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대학생이던 시절 이야기란다. 동아리 친구들하고 바다에 놀러 갔었다. 꽤 목 좋은 해안이었다. 물론 해수욕장이고 인명구조 요원도 있었다. 평범하게 지역 사람들도 헤엄치고 있었고, 나름대로 꽤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다들 바다에 들어가 놀고 있는데, 약간 멀리 나가 있던 고무보트가 높은 파도에 그만 전복되고 말았다. 안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그대로 바다에 내던져졌고. 그걸 알아차린 건 같은 동아리 선배와 우리 형 둘 뿐이었다. 형은 선배와 함께 아이들을 구하러 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어떻게든 나오려 날뛰고만 있었다. 물에 빠진 여섯 명의 아이들은 어떻게 다 구해냈다고 한다. 그러나 선배는 마지막 아이를 건져낸 후, 그대로 물에 잠겨 나오지 못했다. 아이들을 구하느라 체력을 다 써버린 데다, 해파리에 쏘여 마비가 왔던 탓이었다. 죽은 선배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평소에도 선행을 베풀었다니. 동아리 사람들도 다들 왜 선배가 죽어야만 하냐고 울었다고 한다. 형은 집에 돌아오고도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다음 해 기일, 동아리 사람들은 다시 그 해안을 찾았다. 꽃다발을 바다에 던지고 돌아오려는데, 백사장이 소란스러웠다. 근처 벼랑에서 여자가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높은 벼랑이었지만 부상은 찰과상 정도였다. 여자의 의식 또한 멀쩡했다. 여자는 헛소리처럼 말하고 있었다. [바다에 떨어졌는데, 웬 남자가 손을 잡고 기슭까지 데려다줬어요.] 곁에 있던 인명구조 요원도 고개를 갸웃거리더란다. [지난주 물에 빠졌던 아이도 어떤 형이 도와줬다고 하던데...] 동아리 사람들은 혹시나 싶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죽은 선배의 특징과 죄다 일치하더란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형은 말했다. [선배는 죽어서도 그 바다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거야. 그렇게 믿고 싶어.] 지금도 형은 여름이 되면 꽃을 가지고 그 해안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