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겠다,
올 여름은 간만에 캠핑이라도 갈 생각으로 주변 캠핑장을 알아봤다.
차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먼 곳까지도 얕고 마음에 들어 매년 찾는 해수욕장이 있다.
마침 그 해수욕장 주변에도 캠핑장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같은 해안가에 위치해있지만, 해수욕장까지는 1km 정도 떨어져 있다.
20여년 전, 그 캠핑장이 생기기 전에 거기서 캠핑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어찌되어 있나 궁금해서,
캠핑 동료이자 그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그 캠핑장은 안 가는 게 좋아.] 라고 대답했다.
왜냐고 묻자, 자살자가 잇따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살자?]
[어. 모래사장에 소나무가 꽤 있잖아. 그 소나무에다가 목을 매단다니까들.]
그는 영감이 없지만, 부인한테는 보인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부인 말로는,
캠핑장 주변은 공기가 착 가라앉아 무척 위험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인은 주변 청년 이야기를 했다.
그 청년도 거기서 목을 매달았는데,
종종 그 귀신이 공중에서 떠돌아다니는 걸 아내가 본다는 것이었다.
[아내 말로는 딱 2층 정도 높이에서 돌아다닌다고 하더라고.]
[2층? 집 말이야?]
귀신은 딱 2층 창문 근처에 얼굴을 대고 떠돌면서 주변 집안을 들여다본다는 것이었다.
[그 높이는 딱 목을 맨 위치가 아닐까? 목을 매달아 죽었지만 거기서 내려오지는 못하는거야.]
하도 자살자가 많아서 사람이 목을 맨 소나무는 베어버렸다고 지인은 말했다.
초여름, 나는 가족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날씨가 영 좋질 않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
해수욕은 그만두고 그 캠핑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차를 탄 채 캠핑장에 들어서니,
오른편에는 해변이, 왼편에는 주차장과 텐트 사이트, 조리장 등이 줄지어 있었다.
그 길은 차를 타고도 갈 수 있었기에,
서행하며 베인 소나무를 찾아봤다.
자살자에 관한 소문은 다들 모르는지,
캠핑 뿐 아니라 조개잡이 하러 온 듯한 가족들도 보였고, 적당히 손님은 있는 듯 했다.
우리 가족은 죄다 영감이 있는 편이지만,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그리 기분 나쁜 장소라고 여기지도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천천히 차를 달리며 찾고 있노라니,
베여서 쓰러져 있는 소나무가 보였다.
대개 나무를 베면 밑둥부터 자를텐데,
이상하게 그 나무는 1m 정도 높이에서 잘려 있었다.
그 나름대로 세월을 거쳐왔을 꽤 굵은 소나무였다.
[저건가?] 하면서 계속 나아가는데,
또 똑같이 1m 정도 높이에서 잘려나간 소나무가 있었다.
[저쪽에도 그런 나무가 있는데?]
200m 정도 간격으로, 그런 나무들이 계속 보였다.
어느 나무던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던 탓인지,
1m 정도 높이에서도 묘하게 위아래 차이가 있었다.
각각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한 채,
1m 정도로 잘린 소나무가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빴다.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아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많아서 뭐가 목을 맨 나무인지 모르겠네.] 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그 캠핑장 이야기를 해줬던 지인을 만났을 때,
그 때 이야기를 꺼냈다.
[거참, 베어낸 소나무가 하도 많아서 뭐가 사람 죽은 소나무인지 알 수가 없더라고.]
[아, 그랬냐.]
그는 쓴웃음을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도중에 베어져 있던 나무들이 죄다 사람 죽은 소나무야.]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