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5) 마지막회

왕젭 작성일 15.09.22 14: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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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한동안 너무 바쁘게도 살고 있었고, 또 동시에 너무 피곤해서 글도 못썼네요ㅠㅠ 기다리셨던 분들? 계셨다면 죄송

그 나무에 붙어있는 귀신, 그림자 귀신, 눈없입웃 귀신과 갖가지 요정 비슷한 것들이 판치고 있었지만 사실 무섭다기 보다는 그냥 일상에서 보이니까 좀 뭐랄까익숙해 졌다고 해야 하나? 암튼 무섭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영국은 날씨가 GR맞아서 주말 아침에 해님이 열라 쪼개서 밖에 피크닉 갈라고 도시락 싸는 와중에 비가 오기도 하고, 아침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하루 종칠려고 작정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면 어느 순간 종일 내내 좋은 날들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1시간에 1번 꼴로 일기예보를 해주겠습니까? 바바리 코트 같은게 잘 팔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놈의 나라는 비올 때 바람도 같이 불어서 우산을 쓰나마나 였습니다. 방수코트가 최고인 나라였습니다.

여튼 그날은 주중에 하루였던 듯 한데, 아침에 멀쩡하길래 그냥 나갔더니 학교 갔다가 들어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조때따…. 비오네

하면서 열심히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 기다리는데 안오길래 뛰고 있는데 갑자기 번개치고 천둥치더니 비가 요란하게 더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빗줄기가 너무 거세다 싶어서 가다가 그 뇬이 산다는 나무 옆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

내가 아무리 과학시간에 졸았어도 천둥 번개 치는데 나무 밑에 있으면 벼락맞고 디지지더군다나 그뇬이 있는 나무인데 말이지…’

라고 생각한 순간 저 멀리서 우리의 사랑스러운 니혼징 Taki가 우산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Are you crazy? Don’t stand under the tree when lightning striking”

해석 - 아 유 크레지?(미칬나?) 돈뜨 스탄드 안다 다 트리 휀 라이또닝 스또라이끄(번개 칠 때 나무 밑에 있으면 안돼)

“I know. I just thought about that right now. Let me share your umbrella”

해석 - 나도 방금 그 생각 했어. 우산 같이 쓰자 생퀴야

라며 발을 떼는 순간 갑자기 서늘해져 오는 등골에 저도 모르게 위를 쳐다본 순간 찰나였지만 뭔가 하얀 얼굴 같은 게 잔뜩 찡그리고 저를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짧은 0.2초의 순간인 듯 했지만 전 분명히 봤습니다. 그리고 발을 떼서 Taki에게로 가는 순간 번쩍하는 하고 번개가 제 발 바로 옆 10cm 지점에 떨어졌습니다. 순간 온 세상이 다 하얗게 변하는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이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너무 놀래서 암말도 안나오고 그저 Taki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직접 맞은 건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저 멀리서 Y씨가 우산을 들고 제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평상시 이 냥반은 학교 안가니까 제 방에서 TV 보고 늘어져 낮잠 자고 하고 있지요….

이리 나오세요, 언능. 거기 있으면 죽어요.”

그쵸 위험했죠…. 별안간 그 하얀뇬 얼굴(이쁘던데 말이지요ㅋㅋㅋㅋ) 봤고 바로 이어서 번개 떨어졌으니 죽을 뻔 한거 맞죠. 이 냥반은 헐레벌떡 뛰어오고, 저와 Taki는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서 넋 놓고 그냥 서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하필 비를 피해도 거기를 들어가셨어요? 제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비도 오고 해서 창 밖을 바라보다 뭔가 느낌이 쎄해서 보니 그 밑에 들어가 계시더군요. 제가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그뇬 이쁘던데요?”

허걱, 보셨어요?”

일단 뭐 이쁜 뇬하고 썸씽이 있었으니 다행입니다ㅋㅋㅋㅋ

웃음이 나오시는군요

우리 Taki는 옆에 있다가 한국말도 모르면서

“He almost die”

해석 - 히 아르모스또 다이 (거의 뒤졌죠…)

니혼징 Taki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얘가 남자가 아니라 이쁜 여자였으면 사귀었죠….ㅋㅋㅋㅋ

내 걱정 해주던 사람은 우리 엄마 빼고는 Taki가 제일 많이 해줬습니다. 암튼 Y씨와 Taki와 함께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젖은 옷 갈아입고 있는데 Y씨가

비가 와서 뭔가 멜랑꼴리 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무 위에 그 뇬이 있는게 보이더라구요. 근데 이 뇬이 갑자기 밑으로 이동 하는게 보여서 왜지? 밑에 누가 있나? 하고 밑을 보니 거기 계시더군요

그르게요저도 빗줄기가 갑자기 세져서 비 피하려고 들어갔다가 그 생각을 마악 하고 멀리서 Taki 오길래 바로 나올려고 했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그 뇬도 보고 번개도 맞아 디질 뻔 했죠…”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전에 뭔가 영적인 교감(나는 없었지만….)을 했다고 봐줬는갑죠?”

알 수 없음이죠쟤네들 생각은

뭐 일단 번개사건은 이렇게 별 탈 없이 끝났고 하루가 또 지나고, 이제 이틀 후면 우리 Y씨도 한국으로 들어가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Y씨의 귀국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우리들의 술 먹는 양도 더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Y씨 귀국하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저녁 잘 해먹고 (그래 봐야 기숙사 부엌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거라곤 스팸 구이, 계란 후라이, 닭 넓적다리 소금 후추 뿌려서 오븐에 구운 거, 간단한 국종류(즉석국 한국산), (한국서 가져온 거), 밥은 American Long Grain 이라고 미국 쌀 하얗고 겁나 긴데 아무리 먹어도 살 안찌는 밥,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인 싼 거 하나) 와인 먹은 김에 달려라 달려라 맥주로 판 바꿔서 실컷 먹었습니다. 역시나 항상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맥주가 모자랐지요. 맥주 사러 가는 길에는 역시 항상 그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Y씨 한국가면 누가 나무뇬 해코지 할 때 위험하다고 알려주나요?”

그냥 가지 마세요. 저 근처에는….”

그쵸? 안가면 되는데, 그뇬 얼굴은 정말 이쁘더라구요….ㅎㅎ

이쁘다고 가시면 한방에 훅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로 웃고 떠드는 와중에 나무를 얼마 안남겨 두고 이번에는 둘 다 두둠칫…… 얼음이 됐습니다. 희미하게나마 보입니다. 저는 전반적인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이는데 Y씨는 저보다 더 잘 보이겠죠? 제가 흑백 브라운관 TV라면 Y씨는 UHD 3D 겠죠? 그 뇬이었습니다. 나무 밑둥 앞에 있었습니다.

…. 뭔가가 저도 보입니다. 그 뇬이 (헤벌레~)”

둘 다 보인다면 위험하네요. 일단 뛰어서 도망갑시다.”

라고 하더니 먹여주고 재워준 절 버리고 혼자 온 길을 되돌아 기숙사 방향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물론 저도 바로 뛰어 따라갔습니다. 근데 문제는 두둥~~ 앞에 우리의 사랑스러운 Taki가 그 쪽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막 우리를 스쳐 지나갈 때

“Why are you running like that? Something follow you?”

해석 - 와이 아유 라닝 라이꾸 댓또? 삼씽 빠로 유? ? (왜 그리 뛰어? 뭐 따라와?)

“Taki. Don’t go there. Just follow us!”

해석 - 타키 거기 가지 마. 우리 따라와 빙신아~~!!

“No. I got to buy something in the grocery shop over there.”

해석 - . 아이 갓또 바이 삼씽 인 다 그로세리 샤뿌 오바 데아 (싫어. 나 저기 슈퍼 가서 뭐 사야 해)

순간 빡쳐서 갑자기 일본말이 나왔습니다.

다메요. 고꼬니 이케나이. 오바케가 아리마스요

해석 - 안돼 저 쪽에 어떤 귀신뇬있어

“Really? No joking. You said something like that 2 weeks ago. There was nothing behind you. Don’t make me fool.”

해석 - 리아리? (정말?) 노 조낑구(농담하네) 유 사드 삼씽 라이꾸 댓또 투 위꾸스 아고 ( 2주 전에도 이런 식으로 말했지?) 데아 와즈 나띵구 비하인도 유 (그 떄 니 뒤에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지나쳐 가길래 우리는 일단 숨을 고르고 쳐다봤습니다. 이전에도 말 했듯 저 나무를 지나 문을 통과해야 슈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저희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Taki를 지켜봤고, 이윽고 그 나무 옆을 지나가는 Taki를 봤습니다. 근데, 갑자기 이 뇬이 움직이더니 Taki를 손으로 미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겁니다. 우리의 Taki 갑자기 중심을 잃더니 어억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미끄덩 하고 넘어집니다. 그와 동시에 그뇬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우리는 또 그 쪽으로 막 뛰어가서 Taki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다행히 미끄덩 넘어진 것 이외에는 별 다른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Taki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Something push me, something push me, something push me”

해석 - 삼씽 푸씨 미, 삼씽 푸씨 미, 삼씽 푸씨 미 (누가 나 밀었어 X 3)

“I told you not to go there.”

해석 - 내가 가지 말라고 했쟈니?

“You know something, right?”

해석 - 유 노 삼씽 롸이뜨? (너 뭐 알지?)

이리하야 우리는 슈퍼까지 Taki와 동행하면서 뭔가 있다고 말해주었고, 맥주를 사서 같이 한 잔 마시며(Taki는 술을 정말 더럽게 못 마셔서 정말 한잔 먹었음) 그간 있었던 말을 얘기해 줬습니다. 우리의 Taki는 연신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Unbelievable. Absolutely unbelievable.”

해석 - 언비리바부르. 애브솔루똘리 언비리바부르 (못믿겠어, 완전 못믿겠어)

를 연발하며 귀 쫑긋 새우고 듣고 있었지요. Taki는 한잔 맥주로 취해 먼저 가고 저와 Y씨는 맥주를 마시며 계속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왜 볼 수 있었을까요? 저뇬도 글코 Y씨 그림자 생퀴도 글코역시나 전생의 업보인가요? 근데 저 나무뇬은 원래 못봤잖아여…”

넌 내게 반했어 (노 브레인 노래투로 손가락질까지 하며)”

아이 씨…. 정말 그런거 말구요…”

뭐 딱히 설명 드리자면, 전생에 업보가 많은 너님 같은 사람은 귀신에 잘 씐다고 하죠? 근데 현생에서는 보니 착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계시더라구요. 착하게 살면 아마도 귀신에 씌이는 일은 없을 듯 한데 잘 보이긴 할겁니다

무책임한 대답이죠? 하지만 그 말이 정답인 듯 합니다. 정말 착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일본 여자애들과 사귀고 결혼하지 않은 것만 빼고는(사귄다고 다 결혼하나?) 정말 매사 정도를 걸으면서 살았습니다.

아마도 근데 저 가면 몇 개는 안보일 겁니다. 그림자랑 저 나무뇬이랑은 잘 안보일겁니다.”

그리하여 이틀 후 우리의 Y씨는 바이바이 하고 저도 일상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일주일 정도 있기로 했었으나 따지고 보니 한 9일 정도 있었던 듯 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들도 많이 했고 나름 정도 많이 들었으나…. 이 냥반이 여친과 깨지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보질 못했습니다. 아쉬운 분입죠.

여튼 Y씨가 가고 난 이후로 그림자 귀신은 지가 데려갔을 거고, 나무뇬은 그 이후로는 못봤습니다만, 자주 나무 옆을 지나가긴 했죠. 뭐 모르죠 저야….. 안보이니까….. ㅋㅋㅋㅋ 그 뇬이 또 제 어꺠를 잡고 방아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벌레~~!! 눈없입웃 생퀴는 보통 3~4달에 1번 정도 얼굴을 보이는데 예전처럼 쫄지는 않았고 그냥 보인다 싶으면 냅다 뛰었구요, 빛나는 공은 한 번 본게 전부였습니다. 대신에 뭔가 빛나는 요상한 것들은 몇 번 본 적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1학년 마치고 한국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면서 어머님이 뭔가 부적 같은걸 주신 이후로는 그러한 현상도 그나마 줄어들어서 잘 못봤습니다.

항상 어디 가서 점을 보면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전생에 업보가 많아서 현생에 덕을 많이 쌓으라고….. 그러면서 뭐 굿을 해라 뭐 치성을 드려라 뭐 돈을 바쳐라하나도 안했지만 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제 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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