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산촌 시골인데,
근처에 허세로 유명한 집안이 있었다.
특히 그 집 할머니가 허세에 찌들어,
허구한날 자식 자랑에 집안 자랑만 늘어놓아 동네 사람들이 다 싫어할 정도였다.
어느날, 그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에게 상담을 하러 왔다.
[우리 집안은 명문이니까 묘도 좀 훌륭한 걸로 하고 싶어. 규모도 넓히고 묘석도 번듯하게 세우고 말이야.]
대개 알고 있겠지만, "무덤을 넓히면 그만큼 가족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할머니도 그게 걸려서 무덤을 굳이 넓힐 필요는 없을 거라 충고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 허세쟁이 할머니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절 주지스님한테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주지스님 역시 반대했다.
그렇지만 돈을 내겠다고 하니 절 입장에서도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
[무덤을 넓히는만큼 땅을 사주신다면 괜찮겠지요.]
결국 그 집안은 묘를 2배 규모로 넓히고,
묘석도 훌륭한 것으로 세워 근방에서 가장 큰 묘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단조로운 색상이었지만,
묘석은 풍류가 있다고 하기보다는 너무나 화려한 것이라 조금 꺼림칙했다.
특히 묘를 넓히다보니 주변 도로가 확 좁아져서 다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허세쟁이 할머니는 물론 새로 지은 묘를 여기저기 자랑하러 돌아다녔다.
우리 할머니한테 자랑하러 왔을때,
할머니는 [거기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라고 은근슬쩍 충고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겠지..
허세쟁이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 태도에 초조해졌는지,
묘에 관해서는 별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있다가 사고가 났다.
허세쟁이 할머니한테는 초등학생 손자가 셋 있었다.
큰 손자와 쌍둥이 손자였다.
그 쌍둥이 중 형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
담이 없는 벼랑가 공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던 도중이었다.
나도 안면이 있었으니 장례식에 참석했다.
나와 여동생들은 주변 아이들을 잠시 돌봤는데,
그 와중에 죽은 아이랑 같이 놀았던 여자아이가 이런 말을 했었다.
[걔, 스스로 뛰어내렸어. 벼랑 아래에 있는 돌이 예쁘니까 할머니한테 가져다 줄거라면서 뛰었다고.]
벼랑은 30m 높이였다.
아래 있는 돌은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터인데,
할머니에게 가져다 주겠다고 뛰어내렸다니..
아이가 한 말이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곧 주변에서는 [무덤을 늘린 탓에 아이가 끌려들어갔다.] 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달 뒤, 그 집 할아버지가 사고로 죽었다.
잔뜩 취해서 술을 사러가다가 무단횡단을 했고, 차에 치인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다들
[무덤을 크게 해서 그래. 가족들이 하나씩 무덤 채우러 끌려가는거라고.] 라고 수군수군댔다.
허세쟁이 할머니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집에서 두문불출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죽고 나서 3개월 후,
이번에는 할머니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입원하게 되었다.
[나도 끌려가겠지. 묘를 크게 했으니.. 왜 절 주지스님은 말려주지 않은거야..]
허세쟁이 할머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란다.
허세쟁이 할머니는 결국 2주 정도 지나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주변에서는 [그 집 완전 저주 받은 거 같아.] 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5년 정도 지났지만 그 후 아무도 죽지 않았다.
우리 할머니와 절 주지스님은 [넓어진 무덤이 이제 다 메워진거겠지.] 라고 말했다.
단순한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옛 말이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걸 보고나니, 뭐라 할말이 없을 정도로 두려웠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