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주의][펌글]
아르바이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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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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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3학년이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여름방학이 가까워졌을 즈음, 우리는 친한 친구 다섯명이서 바다에 여행을 가는 계획을 세웠다.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다가, 이왕 할 거면 바닷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사정이 있어서 도저히 방학동안 시간을 못 만든 둘을 빼고, 방학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었던 A와 B, 나까지 세 명이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였다.
우리 셋이서 바다근처의 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두명이 우리가 일하는 곳에 며칠 묵으러 오면 되겠다며 대충 계획을 세웠다.
*주: 일본의 여관은 한국과 달리 호텔급의 고급 숙박시설이다.
일할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자, 곧 성수기 철이라 그런지 꽤 많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 하고 있었고, 친구들끼리 같이 와도 좋다는 곳도 많았다.
우리는 여관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규모가 크지 않고, 그냥 보기에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그렇다, 그냥 만만 해 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게다가, 그 여관의 근처 바닷가는 그 동네에서 헌팅의 명소로 꼽힌다는 스페셜 옵션까지 따라 왔다.
절대 먼저 헌팅의 명소를 찾고, 그 바닷가 근처의 여관에 검색 된 여관이 저 여관이었기 때문에 고른 것이 아니다...
...맞다...
여관에 전화를 걸어서 아르바이트 모집 하는 광고를 보았다고 신청을 하자, 흔쾌히 3명 다 꼭 와 달라고 하였고, 내가 중간에 친구들이 오기 때문에 이틀정도 일을 빼 달라고 부탁을 하자,
"그만큼 열심히 일 해야 한다."
라는 말뿐, 별다른 조건없이 정말 시원시원하게 일이 진행 되었다.
얼마 후, 방학이 시작하고, 어영부영 지내다 보니 아르바이트가 시작 하는 날이 되었다.
우리는 타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뭔가 모를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한껏 가슴을 부풀어 올라 있었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기차를 몇 번 갈아타고, 버스를 두어번 갈아타자, 한달남짓여 동안 먹고 자면서 일을 할 여관이 보였다.
'여관' 이라기 보다는 '민박' 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만한 집이었다.
하지만 사진보다 조금 허름할 뿐, 꽤 큰 2층짜리 건물이었고, 우리는 그 평범한 시골 가정집같은 분위기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열려있던 현관을 열고 조심스레
"실례합니다. 오늘부터 일 할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라고 말하자, 곧 우리 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나와서, 미소를 가득담은 얼굴로 반겨 주었다.
벌써부터, 머나먼 객지까지 일하러 오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왔다.
소녀는 여관에는 객실이 4개, 식사할때 쓰는 넓은 연회실 가운데에 하나, 종업원용 방이 2개로 총7개의 방이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우리를 연회실로 안내 해 주었다.
소녀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였고 곧 시원한 보리차 세잔을 가져다 주었다.
시골에 사는 여자애 특유의 풋풋한 매력을 가진 이 소녀는 자신을 '미사키' 라고 소개했다.
미사키의 소개가 끝나고 조금 뻘쭘한 분위기가 흐를때쯤, 젊었을때는 꽤 아름다웠을 얼굴을 한 붙임성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들어왔고, 자신이 이 여관의 여주인 '마키코' 라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없지만 마키코 아주머니의 남편과 우리까지 총6명이 힘을 합쳐 일을 할 것이라며, 아르바이트 기간동안 잘 부탁한다고 하였다.
어느 정도 자기소개가 끝나고, 마키코 아주머니는 객실은 연회실을 나가서 복도를 오른쪽으로 가면 두 개씩 복도 양쪽에 있는데, 우리가 잘 방은 왼쪽 복도 끝에 있는 종업원용 방이라며, 가서 짐 정리도 하면서 조금 쉬라고 하였다.
...음?
"2층은 안 쓰세요?"
짐을 들고 나가던 중에 내가 물었다.
"응, 2층은 지금 안 쓰고 있어."
아주머니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였고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닫아둔 모양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곤 방을 나왔다.
우리가 묵을 방으로 와서, 짐을 풀고 창 밖의 풍경을 보자 정말 기분이 편안해졌다.
앞으로 펼쳐질 한여름의 모험을 기대하면서 그날이 지났다.
그렇게 우리의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 되었다.
처음 배우는 일을 하루종일 하다보니 실수한 일도 힘든일도 무지 많았지만, 미사키와 아주머니, 아저씨까지 우리에게 너무 잘 해주니 힘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어느날...
일을 끝내고 마루에 앉아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금방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 들텐데, 일도 많아지겠지? 2층도 개방 하려나?"
A가 말했다.
"안할껄? 2층이 주인집 아니야?"
당연한걸 묻냐는 투로 B가 말했다.
A와 나는 금시초문 이었기 때문에 몹시 놀라며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고, B는 그것도 모르고 일주일이나 일을 하고 있었냐는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보면서 대답했다.
"아니, 아주머니가 매일 쟁반위에 밥 차려서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가잖아. 한번도 못 봤냐?"
A와 나는 동시에 "응" 이라고 대답했다.
B는 일을 할때는 바보같이 한구멍만 파지 말고 주위도 좀 둘러보면서 하라며 핀잔을 주었고, 우리는 그런가? 하고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여하튼, 2층에 관해 이상한 일이 더 있으면 서로 보고 하기로 하고는 곧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조차도 잊어버렸다.
다음날.
B가 급히 우리를 불렀다.
우리는 할말이 있으면 지가 올 것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B의 '뭔가 재밌는 일을 숨기고 있는 얼굴' 에 못 이겨서 B가 있는 마당으로 나갔다.
"어제 아주머니가 밥 차려서 2층에 올라간다는 이야기 했잖아? 그래서 오늘은 내가 끝까지 지켜봤거든. 항상 아주머니가 계단으로 들어가는것만 보고 말았지만, 이번엔 다시 내려올때까지 기다려 봤어."
B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참고로, 이 여관은 건물이 약간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집 안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고, 일단 현관을 통해서 밖으로 나온 다음에, 건물 옆으로 돌아가서 작은 문을 열면 그 안에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 구조였다.
설명이 복잡하다면 미안할뿐, 알아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
물론 우리는 그 문 안쪽이나 계단을 본적은 없지만, B는 그날 계단이 있는 그 문이 보이는 곳에 숨어서 지켜보았던 모양이었다.
"올라가더니 5분정도 되니까 내려오던데?"
B의 너무나도 담백한 대답에 약간 김이 샜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항상 우리랑 같이 밥 먹잖아? 그런데도 쟁반에 밥을 가지고 2층으로 간다는건 2층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뜻 아니야?"
우리가 김이 새든 말든, B는 쉬지않고 이야기를 계속했고 우리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이상하긴 해도, 아픈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A가 말했다.
"응,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5분만에 밥을 다 먹는다는건 꽤 건강한거 아니야? 뭐... 이상한 일 있으면 서로 보고 하기로 했으니까 난 지금 보고 한거고."
왠지 잘난척 하는듯한 B에게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날 B가 본건 조금 이상한것 같기도 했다.
2층엔 뭐가 있는걸까...
그 다음날, 최대한 일을 빨리 끝낸 우리 셋은, 약간 늦은 오후쯤 현관 앞에 모였다.
역시 호기심 이라는것은 인간에게 있어 활력소가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간판 뒤에 숨어서 아주머니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잠시후, 쟁반에 밥을 가지고 나오는 주인아주머니가 보였고, 아니나 다를까 현관을 나와서 건물 옆쪽으로 걸어가더니, 건물 측면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B의 말처럼, 5분쯤 있으니 아주머니는 빈 그릇을 쟁반위에 가지고 내려왔고, 우리를 못 본채로 현관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빠르네. 도대체 누가 있는걸까?" A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몰라, 보러 갈래?"
B가 혹시라도 아주머니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면서 현관쪽을 살피며 말했다.
"난 좀 무서운데..."
"응...나도..."
나는 A와 B의 전혀 남자답지 못한 한심한 대화를 못 들은척 하고, 둘의 팔을 잡아 끌으면서 말했다.
"우선 가 보자!"
못이긴척 끌려온 A와 B까지 우리셋은 낡은 문 앞까지 와서 문을 둘러싸고 서 있었다.
A와 B는 문에 손을 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서, 내가 문 손잡이를 잡았다.
혹시 잠겨있진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렸는데, 당연하다는듯이 손잡이가 돌아갔다.
낡은 문이 열리는 특유의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수 센치 정도 열렸다.
"욱!!"
열린 사이로 계단쪽을 살펴보던 B는 갑자기 코를 잡고 문에서 멀어졌다.
"냄새 안나냐?"
이상하다는듯 쳐다보는 우리에게 B가 말했다.
A와 나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유독 B만이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것 같았다.
"너, 우리 겁주려고 일부러 그러는거지?"
A가 약간 짜증을 내면서 B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니, 진짜 냄새난다니까? 문좀 더 열어봐." B는 정색을 하며 억울하다는듯이 말했다.
나는 살짝 무서운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눈을 딱 감고 문을 확 열었다.
약간의 먼지가 일어났고 바깥과 약간 다른 온도의 공기가 퍼져 나오는것 같았다.
"먼지 냄새밖에 안 나잖아!"
나는 B를 째려보며 말했고, B는 정말이라며, 아까는 진짜 뭔가가 썩은 냄새가 났었다고 끝까지 잡아 뗐다.
우리가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는 일이라, 그냥 넘어가고 계단 속에 집중했다.
몹시 좁은 계단.
성인 남자 어깨넓이 보다 약간 넓어보이는 넓이에 계단 양쪽은 벽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사람 한명이 겨우 오르내릴만한 넓이였다.
전깃불 같은것도 보이지 않았고, 밖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겨우 계단 위쪽까지 보이는 정도 였다.
계단 끝에는 1미터 남짓해 보이는 공간이 있는것 같았고, 그 끝에 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이거 올라가더라도 한명 밖에 못 올라가겠네."
내가 말했다.
"아니지, 아니지, 안올라갈꺼야!"
"절대 안가!"
A와 B는 동시에 팔을 휘휘 내 저었다.
"니들이 그럼 그렇지. 그럼 내가 갈게." 나는 둘을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면서 말했다.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은것 처럼 둘이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A와 B를 향해 말을 계속했다.
"응, 나 이런거 한번 호기심 생기면 잠이 안 오거든. 결국 못자서 밤중에 혼자서 와 버리는 타입이야. 밤에 오느니, 니들이라도 있을때 지금 갔다 와 버리지 뭐."
말도 안되는 이유였지만, 그때는 아직 공포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앞섰고, A와 B에게 혹시 나한테 무슨일이 생기거나 했을때는 절대 나만 놔두고 도망가거나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나는 계단을 올라갔다.
바깥의 빛에만 의지 하는 지라, 안쪽은 생각보다 어두컴컴 했고,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끼익...끼익...
낡은 나무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걸을때마다 양쪽 어깨에 닿는, 나를 감싸고 있는 좁디 좁은 벽도 기분나빴다.
반이 넘게 올라서 계단 위쪽이 보일락 말락 할때쯤, 갑자기 뭔지 모를 공포감에 휩쌓여 뒤를 돌아보았다.
A와 B는 이쪽을 보고 있었고,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있었다.
'이상무' 라는 의미인것 같았다.
나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빠지직...빠지직...
끼익 거리는 소리는 언젠가부터 오래된 나무가 썩어서 바스러지는 소리로 바뀌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거의 닿지 않자, 호기심과 공포심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지금이라도 돌아 내려가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빠지직...빠지직...빠지직...
기분탓인지 소리가 점점 커지는것 같았다.
소리와 함께 바닥을 밟는 감촉이 꼭 수천마리의 벌레를 밟으면서 걸어나가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어둠에 어느정도 눈이 적응이 되었지만, 바닥은 새카맣게 보일뿐이었지만 별달리 움직이는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썩은 나무가 맞는것 같았다.
깜깜하고 좁은 폐쇄공간으로 발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 알수없는 공포심을 낳았고,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현실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온 지금은 역광과 함께 둘의 모습은 흐릿하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치켜들고있는 엄지손가락은 확실히 보였다.
내가 내 딛은 한발짝들이 모여서 드디어 계단의 끝까지 올라오게 되었고, 1미터도 조금 더 되는 복도가 보임과 동시에, 강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윽!!"
방금 전 B와 꼭같은 반응을 하였다.
썩은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도의 냄새가 섞인듯한 냄새.
구역질이 넘어오는걸 간신히 참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보았다.
그때 보인건, 나와 1미터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어두워서인지 더 멀리 있는것 처럼 보였던, 복도의 끝 구석에 쌓여있는 '밥' 이었다.
그리고 그 썩은 밥의 표면은 비록 어둠속 이었지만, 그 표면위에 꾸물거리는 수많은 점들을 돋보이게 하는데는 충분한 흰색이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벌레인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 백마리의 벌레에 기겁하면서 무의식중에 그것에서 눈을 피했고,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린 내 눈에 계단 끝에 보였던 문을 보았다.
밑에서는 문의 위쪽 밖에 보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이 문은, 문의 중간부분에 벽까지 이어지는 판자를 여러장 댄 다음에 그 위에 못을 박아서 열지 못하게 해 놓았고, 그 위에는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 부적이 붙어 있었다.
그 위에 가는 실을 못에 걸어서 거미줄처럼 쳐 놓은것도 보였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 부적 이라는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것이 백프로 부적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스티커를 수십장이나 붙여놓았을 리도 없지 않은가?
어디서 어떻게 보아도, '무언가를 가둬두었습니다.' 라는 분위기였다.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이 잘못된 일인것을 깨달았다.
이미 악취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돌아가자. 아니, 도망가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좁은 복도에서 뒤로 돌았다.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내가 뒤로 돌자마자, 문의 저편에서 무엇인가를 긁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후욱...후욱...............후...후...후욱...
불규칙적인 호흡소리도 들렸다.
나는 심장이 멎어버리는줄 알았다.
누구지? 아니... 뭐지?
그대로 뒤를 보지않고 도망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이 저런 상황이 되어 보라.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얼어붙을 뿐이었다.
뒤를 돌아볼 용기도 없거니와, 앞으로 도망칠 힘도 나질 않았다.
꼼짝도 못한채.
괴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문을 등지고 얼어붙은 나는, 눈알만이 겨우 움직일 뿐 눈을 깜빡거리는 것 조차도 하지 못했다.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후욱...후욱...............후...후...후욱...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손에 뾰족한것을 들고 있었다면 귓구멍을 쑤셔버리고 싶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때, 딱 한순간,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내 귀를 괴롭히던 소리가 멈췄고, 정적이 왔다.
쾅!!!!!!!!!!!!!!!!!!!!!!!!!
무거운것이 문에 부딪힌 듯 한 큰 소리가 났고, 또다시 불규칙적인 호흡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계속 되었다.
처음에는 문 뒤쪽에서 나던 그 소리는 지금은 내가 서 있는곳의 윗쪽, 내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가 있는 천장 위로 이동한것일까...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술이 바짝 말라서 붙어버린 것일까, 입도 떼어지지가 않았다.
그 소리는 내 양쪽귀... 아니, 몸 전체를 휘감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벽만이 그것과 나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뒷통수부터 허리까지 땀으로 축축하게 젖고있었다.
급기야 소리가 피부로 느껴지는 기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이제는 이 소리가 벽에서 나는 소리인지,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바로 그때, A와 B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괜찮냐!? 뭐해?? 빨리 내려와!!"
그 순간, 눈물날정도로 반가운 현실감과 함께 몸이 자유를 되찾았고,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나는 계단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A와B에게 들은바로는 눈을 감은채로 거의 굴러 떨어지는것처럼 내려왔다고 한다.
계단을 다 내려온 나는, 우선 그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어서, 멈추지 않고 둘의 옆을 그대로 계속 달려서 우리가 묵고 있던 방까지 도망쳤다.
솔직히 말하면, 방까지 어떻게 도망쳤는지는 기억이 없다.
헐떡이며 방으로 돌아오자, 바로 뒤를 A와B도 *아 왔다.
"괜찮냐?"
"무슨 일 있었어?"
나는 A와 B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라기 보다는,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와 함께 또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는게 죽을만큼 무서웠다.
아무말도 않고 가쁜숨을 몰아쉬며 눈의 초점을 잃은 나에게 A가 물었다.
"근데... 너 뭐먹고 있었냐?"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A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지껄였다.
"너 계단을 올라가서는 금방 무릎 꿇고 앉았잖아.
우리는 니가 뭐하는지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까 너... 뭔가를 먹고 있었어... 뭔가... 열심히 입안으로 쑤셔 넣는것 같은..."
라며 A와 B는 동시에 내 가슴팍을 쳐다봤다.
무의식적으로 내려다 보자, 입고 있었던 흰색 반팔 티셔츠의 가슴쪽이 썩은 밥풀과 짓이겨진 구더기,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구더기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 순간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 때문에,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그대로 토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잊을래야 잊을수도 없었다.
단 한번도 무릎을 대고 앉은적이 없었고, 내가 그 썩은 음식물을 먹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입고있던 옷에는 위에서 봤던 그것들이 묻어있었고, 내가 그것들을 쥐었던 것을 말해주는듯이 양손에도 잔뜩 묻어 있었다.
미칠것만 같았다.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나오자, A와B가 나를 부축해서 이불위에 앉히면서 물었다.
"너 장난하고 있는것으론 안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좀 해봐..."
나는 공포심에 잡아먹힐 듯한 기분이었지만, 그 기억을 혼자서 떠안을 자신도 없었기에, 아까 계단에서 체험한 것을 하나하나 말해 주었다.
둘이 보았던 나의 모습과, 내가 말하는 나의 모습이 전혀 달랐지만, 그들은 끝까지 아무말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서 눈물이 나왔다.
이야기를 끝내고, 더렵혀진 옷을 A가 가져다준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입고있던 옷을 벗었을때였다.
무릎이 몹시 쓰라렸고, 바지를 벗어보니, 자잘하게 베인 상처가 잔뜩 나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자세히 보니, 상처에 작고 뾰족한 플라스틱 파편 같은것이 붙어 있었고 그것이 아마 상처를 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간색 파편과, 약간 검은색 때가 묻은 흰색의 파편이 있었다.
내가 그걸 손 위에 올려서 자세히 보고 있자, B가 다가와서 그건 뭐냐고 물으며, 내 손을 끌어가서 자신도 보기 시작했다.
"힉!!!"
소리를 참는 비명과 함께, B는 내 손을 쳐서 그것을 바닥에 털어버렸다.
갑작스런 B의 행동에, 한참 자세히 보고 있던 나와 A도 깜짝 놀랐다.
"야, 그거... 자세히 봐봐..."
B가 불안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파편을 가까이서 본 A도 비슷한 비명을 지르더니 B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야... 이거... 손톱이잖아..."
"..."
우리는 셋다 얼어붙었다.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
.....손톱으로 긁는 소리였구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계단을 오를때의 그 뭔가 다른 것을 밟고 있다는 감촉도 바닥에 가득 떨어져 있던 그 손톱을 밟았던게 아닐까.
그 손톱은, 벽 뒤에서 뭔갈 계속 긁고 있었던 '그것'의 것이 아닐까.
둘의 말처럼 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면, 이 상처도 그때 생긴게 아닐까.
하지만, 그런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이곳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사실.
나는 A와 B를 향해 말했다.
"나 여기 계속 못 있겠다."
둘은 말없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그만 두기로 했는데, 우리가 2층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빼고,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고 간단히 인사만 하고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우선 짐을 싸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셋중 누구도 잠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다음날, 우리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말도 하지 않은채로 아침을 맞았다.
침묵속에, 갑자기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고, B는 깜짝 놀란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B는 어제의 경험에 상당히 겁을 먹고 있는것 같았다.
평소에도 남에게 친절한 성격의 B는 알람을 끄고 누운채로 말했다.
"나보다 훨씬 무서운 일을 당하고 있는줄도 모르고, 도와주러 못 가서 정말 미안하다."
어제의 일을 떠올리면 나는 그런 따뜻한 말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가만, '나보다 훨씬' 이라니?
2층에 올라간건 나이고, A도 B도 밑에서 보고있었을 뿐이었다.
그건가?
내가 눈을 뒤집고 계단을 달려 내려왔던 모습이 무섭게 느껴졌나?
아니면, 그냥 내가 말해준 이야기가 무서웠다는 뜻인가?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 내가 공포심 때문에 B의 의미없는 말 한마디에 너무 민감해 져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이럴때 일수록 어서 빨리 돌아가서, 이런 일따위는 잊어버리고, 남은 여름방학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부터의 B의 불안해 하는 모습은 약간 짜증이 날 정도로 과했다.
무슨 소리만 들리면 깜짝깜짝 놀라면서 반응을 하고, 내 다리의 상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등, 어떻게 봐도 이상한 행동 밖에 하지 않았다.
"야, 괜찮냐? 잠을 못자서 그래?"
B가 걱정이 되었는지 A가 물었다.
그리고는 뒤쪽에서 가만히 B의 어깨를 잡아주었는데, A가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시끄러!! 손대지마!!" 라며 A의 손을 뿌리쳤다.
A는 갑자기 보이는 B의 반응에 당황하며 멍 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괜찮냐고?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나도 그렇고 ㅇㅇ도(내 이름) 그렇고 죽을만큼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걱정해 주는척 하지마!!"
B는 A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B가 죽을만큼 무서웠던 일은 도대체 뭘까?
내 이야기를 듣고 무서웠던게 아닌가?
B는 평소에도 아무리 괴롭히더라도 화 한번 내지 않는 온화하고 꼼꼼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 정말 낯설었다.
"죽을만큼 무서운 일이라니... 넌 계속 계단 밑에 있었잖아?"
내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응, 밑에 있었어. 밑에서 계속 보고있었지."
라고 대답하고 B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보고있어."
B는 고개를 숙인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도 보고있다니...
B는 도대체 뭘 보고있는 것일까.
어제부터 벌어진 일들이 단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벽을 보고 부들부들 떨거나,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웅크리거나 하는 B의 행동은 B가 무언가에 씌이거나,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다.
A와 함께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B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때, 난 계속 밑에 있었지만, 난 계속 보고 있었어."
"계단에 올라가는 날 말이지?"
나는 답답한 나머지 B를 조금 닦달하는 식으로 말했다.
"아니, 아, 처음엔 그랬지. 그랬는데, 니가 계단을 다 올라갔을때쯤부터 보이기 시작했어."
이때부터 나는 속으로, ‘이 이야기는 정말 듣고싶지 않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하지만 혼자서만 담아두기엔 너무 힘들어서 하나둘씩 말을 하는것 같은 B를 보니, 어제의 내가 생각나서 참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내 이야기를 친구들이 말없이 들어준것만으로도 얼마나 안심했는지를 기억하면서 끝까지 들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던 B는, 뭔가를 각오 한듯한 얼굴로 우리에게 말을 이었다.
"그림자..."
B는 흠칫 놀라는 A와 나를 쳐다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응, 처음에는 니 그림자인줄 알았어. 그런데, 니가 무릎꿇고 앉아서 그걸 먹고 있을때도 그림자는 니 주위를 계속 움직이고 있었거든.
무릎을 꿇고 앉아버린 니 그림자는 이미 보이지 않았을때고, 우리 그림자도 우리 발밑에 붙어 있었어."
B는 입이 마르는지 입술에 혀로 침을 바르고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움직이는 그림자가... 셋... 아니, 넷정도 있었어."
나는 온몸에 한꺼번에 소름이 솟아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B의 이야기가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B의 모습은 거짓말이나 장난을 하고 있는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혹여 B에게, 농담하지 말라는 말이라도 했다가는 큰일이 날만큼 심각한 얼굴이었다.
"거긴... 나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거기엔 세명 네명이나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어."나는 어떻게 해서든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힘겹게 B에게 말했다.
"그것들이 사람이 아닌것 정도는 알잖아?"
당연한걸 묻느냐는듯한 얼굴로 B가 대답했다.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절대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해."
B가 흘리는듯이 말했고, 나와 A는 무슨말이냐고 금방 되물었다.
"전부... 벽이랑 천정에 붙어있었어... 꼭 거미처럼... 벽이랑 천정을 왔다갔다 하면서 스멀스멀 기어다녔어... 그러더니... 그러더니... 그러더니......"
B의 호흡이 거칠어 졌다.
우리는 B를 우선 안정시키려고 이불로 데려가서 눕혔고, 한참을 흥분상태에 빠졌지만 다시 안정을 되찾아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건, 사람이 아니야. 아니,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어. 생긴것도 사람이... 아니, 사람의 생김새는 하고 있는데, 절대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사람같이는 생긴 검은 무언가가 벽에 붙어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말이야?”"
나는 또다시 호흡이 거칠어져서 횡설수설 하는 B의 말을 끊고 물었다.
B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을 입으로 토해낼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절대 사람은 아닐것이다.
정리를 해 보면, 나는 내 주위에서 무엇인가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썩은 밥만 먹고있었단 말이었다.
그럼 그 소리는?
그럼 그 뭔가를 손톱으로 긁는 소리는 문 뒤쪽이 아닌, 내가 있던쪽의 벽에서 나는 소리였나?
그 숨소리도?
공포에 질려 머리가 띵 해지기 시작했다.
셋 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각자 바닥에 앉아서, 미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무의미한 심호흡 소리만이 들려왔다.
가장먼저 입을 연것은 A였다.
"B, 너... 방금... 지금도 보고있다고 했잖아..."
B는 A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아니, 미안, 아깐 좀 착각해서 그랬어... 아무것도 없어 지금은... 미안... 하하하..."
누가봐도 억지웃음이었다.
웃고 있는 B의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A와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서 아무것도 묻지를 못했다고 하는편이 정확할것 같다.
처음에는 화까지 내며 이야기를 시작한한 B가 지금은 무언가를 감추려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무슨 이야기를 더 듣게 된다면, 정말 머리가 돌아버릴것 같았다.
또다시 침묵...
조금 있으니, 문 밖에서 미사키가 아침식사 준비가 되었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식욕이 있을 리가 없었지만, 셋 다 아침을 거르면 아주머니와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 할 것 같아서, 너무 안색이 창백했던 B만 방에서 쉬도록 놔두고 A와 둘이서 연회실로 향했다.
"미사키한테 주먹밥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할테니까 나중에 먹어라."
방문을 나오면서 B를 향해 A가 말했다.
"응, 야, 나 니 노트북좀 쓸게. 뭐 좀 찾아보고 싶은게 있어서."
라며 B는 컴퓨터를 기동하였고 우리는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 문을 열자, 아주머니와 아저씨, 미사키가 먼저 앉아 있었고, 아주머니는 들어오는 우리를 보더니, 내 발쪽을 한번 보고는 미소를 듬뿍 지으며 물었다.
"잘 잤어?"
항상 듣는 아침 인사지만, 마치 어제의 일을 다 알고 있는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우리는 태연한 얼굴로, B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방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미사키에게 나중에 주먹밥 몇 개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침식사를 하는동안 아주머니는 계속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아저씨와 미사키도 그 이상한 공기를 눈치채고 흘끔흘끔 보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못 이긴 우리는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도중에 식사를 마쳤다.
모두의 식사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주머니께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일분 일초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기 위해서 방으로 B를 부르러 나갔다.
방문 앞까지 오니, 방 안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들어보니 B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B의 통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예, 꼭 오늘 부탁드립니다...... 예! 고맙습니다!! 오후까지는 갈테니까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B는 오늘 가야할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별로 뭔가를 묻고싶은 기분도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B를 데리고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에 돌아오자, 미사키와 아주머니가 밥상을 치우고 있었다.
미사키는 B를 보자,
"아, 금방 주먹밥 만들건데..."
라며 진심으로 B를 걱정 해 주었고, 아주머니는 상 위를 행주로 훔치고는 우리를 향해 앉았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 보았고, 나는 마음을 다잡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멋대로 결정해서 정말 죄송한데, 저희 셋 다 오늘 일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고, A와 B도 나를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마치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
한참 후 아주머니는 입을 열었고,
"그래, 할 수 없지 뭐... 이놈들, 처음부터 끝까지 속만 썩이고 가네!!"
라며 다시금 편안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급료와, 묵었던 방은 다시 깨끗이 청소만 해 주면 된다면서, 아무도 왜 그만 두는 거냐고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서 우리는 안도했다.
짐은 어젯밤에 미리 싸 두었기 때문에 청소를 끝마치고 각자의 짐을 들고는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하러 연회실로 갔다.
연회실 안에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침울한 표정을 하고 앉아있는 미사키가 보였다.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아서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멋대로 그만 두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아니야, 도와줘서 우리가 더 고맙지... 이거 적지만 받아."
라고 하며 우리에게 봉투와, 천으로 만든 주머니를 세 개씩 건네 주었다.
급료와 함께, 오마모리도 함께 넣었으니 가지고 가라고 했는데, 봉투는 생각보다 두꺼워서 급료를 많이 챙겨 주신것 같았다.
그리고는 미사키가 조심해서 가라며 랩에다가 싼 주먹밥을 건네 주었고 곧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얼굴로 우리 셋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섭섭해 지는걸 보면, 어젯밤에 죽을 뻔 한것 치고는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는것 같았다.
아저씨가 불러준 택시가 집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아저씨가 역까지 바래다 준다고 하였지만 B가 거절했다.
A와B가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을때, 나는 잠깐 집쪽을 돌아보았다.
나무에 가려 겨우 옆쪽 벽에 어제의 문이 보였고, 문이 약간 열려 있는것 처럼 보여서 금방 얼굴을 돌렸다.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택시에 올라탔고, 일주일 정도 지냈던 집이 악몽같은 기억과 함께 뒤쪽으로 멀어졌다.
조금 달리자, 갑자기 B가 택시 기사에게 역 대신에 이곳으로 가 달라며 메모를 건넸고, 기사는 꽤 먼 곳인데, 괜찮냐며 물어왔다.
우리는 무슨 일인지 몰랐기에 B를 쳐다 보았고, B는 결연한 얼굴로 괜찮으니까 빨리 가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쪽을 보고, "너희들이랑 꼭 가야할데가 있어서 그래." 라고 한마디만 했다.
A와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보았던 B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 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택시가 한참을 달렸을때, 택시기사가 미러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뒷 차... 학생들 아는 사람이야?"
깜짝 놀라 뒤를 보니 아저씨가 자신의 경트럭을 타고 따라 오고 있었고, 우리가 뒤를 돌아보자, 경적을 울리면서 손을 흔들었다.
놀라서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평소에 자상했던 아저씨 였기에, 혹시 우리가 놔두고 온 물건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택시를 멈춰달라고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택시 뒤에 트럭을 대고 아저씨도 내려왔고, 우리를 보자마자 말했다.
"그대로 가면 안된다!!"
"안가요, 이 상태로 갈 리가 있겠어요?"
머뭇거리는 우리와 달리,B는 아저씨를 향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A와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저씨는 갑자기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 거기에 갔지?"
가슴이 내려 앉는것 같았다.
어떻게 아는걸까...
그때는 정말 너무 무서운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라고 대답하는것도 힘이들었다.
내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대로 가면 그것들이 데려가 버릴꺼야. 정말, 왜 그런데를 간거냐? 뭐... 우리가 미리 말을 안한 잘못도 있지만..."
다른 말은 들리질 않았다.
응?
데려가 버린다니?
누가 누구를 어디로???
지금 집으로만 가면, 다시 즐거운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불안해져서 A를 보았다. A는 나보다 더 불안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눈길을 돌려 B를 보았다.
B는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아까 인터넷에서 용한 무당을 찾았는데,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 중이야."
믿을수가 없었다.
역시 나에게 뭔가가 씌인 것일까?
난 죽는걸까?
지금 이 분위기는 내가 죽는 분위긴데?
왜 그런곳엘 갔느냐고? 그런 곳이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 주던지, 문을 잠궈 놓든지 할것이지...
참고 있었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패닉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와 뭔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은 B는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갔다.
"무당이라니?"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B에게 물었다.
"예."
B가 대답했다.
"너... 보이는구나?"
아저씨는 신기하다는 듯이 B에게 말했다.
"지금은 그 이야기 하기 싫은데..."
B는 눈을 피하면서 말을 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B의 멱살을 잡았다.
"너 아침부터 뭐냐!?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건 또 무슨말이야!?"
B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고, 멱살이 잡힌채로 내 눈을 피하기만 했다.
"그만해라, 니들은 아직 안보여서 그래. 지금 가장 위험한건 사실 B이다."
아저씨가 중간에 끼어서 우리를 말렸다.
"아까부터 보이네 마네 하는 말이 무슨말인데요!?"
화가 난 채로 아저씨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검은색 이라는 것 밖에는..."
이라고 대답을 하고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너희들, 무당에게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아저씨는 B를 보면서 이야기 했다.
"게다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엄청 빠를거다."
빠르다는둥 보인다는둥... 나는 아저씨가 하는 말이 단 한마디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그 한마디를 들은 B는 무릎에서부터 무너지는듯이 쓰러져서 웅크리고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 쓰는 울음이었다.
나와 A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택시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우리에게 괜찮냐며 물어왔고, 아저씨는 요금을 계산하고 택시를 보내 버렸다.
"내가 왜 너희들을 쫓아 왔겠냐... 이 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데려다 줄테니까 빨리 차에 타거라. 이미 이야기는 해 두었고, 더 늦기 전에 어서 오라고 했다."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말에 밀려서 우리는 트럭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주체를 하지 못하는 B를 양쪽에서 부축해서 앞좌석에 태우고는 우리는 뒤쪽 짐칸에 올라탔다.
짐칸에 사람이 타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엄청난 스피드로 달렸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A와 나는 어디로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도 모를 새에 도착 하였다.
도착한 곳은,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마당 뒷쪽에 토리이가 세워져 있었고, 그 뒤쪽으로 돌계단이 쭉 놓여 있는것이 보였다.
*주: 토리이(鳥居) - 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
아저씨를 따라서 집의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자,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평범한 여자였지만, 눈 사이의 큰 점이 인상적이었다.
집 안은 부엌이나 방이 없었고, 다다미 바닥이 깔린 커다란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그 위에 스님이 한명,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한명, 노인이 한명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마자, 중년 남자가 "재앙..." 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스님앞에 나란히 앉았고, 방 안에 있던 세명도 우리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곳에 간 것은 이놈이오?"
노인이 B를 가르키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올라간건 ㅇㅇ(내 이름)이고, 그놈은 밑에서 보기만 했다고 합니다."
옆에 앉아 있던 스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동안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 하더니, B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이런 경험을 전에도 한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B가 힘없이 대답했다.
"이상하네..." 스님은 탄식과 함께 말을 흐렸다.
"... 저는..."
B는 울음을 참는듯한 목소리로 더듬더듬 물었다.
"... 죽는겁니까...?"
B의 몸은 가늘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스님이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겠죠... 이대로라면... 확실히"
B는 영혼이 빠져 나간듯이 더 이상 떨지도 않고 바닥의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가는것도 당연합니다.
당신은 그곳에 갔을때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이번엔 나에게 물었다.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상한 숨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부적이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떼었다.
"아마도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닌것'의 존재를 귀로 느꼈고 B군은 눈으로 느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대로라면 '그것'은 사람에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고, 정말 조용히, 몰래 숨어 있는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끔씩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스님은 세상이 끝난것 같은 분위기의 우리를 한번 슥 쳐다보더니 말을 계속했다.
"지금 이안에서는 B군에게도 그것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결계를 쳐 놓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것들은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되어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수도 없는 일이니, 별당으로 가서 그것들을 떼어내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따라서 일어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셋 다 잘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스님이 말했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들을 꼭 살려 줄테니 조금만 더 참으세요."
우리는 몸이 떨려서 인지, 그 말에 위안을 얻어서 인지, 이상한 박자로 목을 끄덕였다.
후들거리는 다리... 아니, 온 몸을 짊어지고 겨우 한발짝씩 돌계단을 끝까지 오르자, 큰 절이 보였다.
하지만 그 절로 들어가지는 않고, 절을 끼고 산 속으로만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자 토리이가 하나 더 나왔고, 또 돌계단이 만들어 져 있었다.
"B군, 지금 그것들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토리이 밑을 지나면서 스님이 B에게 물었다.
"두 다리로 서서... 계속... 이쪽을 쳐다보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B가 떨면서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돌계단의 끝까지 다 오르고 나자, 낡고 조그만 별당이 있었다.
스님은 그 별당 앞에서 우리를 불렀고, 우리 셋은 스님앞에 나란히 섰다.
스님이 의식에 관한 설명을 시작 했는데, 정리를 하자면
이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
이 안에서는 빛이 없어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먹어서도, 마셔서도, 잠을 청해서도 안 될것.
용변은 이 포대기 속에다 해결할 것.
이라며, 쌀포대기 같은것을 건네 주었다.
물론 휴대폰이나 라이터등 빛을 내는 물건들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대나무로 만든 수통에 들어있는 물을 한모금씩 마시게 하고, 남은 물은 우리의 몸에 조금씩 뿌렸다.
그리고는 별당의 문을 열어 우리에게 들어가도록 손짓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별당에 발을 들였던 B가 한발짝 들여 놓자 마자 갑자기 입을 감싸고 밖으로 튀어 나와서는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스님이 몹시 당황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방금 천수로 몸과 속을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별당의 결계에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옆의 노인들과 뭔가 급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후 스님은 B에게 다가가서, 혹시 그 곳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 없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헛구역질이 멈추질 않아 괴로워 하는 B를 대신해서 내가 대답했다.
"급료요, 급료밖에 가지고 온건 없는데..."
라고 하며 바지 주머니에 꼬불쳐 넣어 두었던 돈봉투를 내었고, 뒤따라 A가 자신의 것과 B의 호주머니 속에서 B의 것까지 찾아서 내밀었다.
돈봉투 속을 찾아봐도 별다른건 없었다.
하지만, 뒤지다 보니 아주머니가 건네주었던 작은 주머니가 떠올랐고, 아주머니가 손수 천으로 만들어준 주머니 세개를 찾아내서 스님에게 건넸다.
"이...이건..."
주머니 속을 들여다 본 스님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못볼걸 본 표정을 지으면서 주머니의 속이 보이도록 우리에게도 보여주었다.
손톱이 잔뜩 들어 있었다.
내 무릎의 상처에 박혀있던 그 손톱과 똑같은 붉은색과 때가낀 흰색의 낯익은 손톱...
그걸 본 B는 또다시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A와 나도 더이상은 참지못하고 구역질을 해 버렸다.
그것을 보고있던 스님도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심한 광경이었다.
한참을 토악질과 헛구역질을 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을때, 우리는 자신의 휴대폰과 지갑을 스님에게 맡기고, 별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문을 열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저희는 모두 본당에 있을것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누구도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스님은 별당의 문을 닫기전에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벽 너머의 것과 대화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 별당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도 절대로 안됩니다."
스님은 뱃속에 든것을 다 비우고, 창백한 얼굴로 있는대로 겁에 질려있는 우리를 약간 못 미더운듯이 쳐다보면서 마지막 당부를 했다.
"방금 말한 이것들을 꼭 지켜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별당의 안쪽은 약간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각이었기 때문에, 내일 아침까지 뜬눈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낼 생각
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별당의 건물 자체는 꽤 낡았고, 벽에는 곳곳에 틈이 생겨 있어서, 우리가 있는 깜깜한 공간 속으로 간간히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빛에 의지해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사람과 얼굴을 마주대고 앉아서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은 태어나서 처음 이었다.
괜찮다 라는 의미를 싣고 A와 B를 보고 고개를 끄덕여 보았고, 그 둘도 나에게 고개를 끄덕여서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조금 있으니 서로의 얼굴을 보는 횟수도 점점 줄었고, 급기야는 서로 다른쪽 방향으로 달아
앉아 있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함께, 앞으로 얼마정도 시간이 남았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우리는 그냥 멍 하니 새카만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사방이 하얀색의 방에 사람을 가둬두면 한달만에 미쳐버린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방 안이라면, 일주일, 아니 이틀만 있어도 미칠 자신이 있었다.
나는 어제부터 미치지 않도록 정신줄을 꽉 잡고 있었다.
1억 2000만 일본인들 중에 미치지 않도록 이렇게 노력 해 본 사람은 나 말고도 몇 명이 있을까?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꽤 시간이 많이 흐른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틈새로 빛이 들어오는걸 보니 해가 지려면 아직 먼 것 같았다.
갑자기 A가 있는 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짓을 하는건지, 허튼짓을 하는 것이면 그만두게 하려고 A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자세히 보았다.
A는 손에 들고있던 종이와 펜을 우리에게 보였다.
A는 스님의 말을 듣지 않고, 몰래 펜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어 온 것 같았다.
종이는, 우연히 주머니에 들어있던 껌에서 벗겨낸 껌종이였다.
이놈이 뭐하는 짓일까.
한 순간 그렇게 생각하였지만, 우리는 서로 말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극한까지 겁을 먹은 분위기에서, 그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차라리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제대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종이와 펜을 본 순간 굉장히 마음이 편해 졌다.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의지해서 A는 먼저 자신이 무엇인가를 써서 우리에게 내밀었다.
'모두들... 괜찮아?'
다음으로 내가 펜을 받았고, 나는 최대한 공간이 많이 남도록 글씨를 작게 해서 썻다.
'나는 아직까진 괜찮아. B는?'
B에게 펜과 종이를 건넷다.
'나도 괜찮아. 아무것도 안 보이고, 들리지도 않아.'
종이와 펜은 다시 A에게 돌아갔고, A는 그 위에 썻다.
'껌은 4개 남음. 은박까지 종이는 8장. 밤이 되면 이야기를 못하니, 지금 하기.'
까지 쓰고는 펜과 종이를 나에게 건넸다.
'몇시 쯤일까?'
B는 한참 펜을 이마에 대고 생각하더니, '네시 다섯시쯤?' 이라고 썼다.
'우리 여기 들어올때가 한시쯤이었어.'
'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스다보니, 첫 번째 껌종이가 빽빽이 차 버렸다.
두 번째 종이를 앞에 놓고는, 아무도 펜을 가져가려 하지 않았다.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정작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하려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해가 져서 빛이 없어지기 전에 둘에게 꼭 해야 할 말을 적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잘 해보자.'
응 펜을 B에게 넘기자 B가 자신없는듯한 필체로 대충 대답했다.
A는 '나 비명 지르면 어쩌지?' 라며 농담가지 하는 걸 보니 조금 여유를 찾은것 같았다.
나는 '입에 양말이라도 쑤셔 넣어 둬라.' 라고 쓰고는, 아까부터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썼다.
'절대 아무일도 없을거라고 믿자.'
A와 B는 그 글을 읽고는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그런 둘을 보고, 내가 지금 무슨말을 해 버린건지 깨달았다.
겨우 잊고 있었던 불안감에 다시 휩쌓이게 해 버렸다.
스님은 아무 일도 없을거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생길거라는 암시와 함께 그것에 대한 충고까지 해 주었다.
우리는 시간이 일초라도 빨리 흘렀으면 하는 생각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밤이 오는게 죽을만큼 무서웠다.
밤 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있는것도, 정신줄을 놓아 버릴만큼 무서웠다.
유일하게 다행인게, 지금은 서로가 그곳을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점.
나는 내가 쓴 한마디 때문에 무거워진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보고자 글을 계속 썻다.
'무슨 말 좀 해. 시간아까워.'
라고 쓰곤 A에게 펜과 종이를 떠넘겼다.
맞다. 나는 A에게 책임 전가하고 도망친 것이다.
A는 머뭇거리면서도, 뭔가를 적었다.
'집에 가면 뭘 할까.'
그걸 본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네. 난 우선 비디오가게.'
그걸 본 B가 펜을 집었다.
'왜?'
'DVD 반납하는거 잊고 있었어.'
'넌 집에가면 또 지옥이구나.'
A가 썼다.
거짓말이었다.
DVD따위 빌리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한 거짓말이었다.
결과적으로 분위기는 좋아졌고, 우리는 한참을 돌아가면 무엇을 할것인지 농담섞어서 이야기 했다.
벽의 틈새로 비춰 오는 빛의 색깔이 붉어지고, 종이도 은박지 한 장밖에 남지 않았을 때, B가 펜을 들었고, 무언가를 써써 우리쪽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스님이 말한건 꼭 지킬거야. 죽고 싶지 않아.'
나도 A도 B의 마지막 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을, 이렇게 애절하게 한 사람을 눈 앞에서 보는건 처음이었다.
A도 나와 같겠지.
우리는 죽는다는 생각따윈 해 본적도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죽음을 곧 경험할 거란 생각따위 해 본적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걸 지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서 하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그 사실이 몹시 충격적이었다.
나는 B의 눈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는 종이도 떨어져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더 이상 고독감은 느끼지 못했다.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며 우리는 점점 해가 져가는 것을 느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니, 매미의 울음소리가 매우 시끄러웠다.
산 속인데다가 해가 지기 전에 마지막 스파트를 올리는 듯이 울어제꼇다.
하지만 별당에 들어왔을때부터 몇시간 동안이나 듣고 있자, 귀가 적응이 되어서 별로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이 위화감은 뭘까.
귀를 기울이면 매미 울음소리에 섞여서 다른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뭘 들은것도 아닌데 온 몸이 경직되는것 같았다.
온몸의 신경이 귀에 집중되었다.
그것은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느꼈다.
그 숨소리 였다.
B쪽을 보았다.
이미 약간 어두워 져 버려서인지,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B가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B에게 들리지 않는것일까?
그러고 보니, B가 숨소리에 대해 말한적이 있던가?
혹시 숨소리는 들었던 적이 없을까?
아님 지금 못 듣고 있는것 뿐일까?
머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 찼다.
내가 몸이 경직되어서 이상한 분위기를 내보이자 B가 그것을 느낀 것 같았다.
B는 약간 심할 정도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더니 B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추어 졌다.
내 어깨너머의 벽을 뚫어지도록 쳐다보기 시작했다.
거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지만, B가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것은
알 수가 있었다.
A도 B의 그런 행동에 눈치채고 B가 바라보고 있는 내 뒤쪽 벽을 쳐다보았지만, A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서 차마 뒤돌아 보지 못했다.
그래도, 그 숨소리는 귀에 들어왔다.
그것이 내가 기대고 앉아있던 벽의 바로 뒤에서 부터 들려왔고, 그것과 나 사이에 그 얇은 나무 벽
한 장밖에 없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목에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것은 그곳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그 끔찍한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후우...훅...후우욱...훅...훅...후욱...후욱...
몇분이, 아니 몇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내 신경은 미쳐버린것 같았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지도, 도망치지도 못한채 그냥 맹목적으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얼마동안이나 그 상태로 있었는지 가능할 수가 없었다.
딱 한순간, 10초쯤 소리가 멎었다.
그러더니 그 숨소리는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를 내면서 별당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건 아니지만, 소리에만 의지해서 상상을 해야만 하는 우리에겐, 직접 눈으로 본 것 보다 더 무서웠다.
A도 이 소리는 들렸는지, 반사적으로 내 팔을 잡아왔다.
그것이 별당 주위를 몇바퀴쯤 돌았을대, 그 숨소리가 점점 변해 갔다.
키..키힉..쿠으..끄헥..쿠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밤새도록 그곳에 있어야 하는걸 알고 있는 것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별당 주위를 천천히 고문하듯 맴돌았다.
A의 팔에서 A의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젠 주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정도로 깜깜해 져 있었고, B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경황이 없었는데, 아마 굳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공포에서 벗어나기위해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후 눈을 떠보자, 별당 안은 드디어 깜깜해져 버렸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의 그 지옥같은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정적과 암흑은 더 돌아버릴것 같은 지옥이였다.
눈에 아무리 힘을 줘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거기 있냐고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못한다.
A는 아까부터 내 팔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갑자기 B가 몹시 걱정이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나와 A 말고도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나는 어둠속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A를 데리고 B가 있었던 쪽으로 다가갔다.
없다.
B를 부를수도 없고, B를 찾는답시고 약간 움직였던 탓에 나는 내가 지금 별당 속의 어디쯤에 있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왼손으로 A의 팔을 잡고, 오른손을 쭉 펴서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손가락 끝이 무언가에 부딪혀서 깜짝 놀랐지만, 벽이었다.
분명히 처음이 발을 뗐을때 B가 있었던 쪽으로 걸어왔음에도 B가 없었다.
종이에 글을 쓰고 놀았던지라 우리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앉지도 않았었다.
이상하고 불안했다.
벽에서 손을뗴고 다시 오른손을 좌우로 펼쳐가면서 걷기 시작했지만 곧 멈춰섰다.
눈앞이 깜깜해져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B 어디있냐 라고 불러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멈춰서 있자, 이번엔 A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A는 손이 벽에 닿자 그대로 벽을따라서 걷기 시작했고, 구석이 나오면 또 그 벽을따라 걸었다.
그렇게 하던중, A가 걸음을 멈추더니 내 팔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는 그 손으로 부들부들 떨고있는 사람의 감촉을 느끼게 해 주었다.
B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이건 정말 B일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잘 생각해 보면 A도 그랬다.
'계속 옆에 있었지만, 아까부터 내 팔을 잡고 있었던건 정말 A일까?'
그렇게 내가 반쯤 패닉상태에 접어들고 있을대, A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따라가보니, 정말 조금이지만, 벽이 살짝 뜯어진곳을 손으로 젖혀서 뜯어내자, 틈이 있었고 그곳으로
달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구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조금이나마 빛이 들어오자 희믜하게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A는 반대편 손으로 B의 팔을 잡고 있었고, 희미하게 보인 B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방금 폭우를 맞은 사람처럼 심하게 젖어있었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주위는 거짓말처럼 고요햇고, 먼 곳에서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한참을 그 달빛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남자끼리라서 약간 창피하지만 우리는 셋이서 손을 맞잡고 둥글게 앉아 있기로 하였다.
그렇게 있는가 가장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그 약간의 달빛이 서로가 그곳에 있다는걸 보여주었기 때문에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안정되었다.
그렇게 한참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A가 용변이 마려운 모양이었다.
스님에게 받은 포대를 들고 조심스럽게 일어나는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우리와 약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고는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A의 소변보는 소리를 듣고 뭔가 긴장이 풀리면서 B와 나는 마주보고 씨익 웃기까지 했다.
그때였다.
"B야 거기있어?"
한참을 인간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던 우리는, 갑자기 문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온 몸에서 핏기가 가시는걸 느꼈다.
미사키의 목소리엿다.
"주먹밥 만들어 왔어."
이쪽의 정황을 살피는 듯이, 조심스럽게 물어오는것 같았다.
스님이 아침까지 아무도 이곳에 올 사람은 없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전에, 우리는 미사키가 아니란걸 확신했다.
적막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인간미는 전혀 없고, 전화의 자동음성시스템같은 맹목적인 단어의 나열일 뿐이었다.
B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
한참을 침묵하더니, 돌연 고장난 레코드처럼 무의미한 반복만이 있었다.
"주먹밥 만들어왔어."
"어서오세요!"
"주먹밥 만들어왔어."
"어서오세요!"
"B야. 거기 있어?"
"어서오세요!"
"B야. 거기 있어?"
"B야. 거기 있어?"
"어서오세요!"
"주먹밥 만들어 왓어."
내가 잘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생기없는 톤으로 맹목적인 반복을 하자,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무서웠다.
그렇게 귀엽기만 하던 미사키의 목소리가 뇌를 녹여버리는것 같은 기분이였다.
절대로 미사키가 아니었다.
어느샌가 A는 우리의 곁으로 돌아와서 나와 B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팔이 저릴정도로 꽉 잡고 있는걸 보니 A에게도 미사키의 목소리가 들리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꽉 잡은채로 별당의 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새에도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B야. 거기 있어?"
"어서 오세요."
"주먹밥 만들어 왔어."
그리고는 별당의 나무 문짝이 덜그럭 덜그럭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 건너편에 있는 '그것'은 지금 문을 열려고 하는걸까.
나는 혹시라도 문이 열리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했다.
'전속력으로 도망가자. 스님은 본당에 있는다고 했으니, 본당까지 도망가서... 아니, 본당은 또 어딘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문으로는 도망을 못 갈텐데, 일단은 방구석에 숨어 있어야 하나?'
도망을 가야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갑자기...
쾅!!!!!!!!!쾅!!!!!!!!!쾅!!!!!!!!!!
"B야, 거기 있어?"
쾅!!!!!!!!!쾅!!!!!!!!!쾅!!!!!!!!!!
"어서오세요!"
쾅!!!!!!!!!쾅!!!!!!!!!쾅!!!!!!!!!!
"주먹밥 만들어 왔어."
쾅!!!!!!!!!쾅!!!!!!!!!쾅!!!!!!!!!!
문밖의 '그것'은 아예 몸으로 문을 들이받고 있는것 같았다.
그 '맹목적인 소리'를 계속 내면서,
금방이라도 부서질것만 같은 비루한 나무 문짝은 다행히 열리지 않았고, '그것'은 몸으로 문을
부수려는 시도를 멈췄다.
하지만 몇초 후, 약간 왼쪽으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이번엔 벽에 몸을 부딪히기 시작했다.
몇번 부딪히고는, 또 한번 쉬었다가, 또 조금 이동하고, 또 부딪히고... 그것을 계속 반복했다.
'뭘 하는걸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나는 곧 깨달았다.
우리가 있는 벽의 틈... '그것'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또 구토가 나올것만 같았다.
'혹시 틈새로 '그것'이 우리를 볼 수 있다면...?'
'혹시 틈새로 우리가 '그것'을 봐 버린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안절부절 못하다가, 우리는 어느샌가 별당의 중앙까지 옮겨왔다.
'그것'은 이동하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내 심장소리 조차도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그것'에게 들키면 안된다!
아니, 이곳에 있는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나는 공포로 턱이 떨려서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빨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아까 우리가 있었던 벽쪽에서 '그것'의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봐 버렸다.
눈이 어둠에 적응이 되어서 인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버려서 인지, 그 좁은 틈새로도 바깥이 보였고, 나는 '그것'을 보았다.
새카만 얼굴에, 흰자 밖에 보이지 않는 가늘게 찢어진 눈
그리고, 몸을 부딪혀서 난다고 생각했던 그 소리는, '그것'이 머리로 들이 받고 있었던 소리였다.
천천히 머리를 한껏 뒤로 젖히고.. 엄청난 힘으로 벽을 들이 받고 있었다.
부딪히는 순간에도 뜬채로 있는 그 흰자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가위에 눌린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입에서 위장에서 넘어왔을 위액의 쓴내가 났다.
그런 힘으로 머리를 들이 받으면서도 '그것'은 담담하게 미사키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곧 또 왼쪽으로 이동해서 그짓을 반복했다.
틈새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것의 잔상이 계속 선명하게 눈앞에 보였다.
그 후에도 '그것'이 얼마동안 거기에 있었는지는 모른다.
나는 잔상과 현실의 구별이 가지 않았고 몸은 굳은채로 눈도 깜빡하지 못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
그것'이 사라지고 난 후 A가 다시 빛이 있던 곳으로 가려고 나를 끌었을때, 내가 죽어 버린줄로 착각할 정도로 몸이 경직 해 있었고, B는 B대로 이를 악물다 못해 잇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A는 역시 소리만 들렸고, '그것'의 모습은 보질 못한것 같았다.
'그것'덕분에 우리의 긴장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긴장의 막을 친 몸은 따라오질 못했고, 우리는 고개를 떨구고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B의 바지에는 소변이 흘러 나오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길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본것과 들은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잊지 못할것 같았다.
별당 벽의 자잘한 틈새까지도 광선과 같은 빛이 새어 들어왔고, 아침이 온것을 알았다.
새의 울음소리가 심장을 쑤시는것 같았다.
이곳에서 나가서 앞으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침이 왔지만, 셋중에 단 한명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겨우 정신줄을 잡고 앉아 있었더니,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침햇살과 함께 문앞에 스님이 서 있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때 스님의 눈은 평생 잊지 못할정도로 따뜻한 눈이었다.
나는 긴장의 끈이 풀렸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스님은 땀과 오줌범벅이 된 우리를 하나하나 껴안아 주었고, 스님의 법복에서 나는 은은한 향내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다른 젊은 스님들의 부축을 받아서, 어제 올라왔던 돌계단을 내려갔고, 어제 보았던 큰 절이 보였다.
절 안에서 비명소리인지 가축을 잡는 소리인지 분간이 안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스님을 처음 만났던 그 집에 도착해서 현관에 들어갈때 A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까 그 비명소리, 여관 아주머니 목소리 아니야?"
설마하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여자의 비명소리 같기도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눈과 눈 사이에 점이 있던 그 여자가 옷과 수건을 가져왔고, 매우 불쾌하단 표정으로 씻으라고 했다.
욕실은 크지 않았지만, 우리는 셋이 함께 씻었다.
갑자기 혼자가 되는게 무서웠다
씻고 나오자, 이불이 퍼져 있었다.
"우선 잠을 좀 청하세요."
스님이 말했다.
우리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누웠고, 그대로 기절한듯이 잠이 들었다.
잠이 들면서 잠시 생각을 했다.
별당을 나오면서 나는 B에게 물었었다.
"B, 이젠 안보이지?"
"응, 이젠 안보인다... 살았다..."
B는 안도하며 확실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잠에서 깬 우리는 스님에게 모든것을 들었다.
내가 본것, B가 본것, A가 들은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우리는 그곳에서 도망칠 결심을 했다.
--------------------뒷이야기----------------------------------
"모두들,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스님의 목소리에 잠이 깻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와, 죽은듯이 잠이 들었었다.
대충 세루를 하고난 우리 셋은 스님 앞에 나란히 앉았다.
"어제는 정말 잘 해줬습니다. '그것'은 무사히 떨어져 나간 것 같습니다." 라며 스님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대고 묻고싶은 말이 산더미같이 많았지만, 잠에서 덜 깬 머리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연산이 힘들었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스님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여러분께는 모든것을 다 말해 줘야 겠군요. 보여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라고는 일어났다.
스님은 집 밖으로 나오더니 절쪽으로 향했다.
돌계단을 오를때에 B는 어제의 기억때문인지 주위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 B를 보고 우리까지도 어제의 '그것'의 모습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스님이 물었다.
"이젠 괜찮죠?"
"네...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B와 나는 동시에 대답했고, 스님은 그 대답을 듣고 인자하게 웃어주었다.
별당으로 올라갈때와 내려올때 보았던 그 큰 절에 도착하고, 우리가 말하는 '본당'은 사실 저 집이 아니라 이 절의 건물이라고 스님이 가르쳐 주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다다미방이 있었고, 스님은 그곳에 우리를 안내하고는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스님이 우리가 있는곳에서 나가버리자, B가 갑자기 불안해 졌는지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스님이 돌아왔고, 한손에는 필통만한 나무상자를 들고 있었다.
"이번 일의 발단을 보여 드리겠습니다."우리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했다.
나란히 앉아 있는 우리 앞에 앉아서는 그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말라 비틀어진 문어발 같이 생긴것이 하얀 천에 쌓아져 있었다.
우리는 머리를 한 곳으로 모아서 잘 살펴 보았지만 기억이 날듯 말듯 알아보지 못했다.
그렇게 호감이 가거나, 소중해 보이지는 않는데 왜 이렇게 소중하게 보관 되어 있을까 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스님의 얼굴을 보았다.
"이건 탯줄 입니다." 스님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우리에게 말했다.
탯줄을 눈앞에서 본건 처음이었기에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를 보고 스님은 말을 계속했다.
"요즘엔 많이 줄었지만, 옛날 사람들은 탯줄을 이렇게 소중히 보관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스님의 말을 경청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아는 어머니와 이 탯줄로 이어진 한몸이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죠?
지금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탯줄도장을 만드는 등,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탯줄에는 여러가지 전설이 있고, 옛날에는 그 전설을 믿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전설이요?"
B가 물었다.
"네, 옛날 사람들은 그런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금은 미신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한참을 우리 얼굴을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무거운 병에 걸렸을때 탯줄을달여서 먹이면 병이 낫는다.' 라는 등, 주로
'아이를 지킨다' 는 의미를 가졌지만 해석은 여러가지 입니다.
하지만 어느것도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서 생긴 미신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이게 이번일과 무슨 상관일까 싶어서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스님은 약간 미소를 짓는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가지, 이 고장에 전해지는 그런 '미신'을 가르쳐 줄까요?"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고, 스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고장에도 그 탯줄에 전해지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해변을 이용한 관광지 이지만, 옛날에는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어릴적부터 집안일을 도우는데, 특히 아들들은 10살쯤 되면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는것이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스님도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듯 잠깐씩 생각하고 또 말을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 해 주었다.
"알다시피 바닷일은 항상 죽음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다에 나간 아이가 돌아오는것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은 제가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서 어머니들은 탯줄을 어떤 부적처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약간 뜸을 들이고 말했다.
"바다에서 만날 위험에서 지켜주도록. 바다에서 행방을 잃은 아이가 어머니를 찾아 돌아올 수 있도록."
"돌아오도록!?"
나는 나도 모르게 스님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렇습니다. 아직 몸이 작고 힘이 없는 아이들은, 큰 파돌도 오면 휩쓸려버리기 일쑤 인데, 며칠이 지나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사망했다고 판단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은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며칠이 지나고 또 몇년이 지나도 계속 기다렸습니다."
스님은 뭔가 말하려는 내 표정으 무시하고는 말을 계속했다.
"글고는 언제부턴가 탯줄은 아이가 어머니와 이어져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라는 생명줄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바다에서 몸을 지켜 주도록 하는 의미를 띄었던 것이, 막상 위험에 부닥치면 생명줄이라는 의미가 되는것이었다.
어머니들은 어떤 마음으로 매일같이 아이들을 배에 태웠을까.
"어느날, 그렇게 바다에게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중에 한명이, '아이가 돌아왔다' 며 몹시 기뻐했습니다.
사람들은 드디어 그녀가 미쳐버려다고 생각하고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아이와 남편을 한꺼번에 잃은건 3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곳까지 휩쓸려 갔는데 기적적으로 살아서 그때 돌아온게 아닙니까?"
B가 물었다.
"그렇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 어머니에게 아들이 돌아왔다면 축하를 해 주고싶으니 애를 좀 보여달라고 했던 사람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스님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덧붙였다.
"그녀는 '조금만 더 있으면 보여줄 수 있으니까 기다려달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무슨 뜻일까?
돌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보여 줄 수 있으니까' 라는 대답은 조금 어색했다.
나는 이때 아무 이유도 없이 소름이 돋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 했지만, 항상 슬픔에만 잠겨 있던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밝아지니, 더이상 캐묻지 못하고 물러 났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똑같은 이유로 기뻐하는 또 다른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녀도 아직은 보여줄 수 없으니 좀 더 기다려달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눈 사이에 점이 있는 여자가 차를 가져 왔고, 스님은 그 차를 한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마을사람들이 첫번째 여자는 과부이므로 못 물어봤지만, 두번째 여자는 남편이 있었기에, 그녀의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전혀 모르겠다' 라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고, 더 묻자 남의 집안일에 일이히 간섭하지 말라며 화를 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마을사람이 첫번째 여자가 밤에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고 말했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까지 말을 하자, 마을사람들은 이때까지 의심했던 것을 사과하고 아들이 돌아온걸 진심으로 축
하해주기 위해서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찰 목을 축이고 말했다.
"그 여자의 집에 도착하자, 환한 미소를 띈 얼굴로 반겨 주었고, 마을사람들은 오게된 이유를 말하고는 고개숙여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이 애가 돌아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니 신경쓰지 말라며, 문 뒤에 서 있었을 아들의 손을 끌고 모두에게 보여주었고, 그 순간 마을사람모두는 얼어 버렸다고 합니다."
"..." 우리는 빨리 결론이 듣고 싶어서 스님의 이야기를 끊을 수가 없었다.
"퉁퉁 불어 터진 새파란 피부의 아이가 서 있었고, 부어 오른 눈꺼풀 속에 흰자가 겨우 보였고,
눈동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입에서는 거품같은 것을 뿜어 내고 있었고, 어머니가 말을 걸때마다,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고 합니다.
듬성듬성 나 있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무서웠던 나머지 일제히 도망을 갔습니다."
"그날 밤, 촌장의 집에 모든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것을 목격 해 버린 충격에, 자신들의 손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자신이 없어서 한 스님을 찾아갑니다.
그 스님께서 바로 이 절을 세우신 큰스님입니다만, 스님은 여자와 '그것'을 보자마자 여자의 손을 잡아 끌고 자신이 있던 절까지 데려갔습니다.
그 사이에도 '그것'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뒤를 따라 왔다고 합니다."
"절에 도착해서는 우선 강한 결계를 친 방에 여자를 넣고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만, 억지로 아이와 떨어진 어머니는 몹시 부정적이었고, 급기야는 화를 내며 무시무시한 힘으로 스님을 뿌리치고 절 밖으로 도망을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스님이 약간 뜸을 들이자, A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후에, 마을사람 몇명과 함께, 그 여자의 집으로 향했지만 집안에 여자와 '그것'은 없었습니다.
집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구석에는 썩은 밥이 쌓여 있어서 악취를 뿜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여관의 2층에서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여자가 아이를 잃은 슬픔에 어떤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들이 보았던 '그것'이 이 의식을 통해서 생겨난 것이라고는 깨닫고는, 힘을 합쳐서 그 둘을 찾으려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필사적으로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정리하며 귀기울여 듣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한편 큰 스님으 절에서 여러명의 스님을 데리고 또 한명의 여자를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이쪽도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것에 대고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아내에게 기겁하는 남편.
그 광경을 본 큰스님은, 염불을 외면서 '그것'을 향해 걸거갔고, 아이를 지키려는 여자의 눈을 뒤집고 괴성을 지르며 큰스님과 스님들을 위협했습니다."
현실감이 전혀 없는 이야기에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여러 스님들이 겨우 여자를 제압하여 절로 데려갔고, 큰스님은 뒷따라오는 그것을 향해 염불을 외고, 소금을 뿌리면서 천천히 뒤따랐습니다.
몸부림 치는 여자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서 절에 도착하고 스님들은 여자를 어제 당신들이 들어가 있었던 그 별다에 묶어서 가두었습니다."
"묶어서까지..."
A가 여자가 불쌍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선 여자와 '그것'을 떼어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할 수 없었지 싶습니다."
약간 냉정한 스님의 대답에 A는 스님에게서 눈을 돌려서 고개를 숙였다.
"여자가 자해할 수 없도록 무슨 조치를 취했다고는 합니다만, 상세한 것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여자를 속에 넣어두고, 여러명의 스님들이 그 별당을 둘러싸고 앉아서는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안쪽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려 왔지만, 그 비명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도록 더욱 더 큰 소리로 경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그것'은 별당이 있는곳까지 왔고, 어머니를 찾아서 별당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이렇게 염불을 외는게 효과가 있는지없는지도 모르지만 스님들은 필사적으로 경을 읊었습니다."
거기서 스님은 차를 마시고는 잠깐 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B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별당의 주변을 돌던 그것은, 점점 양발로 걷는것을 곤란해 하더니, 네발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있으니, 팔다리의 관절을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어서 마치 거미와 같은 모습으로 바닥을 기었습니다.
마치 인간의 퇴화 과정을 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상한 괴성을 지르더니 그 네 발마저도 사라졌고, 몸통과 머리만 남아서 애벌레처럼 변해서 굴러다니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침해가 밝아 오는것에 따라서 점점 작아지더니, 마지막에 남은것은 말라 비틀어진 탯줄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꼭 어제 우리가 겪은 이야기에 스님이 살을 붙여서 만든 이야기만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때 A가 스님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그 탯줄은..."
"맞습니다. 오늘 아침 별당 근처의 바위 위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대답했다.
"왜 하필 우리입니까?"
나는 조금 억울해서 물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씁니다. 이 절에는 큰스님 대대로 써 온 수기집이 있습니다만, '그것'의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사례는 처음이었고, 그 의식에 대해서도 어떤 의식인지 전혀 정보가 없습니다."
스님이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 어머니들에게 묻지는 않았습니까?"
B가 말했다.
"묻지 않은것이 아니라 묻지를 못했습니다.
날이 밝아서 별당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여자들은 의식을 잃고 있었고, 치료를 하여 깨어나더라도 이미 제정신은 잃어버린 상태였다고 합니다.
두번이나 자식을 잃은 슬픔에 못 견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은 도망을 갔던 여자를 찾았고, 그 또한 비참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해안가에서 시체로 발견 되었는데, 몸의 여러곳에 무엇인가가 뜯어 먹은 자국이 있었지만, 여자의 표정은 한없이 행복한 표정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큰스님의 수기에는 '아이에게 잡아먹힌 어머니의 마지막 미소' 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우리는 스님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귀담아들었다.
"그 사체로 발견된 여자의 집은 (이 여자는 남편이 없었다고 함) 철거 하기로 하였고, 그 안에서 그 여자가 쓴 일기 비슷한 것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작은 수첩 하나를 우리에게 내밀었다.
읽어보니, 의식을 시작하고 기록한 '그것'의 성장일기 비슷한 것이었다.
X월?일 : 사당을 만들다.
.
.
.
Y월?일 : 변화 없음.
.
.
.
Z월?일 : ㅇㅇ가(아이의 이름) 돌아옴.
Z월?일 : 이동이 곤란해 보임.
Z월?일 : 손발이 자라남.
Z월?일 : 기어다닉 시작함.
Z월?일 : 옹알이를 하기 시작함.
Z월?일 : 양발로 일어섬.
Z월?일 : 양발로 걷기 시작함.
그리고 노트에는 아이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집념이 빽빽히 씌어 있었다.
참고로 또 한명의 여자는 다락방에 '사당'을 만들었고, 남편은 '사당'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저도 전부를 이해하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이 어머니의 일기와 스님들의 수기를 비교해 보면,
'그것'은 성장한 과정을 그대로 거치면서 퇴화해 가는것 같지 않습니까?"
스님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무슨말이라도 하려고 한 순간, 스님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의 수기에 보면, 아주 가끔씩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모든 내용에 '어머니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 의식에 대해 알게 되는지는 기재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모든 '어머니들'이 미치거나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스님은 이것을 빨리 알아채고 예방하는 방법을 모르는게 화가 난다고말했다.
스님을 포함해 우리는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각자 머릿속에서 어제 일과 지금 들은 일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참 후에 가장 먼저 말을 꺼낸건 B였다.
"어제 우리가 본 '그것'의 '어머니'는... 여관 아주머니 입니까?"
스님은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여관댁 마키코씨는, ㅇㅇ씨(남편 이름) 에게 시집을 와서 이사온 사람인데, 착한 아들을 하나 낳고 부부 관계도 좋아서 매우 행복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스님의 이야기는 우리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마키코 아주머니는 몇년 전 바다에서 아들을 잃었고, 아주머니는 근 일년동안 슬픔에 잠겨 살았지만, 주위사람들이 신경을 써 준 덕분에 점점 건강을 되찾았고, 여관일도 그럭저럭 궤도에 올라서 모두가 잊을만 했을때, 아주머니의 뜻으로 2층을 폐쇄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 결과다.
또 하나 묘한건, 2층을 폐쇄했음에도 아르바이트는 세명을 구했다는점.
아저씨는 반대했지만, 아주머니가 '아들이 보고싶은데, 아들과 동년배인 남자애들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라는 이유로 극구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건 스님의 억척이지만, 아주머니는 처음부터 '그것'이 어머니가 아닌 우리에게 붙을걸 알고 있었던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마친 스님은 우리를 보고 말했다.
"당신들을 별당에 셋만 놔 두고 와버린 것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들과 마키코씨, 양쪽 다 살려 내야만 했었고, 당신들이 별당에 있는 동안 저는 마키코 씨를 본당에 묶고, 선대들이 했던것처럼 경을 읊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본당으로 올지 별당으로 갈지는 몰랐지만, 어머니가 있는 쪽으로 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며 내린 판단이었습니다."
나는 스님이 사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과정이 어찌됐건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에...
하지만 B는 부들부들 떨며 스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납득이 안갑니다. 자기 아들만 돌아온다면 다른 사람 목숨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겁니까!?"
스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여자한테 전부 말하라고 해!!"
B가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도 알고 있었는데 왜 말을 안한거지!?"
B는 일방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스님은 눈을 감고 조용히 대답했다.
"ㅇㅇ씨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미신이 되어 버렸지만, 이 이야기는 이 지역에서 매우 유명한 이야기 이며, ㅇㅇ씨가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없습니다."
스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B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헛소리 하지말고 빨리 만나게나 해 주란말이야!! 내가 직접 물어볼꺼야!!"
우리는 필사적으로 B를 말렸고, 스님은 미동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시작했을때는, 당신들에게 모든것을 보여줄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마키코씨가 있는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스님은 자신의 말이 끝나자, 일어서서 우리에게 눈짓을 하고는 걸어나갔다.
스님의 뒤를 따라, 복도로 나가서 방을 몇개나 지나쳐서 방뒤에 있는 작은 방을 몇개나 통과하자, 점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통에 찬 짐승의 울음소리와, 경을 읊는 소리, 그리고 느린 박자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
쿵!!!!!!!!!!!!!!!!!!!!!!!!!!!!!!!!!!!!!!!!!!!
.
.
쿵!!!!!!!!!!!!!!!!!!!!!!!!!!!!!!!!!!!!!!!!!!!
.
.
쿵!!!!!!!!!!!!!!!!!!!!!!!!!!!!!!!!!!!!!!!!!!!
.
.
쿵!!!!!!!!!!!!!!!!!!!!!!!!!!!!!!!!!!!!!!!!!!!
각 소리가 들려오는 방문 앞에 서자, 바닥이 울리는게 느껴졌고, 갑자기 절대 이 속을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님은 가차없이 방문을 열었고, 방안의 광경은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아주머니가 있었다.
아주머니가 있긴 있었는데, 그냥 있는게 아니라...
누운채로 허리를 비틀어 꼬아서 그 반동만으로 불위에 올라간 새우처럼 허공으로 튀고 있었다.
나는 인간이 저런 움직임을 하는것을 처음 보았다.
그러면서 너무 힘이드는듯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얼굴은 도저히 무서워서 볼 수가 없었다.
어느새 흥분한 것도 잊고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B와 우리를 보고는 스님이 말했다.
"아침부터 계속 저 상태입니다."
"전 도저히 여기 못 있겠습니다!!"
스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A가 말했다.
일단 우리는 밖으로 나왔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한 번 들어버려서 그런지 절 안에 울려퍼지는 그 둔탁한 소리때문에 도저히 안에 있을수가 없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걸어 가서 탯줄도 발견 되었으니 '그것'은 더이상 없지 않느냐고 스님
에게 물었다.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당신들을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이렇게 탯줄로 돌아가버렸는데 말입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B가 말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도 이해가 갔다.
B는 내가 2층에 올라갔을때 여러개의 그림자를 보았다고 했다.
"하나가 아닙니까!?"
몹시 놀란 얼굴로 스님이 물었고, 우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스님은 몹시 실망하고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우리에게 말했다.
"셋다 저를 처음 만났던 그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어제 잠을잤던 그 방에서 한발짝도 나가면 안됩니다. 곧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달리세요!"
아직 무슨일인지 감을 못 잡고 서있기만 하는 우리를 두고 스님은 아주머니가 있던곳 쪽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또다시 악몽이 되찾아 오는것 같아서 그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후에 여러명의 스님들이 커다란 천으로 감싼 무엇인가를 들고 나왔고, 그 천은 꿈틀대며 움직였는데, 속에서 나오는 소리가 방금 보았던 마키코 아주머니라는걸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고, 또다시 밀려온 공포심에 누가 뭐랄것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해서 눈 사이에 점이 있는 여자에게 일을 설명하니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방으로 들여보내 주었고, 곧 다른 젊은 스님이 와서 여기서 하룻밤 더 자고 가도록 하라는 말을 전해 주었다.
지옥 같은 밤을 한번 더 지내야 하는건가...
하지만 그날 밤은 별당에서 느꼈던것과 같은 공포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서로 이약도 할 수 있는데다 스님과 여자까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잠을 자도 좋다는 말에, 언젠가부터 잠이 들었던 우리는, 새벽녘 스님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전날 아침처럼 우리는 또 스님앞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은 어제 말 한 대로 우리에게 붙었던 '그것'은 완전히 소멸했다고 말 해 주었다.
어젯밤 함께 있었던 스님이 봐도 우리에게 붙은건 분명히 하나였고, 어젯밤에는 아무것도 찾아오질 않았다고 한다.
고로, 탯줄로 퇴화한 '그것'은 완전히 소멸했고,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슬픈건지 화가 난건지 모를 표정으로, 아주머니는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죽었냐고 묻자 그건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상태 그대로냐고 묻자 그것도 아니라고 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더이상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스님은, 이 의식의 결말은 항상 이렇게 끔찍한데도, 그 결말을 알고도 어머니들은 그것에 발을 들여벌고만다며, 어느 시대에도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그녀들을 미쳐버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말을 했지만, 우리 중에 한명도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마주보고 이해할수 없는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앉아있자, 여관 아저씨가 들어왔다.
나는 솔직히 기분이 나빳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너무 심하게 우는 바람에 무슨 말을 하는지는 별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우리는 아저씨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 인지, 자신의 아내가 저렇게 되어서 흘리는 눈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스님에게 몇번이나 앞으론 정말 괜찮으냐고 물었다.
스님은 약간 곤란한 표정같은 얼굴을 하면서 "괜찮다." 라고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서 멀어지고 싶었던 우리는 택시를 불러 달라 하였고, 짐을 가지고 택시를 타고 보니, 어제 탔던 그 택시 운전수였다.
이미 우리가 당한 일이 동네에 소문이 났는지, 운전수는 우리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혼자서 말을 시작했다.
"아무리 한다고 자식이 부모 몸뚱아리를 뜯어먹는게... 꼭 거미 같지? 그렇지??"
우리는 정말 듣기 싫어서 무시했지만, 혼자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자네들도 여기서 들은 의식은 혹시라도 해 보거나 흉내도 내면 안되고, 하더라도 각자 자기책임이다!!!"
라고는 껄껄대며 웃었다.
우리 기분을 낫게 해 주려고 일부러 저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냥 바보인건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건, 스님은 우리에게 숨기고 있었다.
의식을 하는 방법은 전설과 함께 전해져 왔었다.
택시 기사가 아는데 스님이 모를리는 없잖은가?
우리는 그런 경험을 했는데, 중요한 것은 다 숨기고 이야기를 해 줬다는게 충격적이었고, 모든 비밀을 말하고 보여준다던 스님의 모습이 떠오르더니 배신감 비슷한 기분까지 들었다.
스님이 말한 "괜찮다." 라는 말도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곳'으로 돌아갈 용기는 없었고,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집까지 돌아갔다.
그 후 몇년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없다.
아무 일도 없었으니 이곳에 투고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B는 그 후에 거미를 무서워 하기 시작했다.
무서워한다기 보다는, 몸이 받아들이질 않다고 하는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우리 셋 말고 나중에 놀러오기로 했던 둘중에 하나가 그 여관에 전화를 해 보았다고 한다.
평범한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고 별로 이상한점은 없었다고 한다.
까마귀 우는 소리가 좀 시끄러웠을뿐...
아주머니가 살아 돌아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전화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럴 용기가 없다.
앞뒤없이 써써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
이렇다할 결말도 없지만, 내가 겪은 일 그대로를 썻기 때문에 이런 결말 밖에 보여주질 못할것 같다.
긴글 읽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