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본 얼굴귀신

왕젭 작성일 17.07.19 15: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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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때 귀신 본 썰이 하나 생각이나네요....

 

저는 고등학교를 인천외고에 다녔고, 어릴때 공부를 지지리도 못한지라 집은 동작동이었는데, 인천으로 스쿨버스 타고 다녔었습니다. 집은 산꼭대기에 자리잡은(동작동 현충원 뒷산) 1층짜리 양옥집이었는데, 언덕배기에 있었드랬죠.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2학년때 여름이었습니다.

 

집에 다락방이 하나 있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핑계로 담배와 술도 같이 마시며 둘이 소곤소곤 놀고 있었죠~ 그때 피던 백솔, 청솔, 적솔이 나름 쏠쏠하니 맛있었습니다. 역시 담배는 인생의 쓴 맛을 모를때 펴줘야 제맛이죠~~ ㅎㅎ 새벽 2시쯤 앞쪽에 있는 산을 바라보며 둘이 옥상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데, 친구가

 

"야~ 저기 뭐가 하얀게 자꾸 휙휙 지나간다"

"뭔 개솔이야... 안보이는데~~ 후우"

"저거저거... 잘 봐봐 뭐 하얀게 계속 빠르게 움직여"

"난 안보임. 겁나게 그러기 없귀"

"미친X 잘 보라니까"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을 봤는데, 정말 자세히 안보면 보이지 않을 크기의 하얀 뭔가가 정말 겁나 빠르게 나무사이를 휙휙 지나고 있었습니다.

 

"오 쒸~ 저거 뭐냐? 졸라 이상하다~~"

 

라고 말을 하면서 눈에 포커스를 맞춰 눈으로 물체를 겁나 따라가면서 보고 있는데, 이게 갑자기 뭔 슬로모션처럼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뭔 광고에 보는 듯한 영상처럼 샤아악 하더라구요..... 그때 전 보이는 형상이 사람같은 뭔가 하얀거라고 느꼈고, 친구도 같은 느낌을 받았더라구요.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진 친구는 그 길로 바로 내려가 집으로 가버렸고, 저는 혼자 방으로 들어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어차피 공부 안하고 시험봐도 내신은 계속 2등급~ 3등급을 오르내렸던지라(학교가 옛날에는 안좋아서...) 공부 포기~~ ㅎㅎㅎㅎ 바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데, 잠결에 뭔가 그 빗자루 중에 머리카락 꽂아놓은 것 같이 생긴거 그거가 엄지발가락을 자꾸 간지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라서 어둠에 눈을 적응시키려고 꿈뻑꿈뻑 하고 있는데, 구름이 지나고 달빛이 나오니 좀 환해지면서 대략 방에 물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머리맡에 시계를 찾아 야광으로 표시 된 시간을 살폈습니다. 3시 7분 정도? 대략 어둠에서 그정도 보이더라구요. 그 시계를 다시 머리맡에 놓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바람에 살랑거려 간지러운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저게 뭘까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약간 쳐들고 발가락 끝에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보니 발가락락에서 50센치 정도 위에 뭔가 검은 둥그런 물체가 보이고 그 밑으로 뭔가 늘어진 검은 것 때문에 바람이 불면 발가락을 자꾸 간지르고 있었습니다. 또 열심히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무심코 한마디 했죠...

 

"신발 이건 뭐냐... 음냐음냐..."

 

그 한마디에 이 검은 것이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흡사 제가 말을 시킨 꼴이 됐는지.... 뭔가 천천히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응을 보인다는게 그 위치에서 조금씩 오른 쪽으로 돌고 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죠. 마치 뒤에서 누가 부르면 오른 쪽으로 천천히 돌아본다는 그 느낌으로??

 

정말이지 억겁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듯이 천천히 뭔가가 돌아가는데, 검은색 일색이던 이 뭉치에서 조금씩 하얀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이것이 뭔지 분명하게 알 것 같은데, 인정하기 싫었고, 심장은 미칠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신발새퀴 혼자 집에 가고... 난 어떡하라고... 개쉑... 쉽새..'

 

하며 먼저 집에 간 친구를 욕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천천히 돌아가며 이 검은 것 안에서 하얀 뭔가가 점점 더 눈에 띄게 확연히 드러나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른 쪽 눈 위치에 빨간 색이 보이더라구요... 점점 더 억만겁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슬로우 모션에 머리 속에서는 수십가지 욕과 오만가지 생각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 드뎌 뜨하... 이것이 180도 완전히 돌았습니다.

 

역시 제가 상상하고 있던 그 모습이었습니다. 핏기 없는 하얀 얼굴, 눈이라고 생각되는 위치는 빨간 뭔가로 채워져 있고, 입술은 붉은 색이었는지 검은 색이었는지 잘 분간은 안되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이제 한 눈에확 들어왔습니다. 얼굴과 머리카락만 있는 것이었지요.... 그 와중에 바람이 불면 그 머리카락이 제 엄지 발가락을 계속 간지르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런 귀신을 보면 눈을 질끈 감아버려야 정상이라고 몇 번이고 머리 속으로 생각을 했었지만, 왠지 이때는 정말 무슨깡인지 다이다이 맞다이로 저도 눈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쳐다보게 되더라구요.... 물론 머리 속은 하얗게 되서 아무 생각도 안났습니다. 이렇게 약 5분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조금 스르륵 하고 움직이더니 벽쪽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전 머리맡에 있는 시계를 다시 집어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은 3시 9분... 이 모든 상황은 불과 2분 남짓한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맨정신이라 정말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국 거기서 못자고 마루로 내려가서 식구들 틈에 껴서 잤습니다.

 

그 이후로는 뭐 말씀 안하셔도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1번 영국에서 여러 번, 그리고 최근 울산일까지 뭐 그렇더라구요. 나이가 먹으면 자꾸 옛 일들은 까먹어서 언제 쓴다쓴다 하고 계속 까먹고 있다가 오늘에야 생각나서 후딱 써봅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멋진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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