니셨다.
할머니는 평생을 우리가족과 지내면서 즐겁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여느 가족들과 같이 지내셨다.

그러면서도 명절때나 볼수있는 자신의 딸들과 막내아들을 끔찍히 생각하시며 안부전화도 자주하시던 분이다.

그런데 그런 어미의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이었고 권위적이었다...

그들은 할머니 시신앞에서만 눈물을 보였으며 그 외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지 몰라도 적어도 그렇게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신게 슬프고 안타까우면 시신앞에서만 울고불고 하지말고 빈소에 붙어있으란 말이다...

할머니 빈소에는 상주인 우리아버지와 나만 지키고 있었다. 그 잘나신 딸들은 자기 혹은 자기 남편 손님들과 즐겁게 떠들고 계셨다.

여기부터 내 신념이 조금씩 무너지고 부질없는것이란걸 느끼기 시작했다.맏며느리인 어머니는 슬퍼할 겨를없이 어이없이 나오는 장례식장측과 싸우고 계시고 그 잘나신 딸들은 본척만척하며 음식이며 술이 떨어진거에 대해 우리 어머니께 시누이짓을 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직접 움직이면 큰일나나보다.
그렇게 장례식은 끝이났고.마지막으로 할머니 방을 둘러보신다며 우리 집에 모였을때 아버지는 정산에 대해 얘기하셨고 그 잘나신 딸들중 한명이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내 믿음을 산산히 부셔버렸다...

자기 남편 손님이 굉장히 많이 왔으니 자신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달라...

나는 가족이 최우선이며 친척들도 동등하게 생각하며 지내왔고 종손이기에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기에 나는 최선을 다했다.그런데 그들에게 형제 우애따윈 없었다.그냥 자기 이익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후에 아버지는 어차피 부의금 들어온거 다 돌려줄 생각이셨다고 하시며 씁쓸한 웃음을 지으시며 태우시는 담배가 굉장히 써보이고 쓸쓸해 보였다?
이제 내 삶에 우리 가족 이외의 친척은 없다.아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그들은 더이상 고모가 이니다.

이렇게 88년을 아무것도 모르고 살다가신 할머니 좋은곳으로 가세요.

여담으로 삼오제때 나비 한마리가 날아오 주변을 맴돌고 할머니 옷가지를 태울때 그 나비가 내 주변을 한바퀴 돌고 잠시 넥타이 위에 앉았다가 하늘높이 날아갔다.

그날 오후 집에서 쉬고있는데 우리집 개가 갑자기 으르렁대고 짖는걸 보니 생전에 못와본 손자 신혼집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가신거라 믿는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적어서 두서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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