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시골로 돌아가는 길에 겪은 일이다.
시골집까지는 차로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계속 운전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지치기 마련이라,
중간에 차를 멈추고 편의점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가볍게 체조를 하며 몸을 푼 뒤,
눈에 안약을 넣고 차를 마시려던 터였다.
동쪽에서 순례자가 걸어왔다.
여름에는 순례자가 늘어나는 법이니,
특별할 것 없는 평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람 모양의 짚 같은 걸 짊어지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 짐을 두고,
그 순례자는 편의점에 음료를 사러 들어갔다.
너무 뚫어지게 보는 것도 실례겠지만,
그 짚인형은 뭐랄까, 인형이라기보다는
사람을 짚으로 덮어둔 것 같은 묘한 섬뜩함이 있었다.
왜 인형을 업고 다니는 것인지 궁금한 나머지,
나는 계속 그 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침 편의점에서 나온 순례자가 내 시선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짐 속에 잔뜩 사 온 음료를 넣으며 말했다.
[왜 인형 같은 걸 메고 다니냐는 듯한 얼굴을 하고 계시군요.]
[아, 예. 순례하는 분들은 자주 보지만 인형을 짊어지고 다니시는 분은 처음 봐서요.]
[하하, 실은 이건 제 아내를 대신하는 것이랍니다.]
[아내분이라고 하신다면..?]
[아내는 작년 우울증이 심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생전에 아내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주지 못한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렇군요.. 갑작스러운 일을 당해서 많이 외로우셨겠습니다..]
그 남자는 사이타마에서 왔다고 말했다.
별것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시코쿠 이곳이 좋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이야기가 이어져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을까..
남자는 [슬슬 출발해야겠습니다.]라며
짐을 짊어지고 인형을 껴안았다.
나도 해가 떠 있는 사이에 시골집에 도착해야겠다 싶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저도 서쪽으로 가니, 인연이 닿으면 또 뵙지요. 몸조심하십시오.]
[아, 고맙습니다. 당신도 건강하세요.]
편의점 주차장에서 나와 백미러로 순례자를 바라보았다.
오른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는 모습을 보며,
아내분도 함께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그 순간, 조수석 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열렸다고는 해도 문은 닫힌 채 안전장치만 풀린 상태였지만..
그래도 혹시 열려 어디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바로 갓길에 차를 대고 팔을 뻗어 조수석 문 손잡이를 잡았다.
살짝 한숨을 내쉬고 운전석으로 돌아와 안전벨트를 매고,
오른쪽 사이드 미러, 왼쪽 사이드 미러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조수석 쪽 사이드 미러에 순간적으로 머리카락 같은 게 비쳤다.
어라?
나는 내심 움찔하며 사이드 미러를 다시 보았다.
저 멀리, 내가 멈춘 것을 알아차렸는지
순례자가 다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등 뒤,
업혀있는 인형의 오른손도 함께 흔들흔들..
겁에 질린 나는 전속력으로 액셀을 밟았다.
사이드 미러를 다시 돌아보는 게 두렵고 무서웠다.
시골에 도착한 뒤,
나는 할아버지에게 순례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하셨다.
[예전부터 사람의 형상을 한 것에는 사람의 영혼이 깃들기 쉽다고 한다.
그게 부인의 영혼인지, 누군지도 모를 영혼을 넣고 다니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야.]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가.. 무슨 만화나 영화도 아니고..]
[이런 바보 같은 녀석. 짚인형도 그렇고 전통인형도 그렇다니까?
사람의 형상을 한 건 안이하게 들고 다니면 안 되는거야.
그 사람은 부인을 생각했다지만, 주변에 꼭 아내만 있으라는 법이 있겠냐.]
결국 그 후 순례자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근처 절에도 그런 차림의 순례자가 왔었던 적은 없다고 한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