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Y씨에게 들은 얘기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 난 전생에 업보가 많다. 장군인데 사람을 많이 많이 죽여서… 그리고 여자로 태어나도 누가 죽어서, 쥐로 태어나도 다 못 갚아서 현재의 나로 태어났지만, 업보를 없애기 위해 덕을 쌓아야 한다.
- 그로 인해서 난 보지 않아도 될 무언가를 보게 된다고…. 귀신을?
- 항상 주변에 뭔가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잘 보는 스타일은 아니고, 느끼기는 하지만 다행히 보이지는 않아서 시각적인 공포는 없지만, 뭔가 있구나 라는걸…..
이렇게 나름 정리해 보니, 영국 얘기는 아니지만, 예전 1991년도 미국 Wisconsin에서도 병신 짓을 한 것이 생각이 나서 짤막하게 써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제 나이가 20살 때인 혈기 왕성한 나이. 1990년 대학입시를 치르고 일단 충남에 있는 지방대에 합격하였으나, 가기 싫었고, 집은 부르주아 집안이라 사실 완전 넉넉하지 않았지만, 유학 갈 정도는 돼서 토플 옛날 점수로 550점 받고 Wisconsin에 있는 주립대를 20살에 들어갔습니다. (밀워키나 매디슨 같은 명문은 아니지만 나름 위스콘신에서 넘버 쓰리는 한답니다)
여기서도 역시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관계로 기숙사를 사용했으며, 영국과는 다르게 1층, 3층은 여자층, 2층, 4층은 남자층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여자층 화장실 및 샤워실은 남성 출입금지. 미국이 사실 개방적이라고들 생각 하지만, 영국에 비해 엄청나게 보수적이며 폐쇄적이라고 저 개인 나름대로는 생각합니다. 뻔히 아침에 만나서 Hi~~ 하고 인사한 시키가 밤이 되면 저보고 집에 가라고 ("Fuck you, Go Home~~!!") 소리지르는 비겁함도 갖고 있고 하여튼 좀 인종차별이나 이런 비합리적인 부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영국이 미국보다는 좀 낫지 않나 싶긴 합니다.
위스콘신은 보통 4월 ~ 5월까지 눈이 오고 여름은 7월 ~ 8월까지 엄청나게 무덥고 (습도가 없어서 그늘에 있으면 춥습니다. 사막 같으니라구….) 9월부터 눈이 오기 시작해서 한겨울은 영하 30도는 넘었던 기억이….. 호수에 탱크가 지나가도 안깨집니다. 눈도 더럽게 많이 오는 동네입니다. 한 번 쌓이면 성인 허리만큼….. 된장
아무튼 시작은 기숙사 들어온 여름 랭귀지 스쿨부터입니다. 4층 끝방을 배정받았는데, 보통은 랭귀지 스쿨이면 즐겁게 보내야 하는데 뭔 넘의 숙제가 그렇게 많은지 (외국인이라 영어가 약해소~~~ 또 공부도 잘 못해소~~~), 암튼 밤을 새서 숙제 하는 경우가 보통이라 낮에 점심 먹고 기숙사 방에 들어오면 1~2시간 낮잠을 자곤 했습니다.
여름방학 기간이라 룸메도 없어서 혼자 쓰고 있었는데, 잠 자다가 얼핏 깼는데 어렴풋이 창밖에 백인 남녀 넷이 손을 흔드는 게 보여서 자다 말고 저도 손을 흔들어 주고 나서
‘4층인데….씨붸럴…!!!’
하면서 일단 깬 적이 한 번 있구요, 두 번째는 기숙사 밑에 지하실에 학생 편의시설인 당구장, 스낵바 등등 공사하는 곳에서 병맛 짓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밤에 공부하니까 보통은 12시 넘어서 방으로 올라가는데, 기숙사 공부하는 도서관에서 방으로 가려면 꼭 지하시설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설이 지하로 연결돼서). 가다 보니 공사한다고 하던 곳은 공사가 다 끝났는지, 방 한켠에 멋진 포켓볼 당구대 하나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오호라~ 공사를 아주 멋지게 했구먼~! 올~~ 좋은데?’
하면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기숙사 관리복을 입은 백인학생(근로 장학생 같은 인간이죠)이 다가와서 (이 생퀴는 본 적이 없는 생퀴입니다만…)
“Come on. Isn’t it great? Why don’t you come and play?” - "와봐 생퀴야. 짱이지? 한겜?"
라고 하네요.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도 쌓여서 속으로 ‘흐흐흐흐’
“Wow. Looks like it’s brand new pocket ball table!! Can I play?” - "오올, 새삥? 님아 나 쳐봐도 됨?"
“Sure, Why not? - "당근"
해서 큐대 잡고 30분 정도 혼자 쳤습니다. 이 생퀴는 자기는 근무자라서 치면 안되고, 또 순찰가야 한다고 가 버렸습니다. 잘 치고 올라가서 방에서 꿀잠 자고 담날 점심 쯤에 낯익은 근무자 생퀴 (필리핀 친구입니다)가 있길래 밑에 학생 편의시설 잘 해놨더라. 공사 정말 잘됐더라고 하니까….. 이생퀴 하는 말이
“R U sure? That place is still under construction. Don’t play any joke on me” - '뻥까시네. 아직 공사중임. 장난까면 죽임"
“I played pocket ball yesterday. No, actually, this morning around 1 o’ clock.” - "노노 어제 쳤음. 레알 오늘 새벽 1시임"
고개를 겁나 갸우뚱 하더니….
“Then, let’s go there with me.” - "같이 가보셈"
이래면서 이 생퀴가 키를 들고 같이 가자네요. 같이 갔더니만 뜨하아~~!! 아직 공사 중이며, 제가 어제 당구를 쳤다는 곳은 당구대는 있지만, 다 찢어져서 도저히 칠 수 없는 데다가 공도 몇 개 없었고, 공사 중이라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습니다. 전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됐고, 근무자 생퀴는 저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 보았습니다.
이 생퀴와 다시 기숙사 1층으로 올라가면서 어제 백인 근무자가 있었다, 걔가 포켓볼 치라고 했다고 하면서 그 생퀴의 인상착의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현재 근무자는 필리핀 친구인데, 얘기를 듣더니 고개를 갸웃갸웃 하더니만 저보고 바로 로비로 가자고 하더라구요.
로비 갔더니 이전 근무자들 사진 붙여놓은 조금 큰 액자가 있는데,
“Look, Anyone who is familiar to you.” - "아는 놈 있으심"
사진을 쭈욱 보니까 그 중에 제 눈에 들어오는 한 인간이 있습니다.
“Yeah. That’s the guy who I saw yesterday.” - "어제 본 그생퀴 이생퀴"
그 사진을 유심히 보더니만 우리의 근무자 하는 말.
“No kidding. You can’t see him anymore, cause he died two years ago.” - 뻥치심? 걔 못봄. 작년에 뒈졌음"
‘뜨아…. 뭔 소리여….?’
궁금해서 물었더니,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방에서 저 생퀴를 포함한 남녀 넷이며 마약파티 하다가 전부 다 골로 갔다고 합니다. 마약 과다복용 및 칼부림으로 인해….. 그 방을 그때 쓰고 있었고, 창밖에 보였던 걔네들이 아마도 그 아이들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암튼 이건 영국에서 Y씨의 얘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옛날 옛적의 병맛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영국얘기는 추후에 Y씨와의 추억담이 또 있으니 이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