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 도깨비불

금산스님 작성일 19.11.05 09: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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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고향이자 할머니께서 아직 살고 계신 마을은,

산과 산 사이 협곡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협곡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외진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이 산속에 있다 보니 한여름도 꽤나 서늘한 곳입니다.

 


아버지께서 초등학생일 무렵의 여름이었답니다.

아버지와 친구분들은 산 너머에 있는 수박밭에서

수박을 한 통 서리해 오자고 작전을 짰답니다.

 


그렇게 밤중에 산을 넘기 시작했죠.

길을 가던 도중,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을 보셨다고 합니다.

논밭 옆에 도롱이를 입고 앉아있는 남자를 말입니다.

 


그 남자는 수그리고 앉아있던 데다 고개도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달빛이 환했지만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사람의 것이 아니라

무슨 짐승 노린내 같은 지독한 냄새가 풍기더랍니다.

 


뿐만 아니라 달빛에 비친 그 남자의 다리에는

털이 아주 무성하게 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수박밭 주인이 서리를 감시하는가 싶어,

친구들에게 돌아가자고 말을 꺼냈답니다.

 


그런데 먼저 가던 친구들은

그 누구도 그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버지는 분명히 봤는데 이상해서,

친구들과 같이 확인을 해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네요.

 


시간은 흘러 겨울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는 또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 합니다.

 


겨울이라 농사를 쉬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여

술도 마시고 고스톱도 치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막걸리가 떨어졌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아버지와 친구분께

아랫마을에 가서 술 좀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아랫마을에 가서 술을 받아오는 도중,

아버지와 친구분은 기묘한 것을 봤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수박 서리를 하기 위해 가던 길.

그것도 그 남자가 앉아있던 장소와 비슷한 장소에

이상한 불빛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때 아버지와 친구분은 느꼈다고 합니다.

분명 그 불빛이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겁에 질린 아버지와 친구분은

재빨리 집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빛은 계속

아버지와 친구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불빛이 3개가 되었다,

2개가 되었다, 4개가 되었다 하면서요.

 


아버지와 친구분은 급한 마음에 황급히 밭고랑에 숨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 불빛을 지켜보다가 불빛이 멈춘 틈을 타서

막걸리가 담긴 주전자를 내동댕이치고 미친 듯이 도망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보신 것은 도깨비가 아닐까요?

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진실이라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봤거든요..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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