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교토 본토초

국산배추 작성일 15.04.25 01: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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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먹자골목 본토초는 맛있는 음식과 술을 찾는 사람들의 메카이다.

 

고급주점부터 심야식당까지 다양한 메뉴에 이끌리곤한다. 

 

이 이야기는 본토초 어느 골목에 위치한 어느 칵테일바의 이야기다.




본토초의 상인들도 목요일 밤에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불금을 기다리는 회사원들이 단 하루 저축하는 날이 있다면 그 날이 목요일인 까닭이다. 

 

나는 오히려 이 목요일 밤을 즐긴다. 

 

일본인들의 동양출신 외국인에 대한 은근한 차별도 이 날에는 듣지 않아도 되니까. 

 

거래처의 재일교포가 소개해준 '아틀란티스'라는 칵테일바는 어느새 나의 주중행사가 되어버렸다. 

 

타케시라는 중견 바텐더가 깎아주는 아이스볼은 언제나 일품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제는 그곳에 갈 수 없었다. 

 

그 골목 한 블록이 통째로 공사중이라는 팻말로 가로막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골목 바로 앞에는 오토바이 주차장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나는 주차장 너머로 그 가게를 기웃거렸다. 

 

가게에 불은 켜져있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니...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지만, 경광봉을 든 인부들은 결코 틈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타케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그제서야 포기하고 집으로 가던 중, 삐끼의 말에 넘어가 걸스토킹바에서 술 한 잔을 걸쳤다. 

 

은은한 조명과 나의 어색한 일본어 말투에도 미소를 지어준 한 여인에게 팁을 주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타케시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나에게서 배운 '형님!'이라는 단어를 쓰며 다급하게 말했다. 

 

"우리 사장님이 홀렸어요!". 

 

나는 홀렸다는 단어의 뜻을 찾기 위해 사전을 뒤졌다. 

 

타케시에게 "홀렸다니? 장난이야?" 라고 물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가 봐야 한다며 타케시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오픈 직전에 아틀란티스에 들러 타케시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 

 

타케시는 가게에 두었던 짐을 싸고 있었다. 

 

"형님, 지금 안 오셨으면 저는 그냥 떠나려고 했어요. 

 

어제 골목 공사에 맞춰서 저랑 사장님이 가게 수리를 하고 있었는데, 웬 여자가 들어오는 거예요! 

 

가게 문은 분명 잠궜는데 말이죠. 

 

그 여자랑 처음 눈이 마주친 사장님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손짓에 따라 가게를 나가버렸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하던 일도 내던지고 가게를 빠져나왔죠. 

 

그 창백한 여자가 사장님을 데리고 돌아섰을 때 봤거든요. 

 

피로 물든 뒤통수를요... 

 

사장님이 언젠가 술에 취해 얘기했었어요. 

 

제가 들어오기 전에 이 가게 옥상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있다고..." 

 

나는 타케시에게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 

 

그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소름끼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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