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한 삼십분 지났나?
어머니가 염불 테이프를 끄시고 다시 들어 가시는 거야.
들어가시기 전에 현관문을 닫고 들어 가시다가 내 방에 미란이랑 나랑 있는걸 보시더니 그저
“늦기 전에 빨리 니네도 자라” 한마디 하고 들어 가셨어.
열두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었는데 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워낙 나나 미란이나 사고 치는 편도 아니었고 동네에서 다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다 보니 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
그렇게 어머니가 주무시러 방에 들어 가시고 다시 방에 둘만 남았어.
건넌방에 누나도 잠들었고 집은 다시 우리 둘만 남은 상태로 고요 해졌지.
그런데 내가 너무 무서우니까 미란이 한테 이제 니네 집에 가란 말을 못 하겠는 거야.
나는 다 처음 듣는 생경한 얘기 여서 완전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그때부터 미란이가 신난듯이 얘기 한다.
“너 1004호 아줌마가 미루 아줌마 귀신한테 계속 시달리는 얘기 못들었어?” 라고 미란이가 말했어.
난 정말 못들었거든.
“응, 난 처음 듣는데?” 라고 말했더니
“동네 아줌마들끼리는 지금 난리 났어. 미루 아줌마 귀신 봤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냐” 라고 그러더라.
아, 그래서 얼마전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 마루에서 그렇게 비밀 얘기 하듯이 속닥속닥 거리면서
얘기 한거 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어머니는 내가 그런 얘기 하는걸 극도로 싫어 하셔.
항상 하시는 말씀이 “귀신 얘기 하지 마라. 저 얘기 하는줄 알아 듣고 니옆에 와있다” 라고 하셔.
그래서 아마 나한테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말씀 안 하신 것 같아.
분명 뭔가 알고 있으신데 말이지.
여튼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란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그러는거야.
“야, 지금 무슨 소리 안들려?”
아, 이런 신발……진짜 지리는줄 알았다.
갑자기 둘이 말이 끊기고 조용 해졌어.
그때 내가 창문을 바라보고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미란이가 내 옆으로 오는거야.
“야….야… 왜? 무섭게”
“아냐 또 무슨 노래 소리가 들리는거 같아서”
라며 미란이가 내가 앉아 있는 옆에 와서 딱 붙어 앉는거야.
상황이 그렇게 되니 무서운건 무서운건데 또 좀 다른 상황이 발생 됐어.
미란이가 “야 나, 너무 무서워” 라면서 그 상태에서 내 팔짱을 끼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 가슴느낌이 물컹 하고 팔에 전달 돼 오는거야.
후우……..이게 무서웠다가, 그런데 좋았다가……당장은 앞으로 무서워서 이 집에서 어떻게 사나 싶다가도……아니 그래도 이런 므흣한 건 좋다…..가도…….
뭐 그런, 순식간에 머릿속이 108까지 생각으로 복합되서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 하더라.
근데 그때 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게
얘가 조금씩 붙어 오는게 그냥 무서움 때문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드는거야.
그때 아무리 어리고 뭘 모른다고 해도 단지 ‘무서워서’ 나한테 붙어 있다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야릇한
느낌이 나는거지.
그러면서 머릿속이 또 뒤엉키는거야.
‘애는 왜 이러는걸까?’ ‘진짜 무서워서 이러는 걸까?’ 등등의…………..
그리고 그때 팔짱은 그렇다 치더라도 둘다 여름이라 반바지를 입고 있었거든.
그러니 다리에 맨살이 딱 닿아 있었던거지.
진짜 머리속으로 별 생각 다 했다.
덥치길 바라는 건가? 내가 에라 모르겠다 훅 덥치면 애가 ‘아이이잉! 이러지마 우리 아직 학생 이잖…….’ 이러면서 뺄까? 아님 혹시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고 보니 전에 내 뒤에서 샤워하고 나온것도 의도적으로?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데 그때 정말 티비 브라운관에 비췬 사람은 누구지?
정말 그 실루엣이 미루 아줌마 였나? 라는 공포감까지.
또 그게 생각이 공포감으로 옮겨가기 시작 하니까.
그럼 얘는 진짜 미란인건가?
아까 나랑 집에 들어 왔던 얘는 누구지?
그리고 아까 집으로 들어 온 사람은 누구고?
정말 뒤죽박죽 알수 없는 감정들이 쓰나미 처럼 밀려 들어 오는 거야.
그리고 그때 내가 무슨 말인가 하려고 얘를 내려다 보면서 얘기 하는데 왠지 눈이 좀 충혈돼 있고
촉촉 해져있는 거야.
그때는 몰랐어.
그게 뭘 말하는지.
내가 아주 커서 성인이 된 다음에 알았지.
여하간,
심장은 쿵닥쿵닥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둘다 공포감 플러스 이상하리 꾸리한 감정에 사로 잡혀 있는 그때,
바로 그 상황에.
아버지가 오셨어. -_-
“니네 아직 안자고 뭐하냐?” 라고 그러시길래 대충 뭐 좀 같이 공부 했다 그랬지.
그리고 미란이는 집으로 갔어.
미란이가 우리 아버지는 엄청 어려워 했거든
그리고 나는 그날……………
누나 방에 가서 잤어.
고3 짜리 덩치 산만한 놈이 쯔쯔…..
사실 처음엔 아무리 무서워도 내방에서 자려고 했어.
그런데 그날 밤 방에 혼자 누워 있다가 거의 실신할 정도로 무서운 일을 겪게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