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이나 귀신의 존재를 일절 믿지 않고,
그저 흥미로만 괴담을 접해왔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의 말을 듣고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얼마 전, 최근에 올라온 괴담을 읽으려 할 때였습니다.
옆에서 저를 지켜보던 친구가 기겁을 하더니
[너 왜 이런 걸 읽어?]라고 묻더군요.
저는 [재밌잖아.]라고 답했지만
친구는 이게 흥미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질색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체험담을 들려줬어요.
친구는 평소에도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닙니다.
친구는 옛날 인천 구월동에 살았었는데,
2년 사이 인명사고만 세 번이 났던 곳이라고 합니다.
한 번은 원한관계에 인한 살인사건,
한 번은 어린아이의 교통사고, 한 번은 자살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자살 건의 경우는 친구가 초등학교 수업을 받던 중에 발생했는데,
쿵 소리가 수업 중에 들려와 다들 창밖을 볼 정도였다고 합니다.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들은 추락하는 현장을 목격했고요.
그런 아파트에서 살아서 그런지,
친구는 유달리 가위에 자주 눌렸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끔찍한 가위를 경험했다고 하더군요.
평소와 다름없이 잠에 들었는데,
귓가에 어린아이 소리 같은 게 자꾸 들려오더래요.
사촌동생인가 싶었지만 이 밤중에 찾아올 리도 없고,
와도 이런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친구는 무서워져서 그대로 밤을 새우다,
소리가 잦아들 때쯤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정말 이상하게
침대 옆 전신거울을 보고 싶어지더랍니다.
조심스레 본 거울에는 친구의 얼굴이 비쳤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어린아이의 손바닥 자국이 잔뜩 찍혀있었죠.
소름이 쫙 끼친 친구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문질러 손자국을 지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 후엔 가위도 눌리지 않고 잘 산다고 하더군요.
얼굴에 있는 손바닥 자국을 열심히 지웠다고 말할 때,
친구 표정은 정말 평소에 보기 힘든 겁에 질린 얼굴이었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