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좀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기타 연재들이 많이 올라와서 재미있게 보느라 다음 후속을 써야 하는데 까먹고 손 놓고 있었네요~~ㅎㅎ
Y씨와 제법 술도 많이 마시고 잠도 같이 자면서 지내니까 귀신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Y씨가,
“여기 기숙사에 귀신들 좀 있는데 보셨어요?
“흠…통통 튀며 다니는 빛나는 공 함 봤구요, 얼굴 없는데 입만 웃고 있는 넘 함 봤구요…. 얘들 말고 더 있나요?”
“몇몇이 더 있기도 하구요, 항상 저를 따라오는 애들도 몇 있구요….”
“음….항상 따라다니는 넘들 + 몇몇이 더 있다는 말이죠?”
‘흠…슈발… 뭐 널린게 귀신이란 말이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뭐랑 뭐가 보이냐고 물어보니
“밝은 공이나 나비같이 생긴 거, 돌처럼 생긴 것들 등등 귀신보다는 요정에 가까운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별로 위험하진 않고 주로 장난을 많이 거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게 둘 있는 데, 이 둘은 피하셔야 합니다”
“그 두 넘은 어떤 생퀴들인가요?”
“얼굴 없이 입만 웃는 생퀴랑, 밖에 보면 저기 큰 나무 있죠? 저 나무에 하얀 여자 하나 있습니다. 둘은 피하세요”
어찌 됐건 얼굴 없이 입만 웃는 생퀴는 함 봤고 위험한 넘이니까 피해야 한다는 것은 알게 됐고, 나머지 하나는 기숙사 밖에 있는 큰 나무에 있다고 하는데 아직 못 봤는데 궁금하구나 이런 생각을 밑도 끝도 없게 하고 있다가 문득 궁금한 거 하나를 더 물어봤습니다.
“항상 따라다닌다는 생퀴들은 누구인가요?”
“집안과 관련된 원귀 몇 개랑,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은 그림자 귀신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그림자 귀신은 큰 해는 없지만, 집안과 관련된 원귀들은 크건 작건 어떠한 형태로든 제게 해를 미칩니다. 제가 어릴 때 몸이 아파 사찰로 들어간 것도 다 이 원귀들 때문이구요, 나이가 35살이 넘어야 얘네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자손손 대대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있나요? 옆에?”
라고 물어보며 속으로 ‘장가는 다 가셨습니다. Y씨…조옷 됐네요~~!’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Y씨 는 차분하게 한 곳을 응시하며
“항상 언제 어디서나 같이 있습니다….”
라고 하면서 출입문 쪽과 그 위쪽의 공허한 공간을 스윽~ 스캔 하듯이 훑고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절 바라보고 씨익 웃었습니다.
‘뭐지? 이 오싹함은? 너무 오래 귀신들하고 있어서 같이 다니는 것을 즐기나? 아니지…. 그것 보다는 지금 이 공간에 귀신이 있다는 말이잖아…. 나도 보이면 뜨하~~’ 하고 있는데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화장실로 고고 씽 해버렸습니다. 혼자 남은 전 조금 좌불안석이 돼서….불안불안해 하고 있었습니다. 저 귀신이 따라 나갔나 아님 아직도 방에 있나? 귀신이던 사람이던 뭐던 어디 남의 집 가면 화장실 이런 데 누가 간다고 따라가고 그러진 않잖아… 그럼 여기 있잖아… 에잇…조카 크레파스 18색깔 같으니라구… 속으로 막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구마구 파장을 일으키며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라고 하고 있는데 불현듯 드는 생각,
‘퇴마 할 줄 알겠지? 절에서 산 게 몇 년인데, 귀신도 보는데 퇴마도 배웠을 거야’
때마침 들어오는 Y씨를 향해
“근데 Y씨, 절에 오래 계셨으면 당연히 퇴마 이런거 하실 줄 아시죠? 주지스님도 말씀 들어보니 무척 영험 하시던데요…. ㅎㅎ”
“아뇨. 그런 거 전혀 할 줄 모르는데요”
“음…장난 치시지 마시고…. 할 줄 알죠? 주지스님이 안갈켜 줬어요?”
“아뇨~ 배우라고는 하셨는데 그거까지 배웠으면 아마 전 검정고시 떨어졌겠죠.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었고 뭐 배워봐야 쓸모도 없는데요…뭐”
“음…. 알겠습니다.”
‘슈밤~~ 안배웠는데 왜 이렇게 태연해? 그럼 뭐 특이 체질이라 귀신들이 피해가나? 뭐지 이 인간은?’ 이라며 이래저래 술 먹다가 10시는 다가오는데 맥주 떨어져서 동네 알코올 집합소로 둘이 술 사러 나갔습니다. Y씨가 예기한 그 커다란 나무는 술 사러 가는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 잔디밭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는 길에서 보면 정면에 보입니다. ‘저기 어디 귀신이 있단 말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긴장하고 가고 있는데 Y씨가 나무와 가까워 지는 시점에서 갑자기 뭔가에 놀란 듯 합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있구나 라고 눈치챈 저는 Y씨를 쳐다보았고, Y씨도 약간 가던 걸음을 주춤 하던 것 같더니 이내 조심스레 제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흠… 나무 쪽은 절대로 바라보지 마시고, 일단은 시선을 피하세요”
“뭐가 있나요? 아까 말씀 하시던 그 뇬인가요? 예쁜가요?”
“음… 뭐 예쁜 줄은 잘 모르겠구요, 몇 일 동안 봐왔는데 나무 밑둥까지 내려오는 일은 없고 항상 나무 맨 꼭대기 위에 서 있었는데, 이 뇬이 지금 나무 밑둥까지 내려와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네요”
“우리 둘 중에 누구한테 관심이 있다는 건가요?”
“아마도 그렇다고 봐야겠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도 나무 위에 서 있었는데, 지금 밑둥까지 내려와 있네요”
점점 나무와 가까워 질수록 시선은 딴 데로 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두런두런 가고 있었고 무사히 잘 빠져 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Y씨가 한 번 더 소스라치게 놀란 것을 제외하면. 무사히 가게 문 닫기 전에 술도 더 샀고, 나무 있는 쪽 입구 말고 빙 돌아서 다른 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흠칫 놀란 이후로 Y씨가 말을 거의 안해서, 일단은 기숙사로 들어갈 때까지는 별 말 안하고 둘이 묵묵히 걸었습니다. Y씨가 소스라치게 놀란 시점에 저도 귓가와 볼 근처에서 엄청난 한기를 느끼긴 했으므로 저도 일순 놀라서 말 없이 묵묵히 걸었습니다.
기숙사로 돌아가서 다시 맥주 한 캔을 따는데, Y씨 뭔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 할까 말까 하는 눈치였습니다.
“아까 그 뇬이 저한데 뭔 짓 했죠? 글쵸?”
“음… 말하기 조금 곤란합니다만, 했죠, 그렇죠.”
“뭔 짓을 했길래…..?”
“음… 보통 나도 인기 많은 스타일인데… 오늘은 내가 졌소, ㅋㅋㅋㅋ”
왜 이런 얘기를 하나 의아해 하고 있는데, 곧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아들었습니다. 그 귀신은 Y씨만 볼 수 있고 난 못 보는 상황이었고, 그 앞을 지나쳐 걸어가는데 갑자기 그 귀신이 얼굴을 훅 하고 우리 앞으로 들이 대더랍니다. 그 시점이 Y씨가 흠칫 한 번 더 놀란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마치 스캔을 하듯 둘의 얼굴을 꼼꼼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제 쪽으로 붙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제 얼굴을 바라보며 두 손은 어깨에, 두 발은 허리에 감싸고 초 고난이도 쎄엑쑤우 자세를 취하며 방아찧기를 시전하며 Y씨를 보고 웃으며 신음소리를 미친 듯이 리얼하게 날리고 있더랍니다. 이제사 생각난게, 왜 이 냥반이 술 사서 들어오는 내내 말 없이 내쪽을 안쳐다 봤나 했더니만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말하는 시점에 제 얼굴과 귓볼에 엄청나게 시린 소름 돋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있었구나 느꼈는데, 아쉽게도(?) 곧휴에는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 뇬, 아직도 저한테 붙어 있나요?”
“아까 기숙사 들어오기 전에 떨어졌습니다.”
“뭔 언질이라도 해 주시지…..”
“그게 그 뇬이 워낙 리얼하게… 아시잖아요. 민망해서 못쳐다봤습니다”
“에히라디야…귀신한테 먹힌건가요?”
“인기 많으셔서 좋겠습니다, 부러워요”
저 나무 귀신 뇬은 이래서 위험한 거냐고 물어봤더니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원한의 기운도 상당히 세고 뭔가 자기 직감으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하더라구요. 오늘 일은 뭐 정기 조금 빼앗긴 거 빼고는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가져온 술은 다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불 끄고 한 30여분이 지났나? 방문 앞은 조금 환한 편이라 뭐가 지나가면 방문 밑의 틈으로 그림자가 다 보입니다. 근데 뭔가 방문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 그 조그만 틈으로 갑자기 방 안으로 후욱 하고 들어오는게 보입니다. 점점 방 안이 그림자로 덮여가고 있어서 깜짝 놀라 경기하듯 Y씨를 깨웠습니다.
“뭐 들어왔습니다…인나보세요~~”
“그림자 들어왔어요? 괜찮아요, 그냥 주무셔도 돼요”
“방 안을 다 차지하고 있는데요? 어케 자요? 안보임 몰라도….”
“별 일 없어요. 저게 다예요~~ 그나저나…. 잠시 저 여자친구 방에 좀 갔다 오겠습니다~~ 금방 올께요”
아까 귀신 쎄엑쑤우 씨나락 까먹는 소릴 봐서 그런지 이 냥반 갑자기 여친 방으로 간답니다…. ‘뭐지? 그럼 난? 이 방에 있어야 하나?’ 에헤라디야~~ 이 냥반이…. 하면서 밖으로 나가서 공동 조리실로 가고 있는데, 제 뒤에다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Y씨…
“지금 조리실에 그 생퀴 있어요. 입만 웃고 있는 생퀴….”
에잇 정말 나보고 어쩌라고~~ 된장
다른 얘기들은 정리 되는 대로 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