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폐공장, 뒷이야기.

케이즈 작성일 14.01.27 1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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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3월 1일부로 부임지가 정해졌다.

기억속에서 그토록 지우려고 노력했던 곳.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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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엄마에게 다음 근무지를 말해줬더니 매우 걱정하셨다.

왜 안그러겠는가.

이제 겨우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구하겠다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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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급하게 자취방을 구했다.

그 전 계약하기로 한 곳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래도 예전 은사님의 도움으로 좋은 집을 구했다.

창문으로조차 그곳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도 내 사정을 아시고 배려해 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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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우연찮게 그곳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멀리서 보았지만 금방 알 수 있었다.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가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속으로 조금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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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동료 선생님들에게 그 곳 이야기를 들었다.

공장이 들어섰지만 안좋은 사건과 사고가 계속 일어나서

결국 2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사장과 그 가족은 이민을 갔다고.

 

흉흉한 소문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임대도 못해서 그냥 방치되는 중이란다.

얼마나 급하게 떠났으면 공장 기계들도 그대로라고 했다.

 

변한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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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악몽을 꾸었다.

시선이 느껴지는 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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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신경과민이란다.

실제로 겪은 것은 없지만 금방이라도 그때로 되돌아갈 것 같다.

 

집에 혼자있는 시간보다 학교가 더 편하다.

그렇다고 밤에까지 있고 싶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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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밤새 학교에 누군가가 무단으로 들어왔다.

없어진 물건이나 당한 피해는 없어서

학생들의 장난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학교에 귀신나온다는 괴담만 듣고 확인하려 오는 애들이 꽤 있어요.'

교감선생님은 매년 있는 일이라며 웃어넘겼다.

그것도 다 추억이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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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성묘를 다녀왔다.

매년 빌지만 용서받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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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분명히 들었다.

환청일까?

너무 신경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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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누군가 밤마다 규칙적으로 문을 두들기고 간다.

가벼운 노크 정도지만...

매번 깜짝깜짝 놀라지만 할 수 있는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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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경비 아저씨의 도움으로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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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잠시라도 이곳을 피할 수 있다는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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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교정 벤치에서 남자애 둘이 떠드는 것을 들었다.

대충 들어보니 폐가체험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건 좋지 않다고 말렸지만

'이미 여러번 다녀왔는데 한번도 이상한 적 없었는걸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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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방학식.

자취방에 들르지 않고 곧장 집으로 왔다.

엄마가 내 모습을 보더니 집을 옮기는게 좋지 않겠냐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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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푹 잔다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걸 잊고 살았다.

작은 것을 소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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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집을 나서는데 엄마가 무언가를 건내줬다.

또 부적을 받아온 모양이었다.

하나는 내 몸에 항상 지니고 다른 하나는 현관에 걸어두란다.

얼마줬냐고 물어보니 말씀을 안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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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부적이 효과가 있는걸까.

불안했지만 잠은 잘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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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그곳, 그러니까 공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우연히 듣게 되었다.

터를 다지다가 죽은 사람, 지게차에 목매달아 죽은 사람,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들 이야기,

야근을 하다가 헛것을 봤다는 이야기...

 

세상에 헛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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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개학.

기쁘다.

전에 폐가에 간다던 학생을 만났다.

귀신은 못보고 사람을 보고 기겁을 했다는 이야기에 빵 터졌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그곳 이야기를 했다.

아주 잠깐 실언을 했을 뿐, 화제를 돌렸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한 건 아닐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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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그곳에 가보기로 했단다.

맙소사.

난 또 같은 짓을 해버렸어.

가지말라고 말렸지만 절대 내 말을 듣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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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학생 하나가 실종되고 다른 한명은 몇일째 학교에 못나오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밤마다 창문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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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여자아이 하나가 사라졌다.

해당 반 담임 선생님이 하필 결근을 하셔서

내가 대신 그 반 아이들에게 대신 전해주게 되었다.

듣기로는 전에 사라진 그 아이들과 친구라고 한다.

학교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있다.

귀신이 데려간거라는 이야기.

 

난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가고 싶지도 않고, 믿어줄 사람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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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학생에게 메일을 받았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과 친구인건 확실하다.

왜 나에게 이런 메일을 보낸걸까.

불안함에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일이 오지 않으면 난 밤새 저 웃음소리와 시선에 시달리게 되겠지.

 

세상에 헛건 없다.

그럼 내가 보고 느끼는 이 시선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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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바라지 않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

그들과 친구라는 아이가 찾아왔다.

'제발 알려주세요. 밤마다 친구들에게 문자가 온단 말이에요.'

병철이라는 아이가 보여준 문자 메세지는

'너도 빨리와'

라는 짤막한 문장만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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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내 아버지는 실수로 내 친구의 어머니를 죽였고

그리고 그것을 마당에 묻고 숨겼다.

아버지는 밤마다 무언가에 시달렸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알게되었다.

아버지처럼 죽기 싫었고 너무 무서워서 내 친구를 불러들였는데

그날 밤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날 바라보는 시선은 두개가 되었다.

엄마는 죄가 없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도망치듯 이사를 해야했다.

 

이런걸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이젠 다 끝난 일이라 믿었는데.

 

만약 고개를 돌려서 저 시선에 눈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러면 나도 그들처럼 되는걸까?

 

그 시선을 처음 느낀 그날처럼 애써 무시하면서 이불을 뒤짚어쓰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죽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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