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편의점

불순한종자 작성일 13.10.09 12: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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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퇴근 길에 편의점에 들른다.

"아 누나 오셨어요?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딸랑거리며 편의점 문이 열리고 내가 들어서자 낯 익은 얼굴인 주용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좀 늦게 끝났어. 나도 일 때려치고 너랑 같이 알바나 할까?"

"저 조만간 알바 때려칠 거예요. 혼자 하시겠네요."

가벼운 농담을 던지곤 서로 씩 웃어 보인다. 그리고 이내 내 손은 익숙하게

간편 도시락과 음료수를 집어든다.

아침은 바빠서 못챙겨 먹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대충 때운다.

그리고 저녁은 이렇게 간단하게 편의점 음식으로.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벌써 이렇게 생활해 온 지도 한 달이 좀 넘는다.

일이 늦게 끝나는 직업의 특성상 어디서 뭘 사먹기엔 너무 늦었고, 요리해 먹자니

지친 몸을 이끌고 할 짓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편의점에서 파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요깃거리들이었다.

이렇듯 편의점에 자주 들리다 보니, 편의점에서 일하는 남자 알바생 주용과도 어느정도 친해졌는데,

이것은 단순히 내 오지랖과 낯가람이 없는 내 성격 덕이었다. 어쩌면 적적하고 심심한 퇴근길에

잠깐이라도 담소를 나누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총 합해서…… 아, 근데 만날 이렇게 드시는 것 같은데 몸 상하시겠어요."

주용이 계산을 하다 말고 말을 건넨다.

"어쩔 수 없지. 뭐, 이 시간에 어디가서 사먹을 수도 없고, 사먹더라도 혼자면 좀 이상하잖아."

"그래도 시켜먹는다든지……."

"시켜먹는 건 너무 비싸잖아, 어차피 요기만 할 건데 이거면 충분해. 걱정은 됐네요."

"뭐, 편의점 음식은 싼 맛에 먹긴 하죠 핫."

주용은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몇 번 벅벅 긁고는 이내 계산을 마치고

봉투에 물건을 넣어 건네주었다. 그것을 건네받고는 짧게 인사를 하고

편의점 문을 나섰다.






오늘은 기분도 더럽고 날씨도 더러운 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요 며칠간은 잠잠하더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필이면 나 퇴근할 때 비올 게 뭐람.."

나는 몇 마디 중얼거리며 눈 확 감고 편의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편의점 문이 열리고 들어서자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편의점은 조용했고,

반갑게 반겨줘야 할 주용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어 도시락과 음료수를 골라 놓고 기다려봤지만

카운터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분명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주용아! 손님 안 받냐?"

주용의 이름을 불러 봤지만 내 음성을 끝으로 나타나는 건 없었다.

"박주ㅇ.."

재차 크게 불러보려던 때, 편의점 창고 쪽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카운터를 향해 달려왔다.

남자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알바가 분명한데.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숨은 거칠게 내쉬고있었다.

왼쪽 뺨 아래 큰 점이 눈에 띄는 남자였다.

남자는 한참 헉헉대며 나와 카운터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오래 기다리셨죠?. 금방 계산해드릴게요."

"아, 예.."

남자는 바코드 스캐너를 몇 번 둘러보더니 누가봐도 어색하게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어……. 총 11500원입니다."

남자에게 돈을 건네고는 약간 의아하게 쳐다보자 변명이라도 하듯 말을 꺼냈다.

"아, 제가 막 들어온 알바라서……."

그러고보니 어제 주용이가 알바 때려친다고 했었지.

나한테 말도 안하고 그만두다니 배신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금방 관둘지도 몰랐다.

"혹시, 여기 전에 일하던 알바 아시나요?"

"잘 모르겠어요."

혹시나해서 주용에 관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였다.

순간 창고 쪽에서 덜컹 거리는 소리가 들려 창고를 바라보니

갑작스럽게 남자가 말을 꺼냈다.

"정리가 아직 덜 되서…… 아까도 정리하느라…… "

"아, 네."

"안녕히 가세요."

낯설은 인사를 들으며 우산 하나를 사들고 편의점 밖으로 나오니

비는 더욱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오늘은 뭔가 일이 안 풀리는 날이야."

나는 혼자 중얼 거리며 거세게 내리는 비 사이로

잰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일주일 후, 나는 주용이의 행방을 뜻밖에도 뉴스에서 들을 수 있었다. 모자이크로 가린 사진이었지만

생김새 형태로 알아볼 수 있었다.

'XX동 24시 편의점에서 피해자 박 모씨가 목이 졸려 질식사한 채 편의점 창고에서 발견 되었습니다

박 모씨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었으며 용의자는 왼쪽 뺨 아래에 큰 점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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