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이야기..(무서운이야기 아님; 미스터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
뭐.. 안되면 지우고 다른 게시판에 넣죠 뭐 ㅎ
증조할아버지..혹은 고조할아버지 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네요.
아버지도 이야기만 들으셨지 정확히 어느 분이 그 일을 겪었는지는 이야기 안 하셨어요.
편의상 그냥 할아버지라고 칭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지금의 경북 청송지역에 살고 있으셨어요.
포항으로 넘어가는 산쪽에 거주하셨는데,그 동네는 지금도 굉장히 시골이에요.
피시방 갈려면 버스타고 30분은 가야하는 곳이죠.
혹시 청송사시는 분들을 위해서 덧붙이면, 부남면 화장리와 이현리 사이쯤입니다.
암튼 그 위치에서 할아버지께서 나무 하신다고 낮에 산에 가셨는데,언덕 뒤쪽으로 "그릉그릉"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사실 그 시대에는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기 때문에, 일단은 바짝 긴장하셨대요.
그러다가 슬그머니 언덕 뒤쪽으로 걸어가셨는데, 갑자기 언덕위에서 누군가가, 할아버지 어깨를 퍽 치더랍니다.
"허억!!"하면서 본능적으로 어깨를 감싸고 언덕아래로 몇 바퀴 뒹굴다가, 벌떡 일어나 도망치셨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랍니다.
호랑이한테 맞았으면 이정도는 아닐텐데..하고...
그리고 마을에서 멀기 때문에, 호랑이가 맘 먹고 쫓아오면 잡히는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에,일단 근처 큰 나무 위에 파다닥 올라가셨대요.
급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엄청 빨리 올라가셨다네요
그러고는 나무 아래를 봤는데, 무슨 고양이처럼 생긴 놈이 자기를 빤히 쳐다보더랍니다.
새끼 호랑이였죠.
강아지처럼 자기를 관찰하듯 빤히 쳐다보는데, 귀여우면서도..... 본능과 위엄이 꿈틀대는 듯한 느낌...
어리숙하면서도 위험한 느낌이 확 들었다네요.
몸뚱이는 작고 귀여운데, 뭔가 날카로운 느낌 때문에, 가까이 갈수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어미가 근처에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있었구요.
한참을 나무 위에서 눈치를 살피다가 내려와서 지게고 뭐고 놔두고 뛰어서 마을로 가셨대요.
그런데 요놈의 호랑이 녀석이, 거기까지 할아버지를 쫓아간 겁니다.
그 조그만 몸뚱이를 끌고, 첨에는 할아버지도 몰랐는데, 마을에 거의 도착해서 한숨 돌리려고 보니,
뒤에서 갑자기 앙앙거리면서 바지춤을 끌어내리더래요.
뭐 일단은 따라온 거고, 여긴 안전한 마을이니까.
그리고 호랑이는 돈이 좀 되니까..
그 녀석을 잡고 집으로 데려갔데요.
마을의 변두리쪽에 감나무가 있는 집이었죠.
못쓰는 우물(요건 말들이 다 틀려서..)인가, 마루밑에 공간인가.
거기에다가 녀석을 집어넣어놓고 요 호랑이를 어떻게 처리를 할까.. 고민을 하셨답니다.
집에 오래 두면 호랑이가 찾아올 거 같다는 마을사람들의 말 때문에 무섭기도 했고,
그리고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밤이 되었어요.
이게 좀 무서운데, 할아버지 집은 뒤쪽으로도 작은 문이 있었답니다.
거기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감나무가 있었구요. 그리고 그 밑으로 개를 묶어놨대요.
밤이 되니까.. 개가 울더랍니다.
"멍멍!!" 혹은 "깽깽" 이렇게 우는게 보통인데....그날 개는 평소와는 다르게 울었어요.
"끄그그긍..끙..껑껑..엉엉.." 무슨 사람 흐느낄때 나는 소리가 들렸데요.
할아버지가 한참뒤에, 도대체 왜저러나 싶어서 자다말고 뒷문을 열었는데 개가 없더랍니다.
그리고 개를 묶어놓은 목줄이 감나무 뒤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감나무 뒤로 호랑이가... 개를 입에 물고 앞발은 감나무에 기댄 채 빤히 쳐다보더래요..
감나무가 꽤 큰데... 호랑이도 그에 못지 않게 컸다고 하네요.
감나무 줄기에서 첫번째 가지가 시작되는 부분이 할아버지 키의 1.5배정도 됐는데,거기에 거의 닿을 정도였답니다,
호랑이가 개를 입에 물고, 뒷발로 서 있는 형국이었죠.
상상해보면 약간 웃기기도 한데, 실제로 본 할아버지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서우셨다네요.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답니다.
안광(?)이라고 하나요? 그게 정말 몸을 마비시킬 정도로 공포를 준다고 합니다.
으르렁대는 소리도 못들었는데, 눈을 한번 마주친 것으로도 속된 말로 지릴 정도였다고 하네요.
움직이지도 못하고 땀을 한바가지 흘리셨답니다.
결국 호랑이가 어둠속으로 사라진 후, 할아버지는 뒷문을 닫고, 앞방문도 꼼꼼히 닫았다시네요.
그리고 집에 있는 가족들 다 깨우고, 칼을 쥐고 여차하면 불이라도 질러서 쫓아보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셨답니다.
공포감 때문에 거의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구요.
한참을 지나서, 뭐가 방문을 벅벅 긁더랍니다.
마루위에 올라와서 문을 긁는 형국인데,문을 뚫고 들어온 발톱이 작았대요. 새끼호랑이인거죠..
이후에 그릉그릉 소리가 몇 차례 들린 후에, 더이상 소리가 안들리더랍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셨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감나무 아래에는 개가 죽어있고,창고에 농기구 물품들도 다 뿌려져있고, 마루 위에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끼호랑이를 가둬놓은 마루? 우물? 에 이상한 냄새가 나고, 노란색 털이 있었다고 하네요.
어미호랑이가 새끼호랑이를 찾으러 온거겠죠?
할아버지는 그후로 한참을 산에 못가셨다고 합니다.
호랑이를 마주한 기억이 너무 강했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불면증에 시달리시고, 밤에는 밖에 다니지도 못하셨대요.
방문을 열면 호랑이가 나무에 기대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나봐요..
여담이지만, 그날밤에 동네있는 개들의 많은 수가 목줄을 풀려고 발버둥치다가 목을 많이 다쳤다고 하네요.
할아버지의 개 말고는 호랑이에게 당한 녀석은 없지만, 집 근처에 있는 인가의 개들은.. 정상인 녀석이 없었답니다.
한동안 벌벌벌 떠는 개도 있고, 순한 놈이었는데 엄청 예민해져서 주인을 물어버린 개도 있었다대요.
호랑이의 포스가 쩔긴 쩐가 봅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이야기해봤습니다.
비오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출처: 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