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 너무 정신 없이 써서, 나름 정리를 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대학교 후배가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때는 2010년,
가영이네 가족이 13평 좁은 집에서 32평 빌라로 이사를 갔습니다.
꽤 오래 된 빌라이지만,
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넓어서 가족들 모두가 만족했습니다.
가영이네 집은 가족들 사이가 화목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가영이는 가고 싶던 대학을 장학생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가영이는 초여름이 시작되면서 더웠는지,
베란다에서 밖을 구경하며 콜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빌라 앞 벤치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지요.
“음... 음?!”
할머니는 약간 이상했습니다.
초여름인데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었으며
저녁이 다 되어 가는데 새까만 썬글라스를 쓰고 있었지요.
그리고 새빨간 립스틱을 자신의 입보다 크게 바르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전혀 못 알아듣는 말이었지만 중간에 욕이 들렸다고 합니다.
“웅얼웅얼 해서 말이지, 웅얼웅얼 썩을 놈들... 웅얼웅얼.. 젠장.”
가영이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좋은 기분은 썩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며칠 뒤,
부모님이 결혼식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5학년인 동생과 단 둘이 2박 3일간 함께 있게 되었지요.
가영이는 32평의 집에 동생과 단 둘이 있다는 것이 좀 무서웠습니다.
왜냐하면 전에 살던 집보다 넓었고 2층이라서
도둑이 쉽게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영이는 문단속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관문부터 잠그기 시작했습니다.
안방, 자신의 방, 동생 방, 부엌 그리고 베란다 창문도 잠그려고 하는데,
벤치에 그 할머니가 앉아서
몸을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며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영이는 뭔가에 홀린 듯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몸을 멈춘 뒤,
갑자기 고개를 들며, 가영이 쪽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천천히 썬글라스를 벗으며,
새빨간 립스틱이 잔득 그려진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습니다.
가영이는 당황을 해서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지요.
그래도 눈은 할머니에게 땔 수 없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할머니를 못 본척하며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창문 옆에 숨어 할머니를 몰래 지켜봤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가영이집 베란다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가영이집을 계속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가영이는 왠지 모를 초조한 마음에 모든 집의 문을 다시 단속했습니다.
초등학생 5학년인 동생도 남자인지라,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저기... 무서운 할머니가 우리집 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
그러나 동생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그러는 도중, 현관문 밖에서 노인의 기침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콜록.. 콜록..”
가영이의 신경은 오로지 문 밖에 집중이 되었습니다.
한참 현관문을 바라보다가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자,
어쩌면 평범한 할머니께 너무 예민하게 군것이 미안했습니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가영이는 침대에 누웠습니다.
어느 덧 시간은 새벽 두시...
잠에서 깬 가영이는 거실에서 멍을 때렸습니다.
무언가 마음이 싱숭생숭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랫집 1층 쪽에서...
“삐삐삐삐... 삐빗..”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비밀번호를 잘못 눌렀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삐삐삐삐...삐빗”
수차례 비밀번호를 틀렸습니다.
이윽고 비밀번호가 몇 번 이상 틀릴 때 나는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경보음을 뒤로한 채,
누군가가 올라오는 발소리가 났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발걸음은 가영이네의 층수인 2층에서 멈췄습니다.
가영이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누군가가 옆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삐삐삐삐...삐빗”
아니나 다를까, 비밀번호가 틀려서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보통 비밀번호가 맞으면 “삐삐삐삐.. 삐비비비!”
같은 멜로디가 나는 것이 정상인데,
계속 “삐삐삐삐.. 삐빗” 다시 한 번 누르라는 권소리가 나서
가영이는 걱정스러웠습니다.
가영이는 너무 궁금해서 현관에 달린 문구멍으로 옆집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가영이 집과 옆집 사이에 있는 비상등은
센서로 켜지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요.
가영이는 센서가 켜질 때까지, 조그만 구멍을 계속 응시했습니다.
비밀번호는 계속 틀렸고, 결국에는 옆집도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버럭’하고 소리에 비상등 센서가 켜졌습니다.
“에잇, 썅!!!”
가영이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악”하고 냈습니다.
이유는 자신의 문 앞에 있는 사람이,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였기 때문입니다.
가영이는 무서워서 거실 쇼파에 앉아 웅크렸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을 계속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가영이네 집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삐삐삐삐...삐빗, 삐삐삐삐...삐빗”
할머니는 빠르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쾅쾅쾅!”
“얘야, 문 좀 열어줘!
너 있는 거 다 알아, 방금 너 목소리 다 들렸어!
가영이는 무서워서 동생을 부르려고 했습니다만,
할머니가 다시 빠르게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삐삐삐삐...삐빗.. 위요위요위용~”
이번에는 비밀번호를 연속으로 틀렸을 때 나는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한 밤에 울려서 그런지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화가 났는지 가영이네 벨을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띵~똥, 띵~똥~”
“얘야, 할미 나쁜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문을 열어주겠니?”
가영이는 겁에 질려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내 할머니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씨X, 요즘 사람들은 인심이 없어요. 아 씨X... 돌아버리겠네?
야, 열어! 어서, 안 열어?”
가영이는 혹시라도 놀라서 소리가 세어 나갈까봐, 입을 막았습니다.
바로 그때, 동생이 방에서 나왔습니다.
“누나 뭐해?”
가영이는 질색하며 조용히 하라는 싸인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눈치 없는 동생은 가영이에게 계속 물었지요.
“뭐가? 왜 그런데? 말을 해줘...”
참다못한 가영이는, 문 밖에 할머니가 들을까봐 아주 작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까 말한 할머니가, 지금 우리집 문 밖에 와 있어...”
동생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며 코웃음을 쳤습니다.
동생은 현관문의 조그마한 구멍에 눈을 댔습니다.
그러나 밖에는 컴컴한 어둠뿐이었지요.
“아, 누나... 지금 나, 게임 많이 한다고 놀리려고 장난 하는 거지?
무슨 할머니야~ 있으면 복도에 센서 때문에 보일걸?”
가영이는 자신이 다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현관의 구멍에 눈을 대는 순간,
“꺄악!!!!!!!!”
할머니는 아직 가지 않고,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문구멍 쪽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가영이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달달 떨었습니다.
“누나, 시끄러워. 엄청 늦었는데 어서 자자..
나 게임해서 겁나 피곤해...”
그런데 갑자기 벨이 울렸습니다.
“딩~동~”
“아이 씨.. 누나 고함소리에 이웃들이 조용하라고 왔잖아..”
가영이의 동생은 투덜거리며 문을 열어주려고 했습니다.
“누구세요..?”
.
.
.
.
.
.
.
.
.
......
가영이는 동생이 문을 열까봐, 그 자리에서따귀를 날렸습니다.
“철썩!”
한 번도 자신에게 손을 댄 적이 없던 누나라서 동생도 깜짝 놀랐습니다.
동생은 때린 누나를 원망 섞인 눈빛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현관에서,
“삐삐삐삐삐,,삐빗”
동생도 당황했습니다.
이웃이 남의 집 현관의 비밀번호를 함부로 누르고 들어오는 건,
어린동생의 상식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생은 현관의 조그만 구멍으로 밖을 다시 확인 했습니다.
그런데 무섭게 생긴 할머니가 ‘문을 열어’라며,
현관을 마구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사태 파악을 끝낸 동생은 누나에게 매달리며,
“누나, 어떡해... 저 할머니 뭐야..”
가영이는 너무 무서워서 경찰서에 신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현관문 비밀번호가 아주 천천히 눌러졌습니다.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가영이네 비밀번호와 자릿수도 일치 하는 듯 했습니다.
가영이는 할머니가 지금 누르는 버튼이
현관문 비밀번호가 아닐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으로 번호를 샜습니다.
“0, 7, 0, 8, 0, 2, 3, 2, 1!”
가영이와 동생은 숨죽여 현관문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별표를 누르는 순간,
“삐빗-”
비밀번호가 일치 하지 않는다며 경고음이 마구 울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막 미친 여자처럼 웃다가, 화를 냈다가 하면서
아이들을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으흐흐흐 하하하... 문을 안 열어? 어서 열어! 이런 씨x..
너희들 있는 거 다 알아.."
가영이와 동생은 현관문 앞에서 덜덜 떨어야만 했습니다.
비밀번호가 틀려서 울리는 요란한 경보음이 심장을 마구 조여 왔습니다.
“이런 씨x, 나쁜 것들... 같이 좀 살자는데.. 궁시렁 궁시렁”
그렇게 한참 욕을 하다가,
할머니도 포기를 했는지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3층도, 4층도, 5층도... 현관의 비밀번호를 마구 누르며
문이 열리지 않자, 욕을 마구 해댔습니다.
이상한 점은 3층에는 개를 세 마리씩이나 키우는데,
전혀 짖지도 않고 그렇게 놔두었다는 것이 의문이라고 하네요.
가영이와 동생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숨을 죽이며 할머니의 거취를 청각에 집중하며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누구하나 할머니에게 문을 열어주는 집은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욕을 하며 빌라 밖으로 나갔다고,
벤치 쪽으로 향해 걷는 것을 베란다 문틈을 통해 두 남매는 지켜봤습니다.
할머니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요상한 노래를 부르다가,
날이 밝아 오자 어디론가 떠났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가영이가 그날 밤 일을 이웃들에게 물었는데,
그들은 전혀 몰랐다고 하더랍니다.
그렇다면 가영이와 동생이 경험 한 것은 무엇일까요?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은 미스터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