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해수욕장 근처 캠핑장

금산스님 작성일 17.02.28 17: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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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겠다,

올 여름은 간만에 캠핑이라도 갈 생각으로 주변 캠핑장을 알아봤다.

 


차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먼 곳까지도 얕고 마음에 들어 매년 찾는 해수욕장이 있다.

마침 그 해수욕장 주변에도 캠핑장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같은 해안가에 위치해있지만, 해수욕장까지는 1km 정도 떨어져 있다.

20여년 전, 그 캠핑장이 생기기 전에 거기서 캠핑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어찌되어 있나 궁금해서,

캠핑 동료이자 그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그 캠핑장은 안 가는 게 좋아.] 라고 대답했다.

왜냐고 묻자, 자살자가 잇따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살자?]

[어. 모래사장에 소나무가 꽤 있잖아. 그 소나무에다가 목을 매단다니까들.]

그는 영감이 없지만, 부인한테는 보인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부인 말로는,

캠핑장 주변은 공기가 착 가라앉아 무척 위험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인은 주변 청년 이야기를 했다.

 


그 청년도 거기서 목을 매달았는데,

종종 그 귀신이 공중에서 떠돌아다니는 걸 아내가 본다는 것이었다.

 


[아내 말로는 딱 2층 정도 높이에서 돌아다닌다고 하더라고.]

[2층? 집 말이야?]

귀신은 딱 2층 창문 근처에 얼굴을 대고 떠돌면서 주변 집안을 들여다본다는 것이었다.

 


[그 높이는 딱 목을 맨 위치가 아닐까? 목을 매달아 죽었지만 거기서 내려오지는 못하는거야.]

하도 자살자가 많아서 사람이 목을 맨 소나무는 베어버렸다고 지인은 말했다.

 


초여름, 나는 가족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날씨가 영 좋질 않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

해수욕은 그만두고 그 캠핑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차를 탄 채 캠핑장에 들어서니,

오른편에는 해변이, 왼편에는 주차장과 텐트 사이트, 조리장 등이 줄지어 있었다.

 


그 길은 차를 타고도 갈 수 있었기에,

서행하며 베인 소나무를 찾아봤다.

 


자살자에 관한 소문은 다들 모르는지,

캠핑 뿐 아니라 조개잡이 하러 온 듯한 가족들도 보였고, 적당히 손님은 있는 듯 했다.

 


우리 가족은 죄다 영감이 있는 편이지만,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그리 기분 나쁜 장소라고 여기지도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천천히 차를 달리며 찾고 있노라니,

베여서 쓰러져 있는 소나무가 보였다.

 


대개 나무를 베면 밑둥부터 자를텐데,

이상하게 그 나무는 1m 정도 높이에서 잘려 있었다.

그 나름대로 세월을 거쳐왔을 꽤 굵은 소나무였다.

 


[저건가?] 하면서 계속 나아가는데,

또 똑같이 1m 정도 높이에서 잘려나간 소나무가 있었다.

 


[저쪽에도 그런 나무가 있는데?]

200m 정도 간격으로, 그런 나무들이 계속 보였다.

 


어느 나무던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던 탓인지,

1m 정도 높이에서도 묘하게 위아래 차이가 있었다.

 


각각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한 채,

1m 정도로 잘린 소나무가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빴다.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아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많아서 뭐가 목을 맨 나무인지 모르겠네.] 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그 캠핑장 이야기를 해줬던 지인을 만났을 때,

그 때 이야기를 꺼냈다.

 


[거참, 베어낸 소나무가 하도 많아서 뭐가 사람 죽은 소나무인지 알 수가 없더라고.]

[아, 그랬냐.]

그는 쓴웃음을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도중에 베어져 있던 나무들이 죄다 사람 죽은 소나무야.]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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