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직장때문에 또 다시 이사를 하게 된 나는 어차피 이곳에서도
그다지 많은 친구를 사귀지는 못하였기에 별다른 반감없이 그 뜻에 따르게 되었지만..
도착한 직 후,
전에는 없던 부모님의 대한 원망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사는 집은 아니더라도, 아파트에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라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이사를 하게 된 곳은 정말 집이라고는 무색하리마치 형편없는,
강한 바람이 불어도 금방이나마 무너져 내릴것 같은 허름하기 그지 없는 집이였기 때문이였다.
사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 꼭 직장을 옮기기 위했던 것만은
아니였음을 알고 있지만..
사실 우리집은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철없는 어린시절 이였기에..
당시 이런곳으로 이사를 행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더더욱 커져만 갔었다.
경상남도 XX군 XX읍. 여태껏 살아 본적 없는 시골중의 시골,
정말 옛 이야기 속에서나 들어보던 오일장이 있던 그곳 시골에서는 15살의 어린나이인 내가
놀만한 곳이 너무도 없었다. 오락실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노래같은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
하긴 그런곳이 있다고 해도, 생전 처음오는 이곳에서 아는 이가 있을리도 없었기에,
점차 심한 외로움과 우울증 까지 생기는 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개학이 다가왔다.
전교생이 채 100명도 안되는 작은 중학교. 내가 다니던 학교는 한 반이 40명 가량인데 반해
이곳에서는 한 학년이 40명에 채 못미치는 시골 학교였지만, 그것도 나름 운치가 있어보였다.
일학년 부터 삼학년 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하나같이 친하고 순박했기 때문이었다.
또 다시 친구를 어떻게 사귀나 걱정 투성이였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은 어렸을때 부터 친했었던 것 처럼 친절하게 내게 다가왔고,
허름한 집으로 이사했다는 것에 대해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들도,
놀곳이 없어 혼자 우울해 했던 일들도, 하나둘 사그라들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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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
삼개월이 지난 즈음에는 모든 아이들과 마치 수년간 알고 지내온것 처럼 절친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라고 했던가, 나는 마을의 여느 아이들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말썽꾸러기가 되어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가는것도, 혹은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방을 가는것도 아니었기에,
매일 야구를 한답시고 이집저집 유리창을 깨놓거나, 장독대를 박살내는 일 뿐이였으니,
나의 악명(?)은 날이 갈 수록 점점 심해져갔지만, 그에 비례해 나와 친해지고파 하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결국 도랑동네의 전례없는 최악의 말썽꾸러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내가 대체로 하는 일은 이랬다.
마을 상회에서 과자를 훔치는 것은 물론, 나약한 녀석을 괴롭히거나
심심하단 이유로 마을의 복숭아 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것 등등..
사실 요즘 인심같았으면 대반에 파출소에 신고를 할 만한 것이였겠지만,
워낙 사람들 하나하나가 마음씨가 좋은 동네였던지라,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를일이였다.
차라리 그런일을 계속 하지 않겠금 신고를 했더라면...
그래서 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 나의 뇌리에 남아 있는 그.. 기억들이 없었던 일이 되었다면.. 좋았을련만..
/(3)
2층 짜리 중학교에는 총 5개의 반이 있었다.
23명 정도가 모여있는 1학년 1반,
30명 정도가 모여있는 2학년 1반,
그리고 25명 정도가 모여있는 3학년 1반과
10명 정도가 있는 특수반,
나는 그 특수반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기분탓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복도를 걷다 특수반을 지나게 되면
왠지모를 불쾌한 악취가 나는듯만 했다. 사람의 마음을 볼 줄 모르고
겉만 보게 되는 어린 나이였다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사실 지금도 그렇긴 하다. 몸이 불편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느끼게 되는
불쾌함, 역겨움, 등등의 감정.
그들도 그들이 원해 장애를 얻게 된 것은 아니라지만 일반인인 우리가 본 '장애인'은 사실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전혀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즐겁게 뛰어놀다가도 특수반 앞을 지나게 될때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곤 했었는데,
더더욱 그 불쾌한 기분을 배가 시키는 것은, 하나의 ' 시선 ' 이였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느낌.
안봐도 뻔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최연정' 이라는 한 여자아이의 눈빛이였다.
개학당일날. 마치 개학인 것을 몰랐다는 듯이 막 일어난듯한 부시시한 머리에
씻지도 않았는지 얼굴 여기저기에 거무스름한 때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여자아이를 만났다.
마치 정신연령이 어린듯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 아이는 무슨 이유에선지 내 뒤를 졸졸
쫓아다녔고, 처음 온 학교인지라 다른 학생들 또는, 학부모, 선생님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줘
반감을 사기는 싫었기에, 온 힘을 짜내어 억지미소를 지었었는데.. 그 탓일까?
개학날 이후로 나만 보면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기분나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최연정 이였다.
나와 비슷한 성격탓에 급격히 친해진 친구들을 통해 들은바로는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 했었는데..
그때의 나는 정말 그게 싫었다. 장애인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너무도 싫었다.
/(4)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어느 날.
내 책상 사물함에 이쁜 편지지 한장이 놓여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온갖 말썽을 다 부리는 철부지 말썽꾸러기라지만, 엄연히 15살 청소년.
이성 에 대한 감정이 극에 달한 시기였기에 기분 좋게 열어본 편지지에는..
내가 이곳에 오게 되서 가장 처음 생긴 '싫어하는 이' 의 이름 세글자가 또렷히 적혀 있었다.
[최 연정]
안그래도 요즘들어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 때문에 가뜩이나 신경이 쓰이는 마당에
이런 편지지가 놓여져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였다. 혹시 주위 친구녀석들의 장난은 아닐까,
몰래 주머니에 구겨넣어 화장실로 달려가 펴본 편지지엔 그 아이와 나에게 있었던 이야기들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연정이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에 친구들이 놀려대는 통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 아이가 우리반 까지 와서는 내 책상에 이 편지지를 놓고 가는 상상에..
정말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였다.
혹시나 이 편지지를 놓는 동안에 그 장면을 목격한 아이는 없었을까,
내가 반에 다시 돌아갈때 즈음엔 장애인이 좋아하는 녀석이라는,
경멸하는 눈빛들로 나를 쳐다보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들에 한참동안 화장실에서 안절부절 하며
수업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 수십분 이후에도 반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나였다.
/(5)
그날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치고선, 집에 가지 말고 비석치기나 하자는 친구녀석들의 손길을 뿌리치고선
황급히 집으로 향했다. 마치 최연정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모두다 아는듯한 눈빛들을 한것같아
나로써는 기분이 무척이나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고,
오늘 아침에 받았던 그 편지에 대해 최 연정에게 할말도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악연인지 나와 최연정의 집은 걸어서 채 1분도 안걸리는
옆집의 옆집였다.
까마귀 노는곳에 백로 오지 않는다고, 허름해 당장이래도 무너질것 같은 우리집의 주위의 집이라고 하면,
당연히 허름하기는 그지 없었고.. 최연정의 집은 그중 가장 최악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대체 뭐하는 사람이 만들었는지 모를, 반쯤 기울어진 초가집이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학교가 끝나자 마자 달려간 최연정의 집엔 개인지 곰인지 알아 보기 힘든 왠
요상한 동물 한마리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최연정은 불편한 몸 때문에 걸음걸이가 느려
나보다 한참이나 느리게 온다는 것을 깨닫고선 초가옆 돌담에 숨어 한참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할까?
다짜고짜 "너 나 좋아하지마!!" 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좋게 타일러야 할까, 온갖 생각이 떠올랐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렇게 날이 점점 어두워 질 수록
왜 내가 이곳에 와서 이런 생 고생을 해야 되는지 최연정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차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린지 세네시간 이나 지나, 산골인지라 점차 어두워지는 초저녁이 되어서야
나무를 해 오는 제 아버지의 옆에 서서는 집에 들어서고 있는 최연정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누.. 누고??"
어느세 산 뒤로 모습을 감춘 해 탓에, 내 얼굴을 알아 보지 못하고
잔뜩 경계를 하고선 나를 향해 묻는 최연정의 아버지의 말에 한껏 웃음을 지어 보인 나는
"안녕하세요. 기현이라고 합니다. 연정이 친구에요"
라고 답했다.
왜 그렇게 살가운 표정을 해서는 인사를 했는지 나도 모를 노릇이였지만,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어느세 경계를 풀고선 지게를 마당 한구석에 던져 놓고는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는 최연정의 아버지였다.
"그래. 연정이 친구.... 구마..."
하지만 그때가 되어서는 어느 세 처음의 살가운 표정과는 달리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최연정을 노려보는 나였지만, 그것을 눈치 채지는 못했는지 이내
부드러운 어투로 나에게 용무를 묻는 아저씨였다.
"그래. 헌디 이 시간에 연정이 한테 무슨 볼일이여?"
"아! 연정이 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요 앞에서 할말만 하고 갈거에요"
집이 가까운터라 나를 자주 보았을테지만, 워낙에 장난꾸러기라고 온 마을에 소문이 다 난통에
마을 어른들은 하나같이 내게 정신좀 차려라, 말썽좀 부리지 마라, 호통만 쳐 댔지만
마치 연기하듯 속과 겉이 다른 내 모습에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는지
그럼 이야기 하다가 연정이를 들여 보내라며 먼저 방으로 들어서는 아저씨였다.
우리집 쪽으로 오는 길가에 놓여있는 큰 느티나무로 최연정과 함께 발길을 옮긴 나는,
주변에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선 짝 소리가 나도록 냅다 최연정의 뺨을 후려쳤다.
'악'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최연정은 무슨 영문인질 몰라서였을까,
나에게 맞은 뺨이 무척이나 아팠던 탓일까, 단발마의 비명만 토한채로 그자리에 쓰러져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난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편지지를 꺼내 들어 최연정에게 외쳤다.
"야! 너 이 편지 네가 보냈어?"
구깃구깃.. 홧김에 주머니에 쳐박은 편지지는 처음의 그 알록달록한 색감도 잃은채
그저 하나의 쓰레기가 된채로 내손에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최연정은 그제서야 영문을 알겠다는듯 벌겋게 부어오른 뺨에서 손을 땐채로 고개만 까닥거렸다.
"너 나 좋아하지마. 너 더러워. 너 그거 알어? 너한테 냄새 엄청나!! 악취가 난다고
나는 진짜 니가 다가오는것도 싫고, 생각만 해도 소름돋아. 알겠어?"
마치 전투기가 폭격을 하듯, 쏟아부은 내 말이.. 그 아이의 가슴에 어느 정도로 상처를 입힐 지는
생각지도 못한 나는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내 손에 들려있는 편지지도 반으로 찢어서는
둥글게 말아 쓰러져 있는 최연정의 얼굴에 던져 버렸다.
"진짜 너같은애 진짜 싫어. 정말 학교에서 봐도 아는척 안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편지는 더더욱!!"
그렇게 난 등을 돌려 황급히 집으로 향했다.
/(6)
마치 몇년동안 괴롭히던 변비를 해결한 것 마냥 학교로 가는 나의 발걸음은 활기차기 그지 없었다.
이젠 더이상 특수반을 지나쳐도 그 불쾌했던 시선을 느끼지 않을거란 생각에,
어제 저녁 내가 때린 최연정이 어떻게 되었든, 어쨋든, 그런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향한 학교는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우는것은 물론이고, 무엇때문인지 학교의 작은 운동장에는
시골마을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경찰차도 두대나 와서 서 있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혹시 어제 최연정을 때린것 때문에 경찰들이 나를 잡으러 온것일까?
무서움에 휩싸인 나는 가방도 내팽개친채 황급히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걸어서 15분여나 걸리는 거리를 3분만에 전력질주 한 나는 황급히 집으로 들어서려는 것도 잠시
어느세 느티나무를 지나 우리집으로 향하고 있는 경찰차들에 놀라 집으로 가는 길 앞쪽에 펼쳐져 있는
논들을 쭈욱 한바퀴 돌아서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정말 나를 잡으러 온것일까? 내가 때린것이 혹시 얼굴뼈라도 부러진것은 아닐까?
경찰서에 잡혀가면 감옥을 가는걸까? 그럼 이 마을에서 쫓겨나는 걸까?
온갖 잡생각에 콧물눈물 범벅이 되서는 마치 도둑고양이 마냥 집으로 향하던 나는
어제 내가 있던 최연정의 집 돌담 반대편 까지 이르렀다.
"이런 씨발!! 이게 있을수 있는 일이야?"
"..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어? 말세야.. 말세.."
내가 그 돌담에 도착하자 마자 최연정의 집에서 쏟아지는 탄식들에 나는 정말 큰일이 났구나
싶어 안절부절 못하던 찰나, 갑자기 마을 아줌마 들의 울음소리들이 쏟아졌고,
경찰들의 고함소리들이 메아리 치기 시작했다.
" 아이고.. 불쌍한 아야.. 이리 가뿌믄 억울해서 우야노.. "
" 아따 아줌마들 어여 비키소!! 진짜 거기 들어오지 마요. 아 싯팔 진짜!!"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최연정을 때린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란것을 깨달은 나는
까치발을 해서는 내 키보다 약간 더 높았던 돌담 안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
처참했다.
마당부터 방문 앞 까지 이어진 수 많은 피들...
대체 이집에서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이사오기전 영화관에서 보았던 그 어느 공포영화에서도
이처럼 많은 양의 피는 볼 수가 없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까치발을 해서인지, 공포에 젖어서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자꾸만 발이 떨려 오는것을..
나는 또다시 힘껏 힘을 주어선 돌담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경찰관 두명이 방으로 들어가는 그 틈에 방안의 상황을 살펴 보게 된 나였다.
그곳에는 최연정이 얼굴이 보였다.
마치 숨을 쉬지 않는 듯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최연정의 얼굴...
최연정의 얼굴... 이 있었다.
/(7) 마지막
"아아악!!"
엄청난 악몽에 시달려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나는 온몸이 땀 투성이였다.
이곳이 대체 어디인것인지, 이사 한 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침대의 푹신함에
이곳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던것도 잠시 나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온 부모님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부모님을 만나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것 하나...
최연정의 얼굴.
경찰관이 문을 열고 들어선 방엔 최연정의 머리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팔, 다리, 몸, 등은 하나도 없이 달랑 그 아이의 머리만 말이다.
나는 그 얼굴과 마주하고선 공포심에 그 자리에서 기절 해 버려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였다.
그때는 들을 수 없었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 들은 내용은 이러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서울남자와 바람이 나서는 최연정을 낳은채 도망을 쳤다.
그 뒤 술로 삶을 간간히 이어가던 최연정의 아버지는 아이의 교육도 마다한채
시골에 박혀서 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흑심이 동한 그는
최연정이 열살이 되던즈음 부터 성폭행을 일삼아 왔다고 한다.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최연정은
당연히 또래 아이들 보다 뒤처질 수 밖에 없었고, 아버지의 잘못된 사랑은 결국
연정에게 장애 아닌 장애를 가지게 만들었던 것이였다고 한다. 그리고,
군청의 한 복지관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단 말에
같은 또래의 중학교. 특수반에 최연정을 입학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연정의 집에 찾아간 그 날,
서울말투를 구사하는, 난생처음 찾아온 딸 아이, 친구의 방문은...
서울남자를 따라 자신과 아이를 내팽개친 전 부인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너도 또 나를 버리고 도망갈거냐며 폭행하다 최연정이 충격에 못이겨 숨을 거두자,
그것을 은폐하고자 시신을 훼손했다는 것이였다. 토막..토막..
사실 이 일로 인해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내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100% 달라졌다는 점과,
무리해서는 까치발로, 돌담 넘어 그 집을 바라보았을 때, 때문이였을까..
내 두다리가 그 이후로는 미동조차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연정. 그 아이의 마지막까지,
마치 악취가 나 도망친것 같이, 무능력하게 기절해 버려,
위로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받게 된 벌이라면,
이제는 이 두다리가 움직여 질만도 한데 ,
- END -
- 연정에게 왔었던 편지 전문[全文]
안녕? 나 연정이야
갑자기 이런 편지 받아서 깜짝 놀랬지?
미안해. 근데 나 너 정말 좋아해.
개학식 때!! 교문앞에서 못들어 가고 있는데
니가 같이 들어가자고 해줬잖아. 그때 정말 좋았어.
맨날 이상한애다 욕만 하고 그랬던 애들이랑은 다르게
너는 엄청 친절하고, 착했고, 정말 멋있어.
운동회때도 보니까 너 달리기도 엄청 빠르더라?
니가 1등했잖아. 정말 멋있었어.
나도 달리기 잘하고 싶은데~ 나는 걸음걸이가 느려서.
달리기 안 가르쳐 줄래?
나 기현이 너한테 배우면 진짜 달리기 잘할 수 있을것같애.
꼭 가르쳐 주는거다? 그럼 이만 !!
좋아하는 기현이♡에게, 연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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