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하는 곳에,
한 살 어린데 자주 같이 근무하는 남자 녀석이 있다.
노래방 아르바이트인데, 손님이 오지 않을 때는
카운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도 해도 되는 꽤 자유로운 곳이었다.
나도 틈이 나면 그 녀석, M과 자주 떠들어대곤 했다.
이야기를 하던 와중, M은 자기가 영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게, "나오니까" 가끔 상태가 안 좋아져]라던가.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이
[문을 확실히 닫았는데 청소하는 사이에 열려있었어. 무서워..]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무서워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었으니,
M은 정말 영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M에게 물어봤다.
[지금까지 겪은 것 중에 가장 무서웠던 일이 뭐야?]
그랬더니 M은 [바로 요 얼마 전 이야기인데..]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M은 자동차를 좋아해서
혼자 자주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곤 한단다.
그날 역시 드라이브를 가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해안선은 지역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이었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긴 터였지만,
M은 아무래도 달리고 싶었는지, 차를 꺼냈다.
동반자 없이, 혼자 나서는 드라이브였다.
M은 혼자 드라이브하는 걸 특히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해안선은 심령 스폿으로도 유명하지만, 당시 유행하던 도로 경주가 자주 열릴 만큼
커브와 직선 코스가 적절히 섞인 좋은 드라이브 코스기도 했다.
다만, 어느 다리에서 새벽 2시가 되면
여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었다.
M은 귀신 이야기 따위는 잊은 채,
기분 좋게 해안선을 드라이브했다.
그리고 귀신이 나온다는 다리 바로 앞에 도착했을 때,
문득 귀신 이야기가 떠올라 시계를 봤다.
딱 2시였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딱 들었단다.
U턴을 하려 해도 중앙 분리대가 있는 데다,
갓길도 없어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M은 그대로 그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시선은 다리 너머로 고정하고,
절대 사이드미러와 백미러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애써 콧노래를 부르며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무척 기분 나쁜 분위기였지만, 어떻게든 건넜다.
어차피 이런 귀신 이야기는 헛소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며,
M은 드라이브를 마저 즐겼다.
해안선을 쫙 지나가며 만끽한 뒤,
M이 집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4시 무렵.
드라이브는 즐거웠지만,
조금 지친 탓에 M은 눈을 붙이기로 했다.
M의 방은 특이해서,
집 안에서 혼자 동떨어진 위치에 있다고 한다.
아파트 같은 입구에 현관도 있지만,
애당초 집 안 부지에 있다 보니 평소에는 문을 굳이 잠그지 않는다.
그런데 M이 이불 속에 들어가자,
갑자기 문고리가 철컥철컥하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족이라면 문이 열려 있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을 테고,
친구가 장난치러 왔다 쳐도 이미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다.
M은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라 그대로 굳어있었다.
그 와중에도 문고리는 계속 철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어쩔 도리도 없이,
M은 문고리를 지켜봤다.
갑자기 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서서히 문고리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M은 미친듯이 달려가 문고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반쯤 돌아간 문고리를 우격다짐으로 돌린 뒤, 문을 잠갔다.
M이 문고리에서 손을 떼자,
문고리는 다시 미친 듯이 철컥 철컥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M은 날이 밝을 때까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다고 한다.
[혹시 친구였을지도 모르잖아. 문에 달린 구멍으로 내다보지 그랬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M은 새파란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거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무서워서 내다볼 수도 없었다고. 그냥 짐작이지만,
밖을 내다봤으면 피투성이 여자가 있었을 거 같아서 도저히 내다볼 수가 없었어.]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