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널리고 널린 청년 실업자다.
막노동으로 근근히 먹고사는놈이다.
잘곳이없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숙을하던 나에게
내 조건과 너무 잘맞는 집이 있었고 나는 당장 계약을했다.
내 방엔 액자가 하나있다.
근데 그
액자가 비어있다. 가족사진도 없고 그 흔한 내 졸업사진도 없다.
그저 투명한 유리가 빈 방을 비춰주고 있을뿐이다.
왜
사진도 없는액자 버리지도않고 가지고있냐고?
액자가 나에게 말을건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나에게 말벗이 되어주는 고마운
액자다.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말을걸어온다.
"올라간다"
"고마워, 갔다올께"
나는 이 뜻이 내
생활수준이 점점 올라간다는 뜻으로 생각했다.
비록 짧은대화이지만
막노동을 나가는 나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아침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선다.
고된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문을열자
액자가 나에게 말을건다.
"내려간다"
나는 또 이 뜻을 오늘 쌓였던 피로가 내려간다는 뜻으로 생각했다.
고된일을 한 몸의 피로가 한순간에 풀린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득한 꿈속의 세계로 빠져든다.
옆집의
닭소리와 함께, 다음날 아침이 밝아온다.
.........
액자가 말이없다.
"액자야"
.........
"액자야?"
.........
액자가 말이없다.
오늘
자고나면 다시 말해주겠지
오늘도 말이없다.
한순간에 기운이 푹 빠진다. 아침밥을 먹지않아도 액자가
응원해주면 하루종일 속이 든든했었는데...
일은 해야했기에 집밖을 나선다.
오늘따라 아침공기가 더 차다.
"자, 오늘은 월급날이다. 차례대로 받아가라"
오늘은 월급날이다. 월급받으면 액자주변에 꽃병도 놔주고 인형도 놔주고
싶었는데
액자가 말을 안하니 그런생각이 사라지며 화가나기 시작했다.
"뭐야? 언제는 힘내라고하더니! 그래, 너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화가 치밀어오른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당장 집으로가 액자를 들고 나온다.
집옆의
쓰레기수거함에가서 액자를 던져버렸다.
"꺼저버려! 위선자!"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결 후련해졌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잠을잤다.
"윤석아"
"윤석아"
"윤석아"
누가 날 부른다.
무심결에 소리가 나는곳을 더듬거리며 쫓아간다.
"윤석아"
액자다. 나는 반가웠지만 화가났기에 아무말도
하지않고 무정하게 바라만봤다.
액자는 내가 오자 기다렸다는듯이 말을 뱉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갑자기 같은말을 반복하는 액자. 나는 용서해줄 요량으로 액자을 다시 주워들었다.
그러더니 액자가 깨져버렸다. 깨진 파편들은 내 손으로 날아와 상처를 입혔다.
손에서 피가 흐른다.
"뭐야!"
나는 비명을지르며 일어났다.
"아..꿈이었구나". 뭔가 깨름칙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액자가 있다.
"오늘 왠지 불길한데"
나는 오늘 현장에 액자를 가져가기로 했다.
"윤석아!"
"네!"
"오늘은 벽돌 그만나르고 저 빌딩위에가서 자재좀 날라라"
"네"
운이좋다. 위험할수록 수당이 쌔진다.
기쁜맘으로 빌딩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올라간다"
액자가 말을한다.
"올라가니까 좋아?"
"올라간다"
액자가 자주하는 말대로 올라가니 액자가 좋아하는듯 하다.
꼭대기에 도착한 나는 자재를
나르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윤석아! 점심먹으로 내려가자!"
"네!"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들뜬마음으로 내려가려는데
"내려간다"
액자가 말을했다.
그때 기둥 한켠에 기대있던 쇠파이프들이
나를향해 쓰러진다.
나는 뒷걸음질치다 뒤에있던 난간을보지못하고 건물밖으로 떨어진다.
"내려간다"
"내려간다"
"내려간다"
액자의 말이 내 귀에 울린다.
"고마워 액자야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
"퍽"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인부가 실족사를....."
xx동 쓰레기수거함
"어이 형씨! 오늘은 여기부터
돌자고!"
"잠깐만, 이게 뭐야?
쓰레기들 사이에 한 청년의 사진이 깨진 액자에 들어있고
액자 밑에는 피로물든 하얀
국화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국화옆에 피로쓰인 글씨가 있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국화의 꽃말
하얀색 - 진실,성실,감사
붉은색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노란색 - 실망,짝사랑
웃대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