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먼지를 뜻하는‘바스마’와 마귀라는 의미의‘아수라’가 합쳐진 이름처럼 그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느 날 그는 숲으로 가서 신에게 특별한 능력을 달라고 오랫동안 명상과 고행을 계속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정성을 바치는 그에게 감탄한 신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이름처럼 제가 만지는 것은 모두 재와 먼지로 변하게 해주세요.”
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의 소원을 들어주마고 대답했다.
신비한 힘을 부여받은바스마수라는 기쁜 마음으로 숲에서 내려오다가 호랑이와 마주쳤다. 멈칫하던 바스마수라는 시험 삼아 호랑이의 머리를 만졌다. 놀랍게도 호랑이는 곧 한 줌의 재로 변하였다. “와! 나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야! 누구든 내게 덤비면 한 줌의 재로만들어버릴 거야! 자, 덤벼라!” 마을로 내려온 바스마수라는 으스대며 가는 곳마다 손을 휘둘렀고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가 지나간 마을은 먼지와 재만 남았다. 그의 주변에는 이제단 한 사람의 친구도 없었다. 그를 보면 누구나 도망갔다. 그 누구도 재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바스마수라를 돌보고 아끼던 친구와 가족들도 하나 둘씩 그를떠났다. 그래도 바스마수라는 파괴의 손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 친구가 없어 외로운 바스마수라는 춤추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는춤을 잘 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화가 난 바스마수라는 자신에게 춤을 가르치던선생의 머리를 만지는 실수를 저질렀고 춤 선생은 곧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는 춤을 가르치던 선생을 실수로 죽였다는 걸 깨닫고는 그만 정신이 돌아 이리저리돌아다니며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죽였고, 도망가는 사람은 악착같이 쫓아가서 한 줌의 먼지로 만들었다.
“이제 누가 나에게 춤을 가르쳐준다는 말인가? 누구 없는가? 나에게 춤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냐구?”바스마수라는 거리를 이리저리 쏘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어떤 집의 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아가씨가 걸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바스마수라를 보자마자 다 도망가는데 그녀는 용감하게 마스마수라에게 다가갔다. “제가 춤을 가르쳐드릴 게요. 저는 춤을 잘 춘답니다.” 여자는 상냥하게 웃고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바스마수라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고 웃는 사람을 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리 오세요. 저하고 춤을 추어요.” 여자가 춤을 추면서 바스마수라에게 손짓을 했다. “여기서 말이오?” 바스마수라의 질문에 대꾸도 없이 여자는 우아하게 춤을 추었다. 바스마수라는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이끌려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저 음악이 들리지 않나요?” 정말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들렸다. “자, 조금 더 빨리 추세요.” 여자의 말에 따라 바스마수라는 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박자가 한층 더 빨라졌다. 그러나 여자의 동작은 더욱 빨라 보였다. “저를 따라서 춤을 추시겠어요? 제가 하는 대로, 제가 추라는 대로 그대로 따라해보세요. 마치 그림자처럼 추는 거예요.” “물론이오. 난 뭐든지 할 수 있거든요.” 바스마수라는 여자에게 큰 소리로 대꾸하고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여자는 더욱 빠르게 춤을 추었다. 너무 빨라서 발이 땅에 닿을 새도 없었다. 그녀는 팔을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였고 팔을 안으로 구부렸다가 앞으로 쭉 뻗기도했다. 잠시도 쉬지 않았고, 한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빠른 동작이었다. 마치 여자의 존재는 사라지고 춤만 남은 듯이 보였다. 바스마수라는 여자를 따라 계속 춤을추었다. 여자가 팔을 펴면 같이 팔을 폈고, 여자가 다리를 구부리면 바스마수라도 다리를 구부렸다.그때 갑자기 빠르게 춤을 추며 돌던 여자가 두 손을 머리에 얹었다. 바스마수라도 그녀를 따라 자기의 머리에 두 손을 얹었다.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두 손을 자신의 머리에 올린 바스마수라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춤을 추던 여자의 발밑에부서져내렸다. 폭력을 자랑하며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던 바스마수라는 그렇게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