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골

제르가000 작성일 14.05.16 18: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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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눈팅만 하다가 급 글 써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ㅎ

 

쫌 길어서 지루하실듯..;;

 

아마 06년 여름이었을겁니다

 

제가 06년 10월에 군대 입대가 결정되면서 이제 하나 둘 군대 가기시작하면

 

다시 모이기 힘들꺼 같다고 친구들끼리 계곡으로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친구 부모님이 데려다주셔서 어딘줄도 모르고 신나게 장봐서 차를 달려서 도착해보니 지리산이었습니다 ㅎ

 

도착하자마자 짐 다던져놓고 주머니에 담배있는것도 까먹고 신나게 물놀이 하고

 

저녁에는 정자에 앉아 술을 얼큰하게 먹었습니다 ㅎ

 

술 먹던 도중 친구들이 노래방 가고싶다고 하여 펜션 주인분께 물어보니

 

온길로 쭉 내려가면 아마 노래방이 있을거라하여 거의 한~두시간을 걸었던것 같습니다 ㅎ

 

산이다 보니 가로등도 하나 없고 밤엔 한치앞도 안보일정도의 어둠이 깔려있었지만

 

술에취해 무서운것도 없이 나이트클럽이라면서 후레쉬 돌리고 노래부르며

 

노래방 가서 신나게 놀다가 (그산에 노래방 있는것도 신기했음)

 

술도 깨고 다들 피곤해하여 이제 펜션으로 다시 복귀하는데..

 

아까는 술취해서 몰랐지만 맨정신으로 돌아갈려니 참..무섭더군요..

 

저희 숙소는 노래방에서 올라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비포장도로, 오른쪽은 포장도로..

 

그중에서 비포장도로로 가야 나오는 펜션이었습니다.

 

길 양쪽에는 풀 + 나무가 무성하고 차한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었습니다.

 

길이 넓지않다보니 친구 세명이 앞에서 후레쉬로 길을 비추며 가고

 

저와 친구한명은 뒤에서 가고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시야도 좁고 제가 겁이 많은편이라 무서워 죽겠는데

 

옆에 친구가 계속 누가 자기 보고 있다면서.. 저한테 겁을 주는겁니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그러다가 무서움 폭발 + 확 화가나서

 

"내가 후레쉬 들고가면서 다 비춰줄테니까 개소리 하지마" 라고 하며 앞서가는 친구들한테

 

후레쉬를 받아 주위 한번 확 비춰주고 아무것도 없다는거 확인시켜준후에

 

제가 후레쉬로 길을 비추면서 걷게 되었습니다.

 

친구세명이 앞서가고 뒤에가던 제가 후레쉬로 길을 비추다보니

 

앞서가는 친구들이 길이 안보인다며 계속 투덜투덜..

 

자기들이 길 비춘다며 후레쉬 달라는데 이미 좀 쫄아있어서 후레쉬를 놓기가 싫었드랬죠..

 

그래서 그러면 내가 머리옆으로 후레쉬 높게 들어서 길 비춰줄테니

 

그렇게 가자면서 후레쉬를 놓지 않았습니다..

 

근데 차라리 그때 후레쉬를 줬어야 했습니다;;

 

후레쉬를 아래로 들고있었을때는 몰랐는데 위로 높게 딱 드는 순간..

 

그전엔 아예 안보이던 숲속이 살짝 보이면서..

 

나무 사이사이, 풀숲 사이사이에 사람얼굴이 있는겁니다..

 

다들 마치 이거뭥미?? 이런 표정으로 저희를 보면서..

 

와 이거 무서워서 미칠거 같은데 왠지 제가 귀신있다 하거나 자기들 본 티내면

 

이거뭥미?? 이표정에서 표정 확 바꾸면서 숲속에서 달려나올것 같은 그런기분에

 

아무한테도 말못하고 후레쉬 들고 있는 그자세 그대로 기계처럼 걸어 올라왔습니다

 

옆에 친구가 뭐라 말걸면 말걸지마.. 말걸지마.. 이러면서..

 

다시 처음처럼 후레쉬를 내려서 숲속이 안보이게 길만 비추니..

 

보이다 안보이니 더 불안.. 왠지 안보이니깐 더 가까이 와있는 기분이고..

 

그래서 다시 후레쉬를 위로 들어보니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저흴 보고있고;;

 

이게 계속 걸어 올라가서 지나치고 나면 또 새로운 풀숲속에 새로운 얼굴이 보고있고..

 

진짜 그 펜션까지 가는 길이 영겁과 같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펜션 불빛이 보일 정도까지 올라가니 그얼굴들이 안보이기 시작하면서

 

날이 슬 밝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고 날도 밝으니 무서운것도 없어져 친구한테 말했습니다

 

제 옆에가던 친구는 정색하면서 왜 자기가 말할때 안믿었냐 그러고..

 

앞서가던 친구 3명은 둘이 올라오면서 짠거 아니냐고 개소리 ㄴㄴ 이런분위기..

 

여튼 실컷 놀고 내려가기전에 펜션 주인분께 지나가는 소리로 어제 귀신봤다그러니

 

웃으며 말해주시는게..

 

거기 계곡 이름이 비린내골 이라는 곳이랍니다..

 

6.25 전쟁때 그 계곡에서 사람이 하두 많이 죽어 피비린내가 멈추질 않아 피비린내골 이라는 이름이었다가

 

사람들이 거부감 느껴 비린내골 이라는 이름으로 바뀐거라고..

 

뭔가 무서워 한게 죄송한 기분도 들고;; 복잡한 기분으로 내려왔었습니다.

 

그후로는 지리산 근처도 안가봐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잊을수 없는 추억 만들어 준곳이네요 ㅎㅎ

 

재미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혹시나해서 싸이 들어가보니 그때 찍은사진 있어서 다시한번 등꼴오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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