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후 시작된 가위

coqltjr 작성일 14.07.04 17: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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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둠에 대한 공포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유독 어둠과 혼자있는 것을 무서워 했다.

그러면서도 마치 울면서 계속 먹는 떡볶이 처럼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공포영화 귀신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나는 덩치도 커지고 힘도 세지면서 속으론 무서우면서도 친구들 앞에서는 태연한 척 하게 되었다.

그러다 점점 공포영화나 귀신 이야기는 그냥 흥미있는 이야기로 변해갔고, 초자연현상이니 뭐니 그런건 그냥 다 흥미거리 이야기로 변해버렸다.

 

고등학교때 낮잠을 자다가 가위에 한번 눌렸는데, 다른사람들이 말 하는 것처럼 귀신이 보인다거나 뭔가가 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이 정신은 멀쩡한데 일어날 수가 없어서 한참을 끙끙거리다 일어난 경험이 전부였다. 더럽고 힘든 경험이었을 뿐 뭔 귀신이 보인다, 소리가 들렸다 하는 사람들은 다 헛소리 노가리라고생각했다. 뭐, 나름 가위에 눌려서 그 당시의 공포와 비몽사몽간에 그런 경험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언젠가 티비 프로그램에서 가위의 단계를 설명해 줘서 '아, 그렇게 심하게 가위를 눌리는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군대를 갔고 흙먼지를 퍼먹으며 2년 2개월을 박박기고 나니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아구가 잘 맞아 제대를 하자마자 복학을 할 수 있었고 입대전 다니던 하숙집에 다시 돌아갔다.

대학에 처음 가자마자 들어갔던 하숙집으로 정말 즐겁고 재미난 추억도 많았던 곳으로 하숙집 사람들과도 친하게 보내면서 그 누구도 귀신이니 가위니 이런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라고 해봤자 하숙집 친구의 친구인척 하고 들어와 다른사람들 앞에서 유유히 도둑질을 하고 도망친 뤼팡? 같은 놈이 있었을 뿐이다.

 

여하튼, 제대하자마자 복학하여 적응도 잘 안되던 난 금요일 밤 홀로 인터넷과 게임에 빠져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날이 어둑어둑 해지자 갑자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이라 원래대로라면 대학로에 사람이 득실득실 했어야 하지만, 예고도 없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며 사람들도 하나 둘 총총히 사라졌다.

한참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더위는 둘째치고 살살 싸늘해지면서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길 건너에 편의점이 있기에 금방 다녀올 요량으로 방을 나서보니 하숙집이 온통 깜깜했다. 금요일이다보니 친구들과 만나러갈놈들은 전부 친구를 만나러 갔을 테고 아니면 주말을 이용해 고향집에 갔으리라.

우산을 들고 현관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면 뭔가가 흝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찌나 소름끼치던지 라면이고 쏘세지고 뭐고 다 때려치고 방에 들어가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런데 제대한지 얼마 지나지 ㅇ낳은게 화근이었는지 살짝 오기가 일었다.

-ㅆㅃ 나도 산전수전 다겪은 육군 병장이야~. ㅆㅂ 비가와서 좀 싸늘한거지 이거 가지고 꼬리를 말고 도망을 쳐?

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호흡 한번 하고 신발을 신고 호기롭게 현관을 나섰다. 그런데, 웬만하면 찜찜한 기운이 떨어질 만도 한데 그날따라 계속 이상했다. 마치  계속해서 '가지마'라며 신호가 오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가져다 붙이는 것 이겠지만, 여튼 그날은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다. 소나기가 대차게 쏟아지는 것도 아닌데, 그 많던 술꾼들이 전부 어디로 간건지 사람이 정말 하나도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비가와서 그런지 앞집도 마치 처음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 처럼 불이 다 꺼져 있었다.

 

지금생각하면 완전 애기였지만, 제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사 전부 우스워 보였고 그렇게 솟아난 오기는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았다. 결국 방 문을 나서 현관까지 따라온 오싹하고 꺼림찍한 기운을 넌더리치며 털어내고 길을 나섰는데, 뭔가 '가면 안돼는데...'라는 찜찜한 기운이 계속 들었다.

그러나 그 누가 객관적으로 보아 이 상황에서 발걸음을 돌리겠는가? 2년2개월만에 사회로 돌아와 주말을 맞이하였고 인터넷도 게임도 너무 재미있는데 찜찜한 기운 때문에 돌아가서 발닦고 잔다? 편의점이 멀리 떨어져나 있으면 모르겠지만, 엎어지면 코 다을 거리에 있는데 주린배 틀어잡고 그냥 자라고? 미쳤어?

 

하숙집에서 나와 보면 담넘어에서 바로 편의점이 보인다.

-정신나간 놈이지, 뭔 큰일도 아니고 사내놈이 기분 안좋다고 가던길 돌리면 그것보다 바보같은 일이 어디있나?

그렇게 되뇌이며 대문을 나서는 순간.....

뭔가 쉬~~~~익 하며 방문을 나설때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기분나쁜 무언가가 등에와서 올라탔다. 비때문에 공기는 차가운데 그런 시원하고 서늘한 바람이 아니라 뭔가 기분나쁘고 으스스한 기운이. 바람처럼 날 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뭔가가 다다다다 달려와서 와락 안기는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뭔가 기분나쁜 기운이 달려와 내 등에 올라타서 마치 내 목덜미에 그 기분나쁜 기운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우습게도 아찔한 그 기분때문에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고 머리가 띵 해졌다.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내가 왜이러지...'하면서도 편의점에서 먹을걸 사 돌아왔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고 기분도 안좋아져서 뭔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 기분 더러운 경험이었어... 대체 뭐였을까? 그나저나 결국 라면도 안먹었는데 이럴라면 처음부터 안나가는게 나았을 텐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난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과 함께 누군가 내 위에 올라타서 목을 누르는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어두웠지만, 누군가 위에서 날 깔고 앉아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처음엔 난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주먹에 힘이 들어가 그림자에 휘두르려고 하는 찰나!!!! 누군가가 내 머리맡에 앉아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겨우겨우 힘을 주어 휘두르려는 주먹의 팔목을 지긋이 누르며 내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왜, 때려보려고? ㅋㅋㅋㅋ

-!!!!!!!

얼마를 버둥거렸는지 모르겠다. 머리털이 다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고 숨은 컥컥거리며 겨우 쉬어지는 정도였다. 언젠가 어머님이 가위에 눌리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우면 괜찮아진다'는 말씀이 생각나 관세음보살을 되뇌었는데, 다시 그림자가 내 귀에 대고 말을 했다.

-ㅋㅋㅋ 너 절에 마지막에 간게 언제냐? 넌 불제자도 아니잖아?ㅋㅋㅋ

우리 가족은 불교집안이었고 어머님은 독실한 불교신자였지만, 사실 난 속으로 좀 비웃는 경향이 있었고 절에도 잘 따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몇번 더 되뇌이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 소리를 듣고 완젼히 얼어버렸다. 혓바닥의 뿌리까지 얼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이러다가는 죽겠다.... 싶을때, 하숙집 아주머니가 아침밥을 지으시려고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문 틈으로 빛이 세어 들어왔다. 그 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고 몸에 힘이 들어와 벌떡 일어나니 아무도 없었다. 땀에 흥건히 젓어 있었고 몸은 유격이라도 다녀 온 것처럼 풀려버려서 겨우 일어나 부엌으로 가니 아주머니께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난 방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서 몇일간 옆방 친구들과 함께 잠을 잤다. 덩치도 산만한 놈이 쑈를 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 이후에도 그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몇년동안 가위에 시달렸고 더이상 절에 가시는 어머님을 우습게 보지 않았다. 

어머님께서 부처님을 생각하며 관세음보살을 외우면 나쁜 기운이 범접하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어느날 또다시 뭔가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눈을 뜰 용기도 나지 않아 관세음보살을 연발하였다. 그러자 그 기운은 더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주위를 빙빙 도는 것 같은 기운이 들더니  스르르 사라져 버리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걸 소멸시킨 것은 아니고 다음에도 방심한 사이 몇번씩 가위에 눌렸으나 점차 옅어지고 점차 사라져 갔다.

 

그러나 그날 뭔가가 나에게 와락 달려들어 붙은 것 같은 그 날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공포였고 그 전까지 가위를 경험하지도 않다가 몇년동안을 가위로 고생한 것은 정말이지 신기하고 기괴한 일이었다.

내 경험담을 들은 어떤 친구는 사람들은 수호령이 있단다. 그리고 그날 밖에 나가기 전에 서늘하고 찜찜한 기운이 계속 들었던 이유는 밖에 나쁜 기운이 돌아다녀 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인데 내가 오기부리며 억지로 나갔던 것 같다는 주석을 달아 주었다.

 

글을  읽다가 예전의 경험담이 생각이나 중언부언 글을 써 보았습니다. 안좋은 기분이 들때, 애써서 괜히 무시하지 말고 크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만 두거나 돌아가시길 권하며 이렇게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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