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습니다.
제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눈을 뜨거나 표정을 지을 때마다 괴한에게 맞았던 부위가 아팠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저를 걱정한 것보다 오히려 무사한 가족들을 보고
제가 안심이 놓였습니다.
“준석아, 괜찮나? 야 임마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저는 그날 새벽에 일어났던 일을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말했습니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각에 괴한을 발견한 것부터
괴한이 저를 쫓아와서 장도리로 머리를 내려친 이야기까지...
모든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뭐라고? 어제 새벽에 누가 집에 들어왔었다고?
내가 몇 시에 들어왔는데?
니 거짓말 하는 거 아이라?”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날 아침에 아버지는 회사에서 남은 고기를 실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전 5시 즈음에 도착했는데,
누군가가 들어온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거실에 있는 가구나, 벽 같은 데에 망치로 찍은 흔적이나 그런 거 못 봤어요?
그 이상한 사람이.. 망치 같은 걸로 우리 집 사방을 내려치고 다녔는데..”
아버지는 여전히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보였나봅니다.
저는 억울해서 집에 가서 확인을 해보자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계단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으니까,
놀란 가족들은 주변을 살필 틈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제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의사가 들어왔습니다.
“윤준석 군.. 좀 괜찮십니까?
준석 군 기초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예..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쇼크가 왔는지 혈압도 장난 아니고...
수치들이 엉망이네예..
보통 심하게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 수치가 갑자기 높아지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몇 가지 보이는데예...
쪼매 경과를 지켜 봐야겠십니더...
좀 있다가 몇 가지 검사 함 해보입시다..”
의사가 말을 하고 있을 때, 저는 봤습니다.
엄마의 눈물을 말이지요...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저는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원을 하자마자, 그 괴한과 있었던 일의 동선을 확인했습니다.
괴한이 빙글빙글 돌던 거실부터 2층 계단까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리고 발견했습니다...
눈에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구와 벽이 뭔가에 부딪혀서 움푹 들어간 자국이 꽤 여러 곳에 나왔습니다.
저는 당장 가족들을 불렀습니다.
아버지를 불러서 가구와 벽에 있는 자국들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화만 ‘버럭’하고 냈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고만해라, 집이 오래 돼서 생길 걸...
내가 봤을 때.. 그날 니가 착각하고 니 혼자 겁먹어서 자빠진기라, 알았어?”
그렇게 아버지와 제가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엄마가 아버지의 말을 끊었습니다.
“여보... 우리 그만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요.
저는 준석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집... 진짜.. 이 집 정말 이상해요...”
그날 이후로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이 시작 되었습니다.
엄마는 도저히 이 집에서 무서워 살 수 없다고 호소했고
아버지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거부했습니다.
한참을 말싸움을 하다가, 엄마는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엄마는 저에게 이 집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으로 이사 온 첫날,
엄마는 새벽에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가려던 중..
제가 보았던 괴한을 문틈사이로 발견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다리를 절면서 거실 한복판을 빙글빙글 도는데,
한 손에는 망치를 들고 있어서 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겁에 질려 아버지를 깨웠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아무리 깨우고 때려도
아버지는 심하게 코를 골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112에 신고를 하려고 전화기를 들었는데...
“삐익삐...삐리리리릭릭릭릭 삐!!!!!!!익!!!!!!!!!!!!!!!!!!!!”
이상한 기계음만 들렸습니다.
엄마는 괴한이 동생의 방에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문틈으로 사내를 감시하며 여차하면 방 안에 있는
드라이버를 무기로 삼을 심정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날이 밝아 오자, 사내가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연기처럼 사라진 모습에 허무했습니다.
도대체 자신이 혼자서 무엇을 한 것인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참 동안을 남자가 머물렀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괴한이 새벽에 자주 출몰한다는 것입니다.
희한하게도 날이 밝아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엄마는 불안했습니다.
이것을 아버지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믿어줄 리가 없어서 지금 것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설상가상, 동생이 장롱에서 이상한 할머니가 나타났다며 공포에 떨자,
엄마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사람을 불렀지요.
그리고 꽁꽁 닫힌 의문의 장롱을 열었습니다.
장롱에는 쾌쾌한 냄새와 함께 아무렇게 놓여 진 옷들과
굉장히 오래 된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상자를 열었습니다.
녹이 쓴 비녀가 몇 개 보였고, 그 외에 각종 장식용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되고 녹이 쓸어서 어디에다가 쓸 수도 없었습니다.
엄마는 옷을 주섬주섬.. 개려고 하는 찰나...
경악을 했습니다...
옷장 곳곳에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놀라서 장롱 문을 ‘탁’하고 쳤는데...
문 안 쪽에 옷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가려져 있던 부적 수 십장이 보였습니다.
장롱 안 전체가 부적들로 도배 된 상태였습니다.
문을 분해하러 온 아저씨도 겁에 질렸습니다.
“저.. 저기.. 사모님... 이것은.. 업계에서도 위험하다는 물건입니다.
이렇게 부적이 많이 붙어져 있으면 백프로입니다..
귀신 들린 기라예.. 그것도.. 사람 해치는 귀신이 있다는 깁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서둘러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장롱의 위쪽 수납장에서 시퍼런 낫이 ‘휙’하고 떨어졌습니다.
까딱하다가... 엄마와 아저씨가 다칠 뻔 했습니다.
당장 장롱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열지 못하게 꽁꽁 잠갔습니다.
“사모님... 진짜 이 장롱에 뭔가 좋지 않은 사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들려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분해 할 수도 없고...
골치 아픈데예... 이건 믿거나 말거나입니다만...”
아저씨는 엄마에게 달마도 한 장을 줬습니다.
업계에서는 흉한 것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부적이나, 달마도 같은 걸 차에 실고 다닌다고 합니다.
가끔 귀신이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자신은 3장이나 가지고 있다며
엄마에게 한 장을 주며 장롱 위에다가 올려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사모님...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거는 임시방편입니데이..
다른 업체를 꼭 부르셔가지고 가지고 가서 아예 태워 뿌는 게 좋십니더.”
원래 종교를 믿지 않는 엄마였지만,
이런 일을 겪으니 반신반의 하며 달마도를 장롱 위에 두었습니다.
그 뒤로 장롱에서 울음소리만 나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동생은 장롱에서 노파를 보고,
저는 노파를 못 봤던 이유가 달마도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엄마는
마당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 귀신이라든지,
지붕 위를 방방 뛰는 미친 여자 귀신같은... 것들을 보고
깜짝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몇몇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냐며 귀신들이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참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걔네들은, 해코지를 안 했거든... 근데...
니 옆에 졸졸졸 따라다니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
그 여자는 정말 무섭더라...”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 본 빨간 옷을 입은 여자...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스토커처럼 저를 쫓아오던...
그 여자..
엄마가 그 여자 이야기를 했을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7부에서 계속...
※PS : 의도하지 않게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7부에서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본 이야기는 '오늘의 유머'와 동시 업데이트 하고 있어서 이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