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장충동 대중 목욕탕 살인 사건
1985년대에 우리나라에 대중 목욕탕이 많았다.
집에 샤워 시설이 많이 없었던 터라 이 시기에 대중목욕탕은 지금의 주유소만큼이나 큰 사업거리였다.
주말이 되면 가족 단위의 인파가 물 밀듯이 밀려와 목욕탕은 인산인해였다.
보통 이 시기에 목욕탕은 아침 6시에 문을 열어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금요일 저녁 7시 반을 넘어 장충동에 위치한 대중 목욕탕 사장 K 씨는 손님도 다 나가고, 슬슬 문 닫을 준비를 했다.
마침 비가 억수 같이 쏟아져 손님도 별로 없던 터라 평상시보다 일찍 문을 닫으려는 순간, 손님 한 분이 터벅터벅 목욕탕 입구로 걸어왔다.
하루 평균 300mm 비가 쏟아지던 시기라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 여인이 K 씨 눈앞에 이르렀을 때 K 씨는 깜짝 놀랐다.
모습이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다.
빨간 우산에 빨간 코트 형태의 우의를 입고 있었다.
입술은 파르르 떨려 있었고, 감기 몸살에 걸린 사람처럼 몸을 바스르르 떨고 있었다.
“영업 안 하세요?”
“아..비도 많이 오고 이제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요?”
“죄송한데, 잠시 샤워 좀 하고 나올게요. 뜨거운 물에 잠깐만 몸을 담그고 싶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목욕탕 사장 K 씨는 너무 떠는 여자가 안쓰러워 그만 여자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럼 얼른 탕에 몸만 담그고 나오세요.
곧 문을 닫을 거니까, 얼른 씻고 나오세요”
고맙다는 말을 던진 이 여자는 바로 탕 속에 들어갔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8시가 넘자 K 씨는 약간의 조바심을 냈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미덕을 갖고 문 닫을 준비를 했다.
이 목욕탕에 청소와 때밀이를 하는 종업원은 일찍 퇴근한 상황이라 사장이 직접 청소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8시 반이 돼도 여자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이자 결국 K 씨는 여 탕 입구에 문을 두들겼다.
“손님 1시간이 다 돼가요. 이제 마무리 하시고 나오세요.
저도 청소하고 문 닫고 집에 가야지요”
몇 번의 노크와 말에도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사장의 손엔 땀이 서서히 났고, 문을 열지 말지 고민을 하며 다시 큰소리로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노크 소리는 더욱 크게 손에 힘을 주었지만 아무런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사장은 문을 열고 목욕탕 안을 들여다 봤다.
사장은 꿈을 꾼 듯한 느낌이었다고 훗날 회상했다.
탕 속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져 있었고, 여인은 두 눈을 부릅 뜬 채 사장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는 사장의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 돋게 만든다.
경찰 신고로 이 사건은 수사에 들어갔지만 끝내 해결되지 못했다.
목욕탕에는 사장과 이 여자 뿐이고, 여자의 사인은 날카로운 도구(회를 뜨는 칼 같은 물체)에 난도질 된 상태였다.
살해 도구는 찾질 못했고 xx인지 타살인지도 밝히지 못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목욕탕 사장은 아무런 살해 동기가 없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목욕탕을 운영했고, 가족과 단란하게 사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었다.
밀폐된 공간이기도 한 이 목욕탕에 이 여자는 무참하게 죽은 것이다.결국 사장은 목욕탕을 처리하고 지방으로 이사 간 것 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이건 작년에 내가 제대한 직후의 이야기다.
복학을 두달 앞둔 나는 학원 다니기가 귀찮아 백수마냥 놀고 있었다.
밤새 컴퓨터를 하다가 오후가 되면 밍기적 일어나서 티비를 보고 그러다가
해가지면 놀러나가고 한심일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전날 늦은시간 까지 술을 먹다가 뻗어 있다가 일어난 나는 숙취가 남았는지 머리가
울려서 잠은 깼지만 내방 침대에 누워 그냥 멍하니 있었다.
그런데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집은 빌라나 아파트가 아니라 상가주택같은 건물 이어서
1~4층은 사무실 이었고 5층은 우리집만 가정집 이었는데 건물구조가 천장이 높고 복도나 바닥재질이
대리석이어서 문 바로 앞쪽에 있는 내방이 있으면 3층에서부터 사람이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어린이날 이라서 사무실 사람들이 올라올리는 없고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이시간에 오실리가 없었다.
뚜벅뚜벅-
3층, 4층, 5층까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띵동-
"누구세요"
"택배 왔습니다. 택배"
아무 생각 없이 열려던 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택배를 집에서 받지 않는데 나는 요새 택배 주문한 적도 없고
며칠전에 인터넷에서 모자를 주문 한적이 있지만 그건 이미 와있고.
요즘 다들 그렇겠지만 우리집 인터폰엔 카메라가 달려있었다.
그런데 새로 단지 얼마 안된거라 화질이 꽤 좋았다.
정말로 택배회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자그마한 택배를 들고 서 있었다.
"이상하네
택배 올리가 없는데 잘못 찾아오신거 아니에요?"
그는 카메라쪽을 보더니 택배상자를 들어 보여주었다.
"..씨 댁 맞으시죠..? 여기 택배 왔습니다.
나오셔서 물건 수령하시고 사인해 주세요."
정말 내이름이 써있는 택배상자였다.
내가 주문하고 잊어버린게 있나..?
싶어서 그가 들어보인 택배상
자를 살펴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상하다 시퍼서 군대에 있을때나 인터넷에서 흉흉한 세상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러 쉽게 의심을 풀지 않았다.
"아저씨 제가 샤워하던 중이라 옷 좀 입을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한 후 안방으로 가서 창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건물 밖을 살펴 보았는데 근처에 택배트럭 같은건 없었다.
의심이 확신이 되었다..
이건 강도구나..
내가 이후에 어떻게 대처 했을지.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라.
욕하고 당신 강도인거 아니까 꺼지라고 ..?
자신이 진짜로 그상황에 처한다면 절대 그렇게 못한다.
게다가 우리집까지 아는놈한테 잘못했다간 언제라도 공격 받을 수 있는일이 아닌가..
그냥 조용히 돌려 보내는게 상책이다 라고 생각한 나는 한가지 거짓말을 했다.
"..라는 사람 며칠전에 이사 갔는데 잘못 찾아 오셨네요.."
"그럴리가 없는데.. 그사람 연락처나 주소 아시나요..?
아무튼 문 좀 열어보세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난감했던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그남자가 짜증난다는 듯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 저기요 바쁘니까 빨리 문부터 열어 보세요..
본인 아니시면 아니라고 여기에 서명 좀 해주실래요..?
"아무튼 저는 그런사람 모르니까 돌아가세요..
지금 좀 바쁘거든요."
그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휴.. 그럼 날도 더우니 5층까지 올라오느라 목이 마른데 물한잔만 주시겠어요..?"
이남자가 포기하고 돌아갈 기색을 안보이자 나는 좀 당황해서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아저씨 그냥 가세요.."
그러자 이 남자가 갑자기 현관 카메라 쪽으로 오더니 기분 나쁘게 웃는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이런말을 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 이었다.
"근데 있잖아요.
이택배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보고싶죠..?
제가 보여드릴게요..^^"
그러더니 허리춤에서 군용 나이프 같은 칼을 꺼내들어 택배상자 포장을 뜯더니 카메라 앞까지 그상자를 들이밀었다..
그냥 강도가 아니였다..
그남자 완전 제정신이 아닌 싸이코패스였다..
소름이 쫙 끼쳤다..
상자 안에는 칼로 난도질 한 고양이 시체가 들어 있었다.
넋을 잃고 다리가 후들거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리는 반쯤 잘려서 너덜너덜 해지고 눈알은 머리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23살에 군대까지 갔다온 내가 마치 어린아이에게 장난감을 보여주듯이
실실 웃으면서 그상자를 휘휘 흔들던 그남자는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이내 상자를 내려놓고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1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나는 그표정과 그 싸이코가 했던 말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고 잠이 오지 않는다..
"너 이새끼 똑똑한데..
너 오늘 운 좋았다..낄낄낄..
근데 나 니네집 주소랑 니이름이랑 전화번호 다 아는거 알지?
니 목소리도 알아.. 오늘은 그냥 봐줄게..조심해라 다음에 보자 ^^"
이대로 그냥 보내면 언젠간 다시 찾아 올것이다.
살해 당한다.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
으로 바지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에 손을 뻗어 끄집어 냈다.
수화기를 가슴에 대고 인터폰에 비친 그의
얼굴을 찍었다..
알다시피 요즘 핸드폰에 찰칵 소리가 나는데 나는 그소리를 들었을까봐 조마조마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 심장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기는 처음이다..
아무튼 나는 그의 얼굴을 찍는데 가까스로 성공하고 그남자는 유유히 내려가 버렸다..
가슴을 쓸어 내리고 주저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발소리가 4층에서 뚝 끊겼다.
그런데 4층에서 발소리가 끊겼다는 것은 그남자가 3층으로 내려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차마 문을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나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10분을 쳐다 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순간 가족들 생각이 들어 부모님께 전화해 수상한 사람이 복도에 서성이고 있으니 내가 괜찮다고 할때까지
절대로 오지 마시라고 말씀 드린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15분 쯤 지나 경찰이 도착했을때 나는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핸드폰으로 찍은 그남자 사진을 보여주었다.
경찰들은 건물 사무실이나 화장실에 아무도 없다고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내일부터 우리집쪽에 순찰을 강화하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언제 또 그놈이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순찰만 믿고 살겠는가..
경찰에게 좀 더 안심할 수 있게 신변보호를 해줄수 없겠느냐 물었더니
인력이 모자라 사건보고후 수사계로 넘어가 잠복근무를 하기전에는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경찰들에게 그럼 외갓집에라도 가있을테니 짐을 챙길때까지만
같이 있어 달라고 부탁한 후 부모님것과 내짐을 싸서 경찰차를 타고 근처 외갓집에 갔다.
그후에 부모닙께 외갓집으로 오시라고 한뒤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해 드리고 당분간 여기 있어야 할거같다고 설명 드렸다.
다음날 아침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라 그놈일까 두려웠지만 일단 받았다.
다행이도 그남자가 아니였고 전화한 사람은 강력계형사라고 했다.
강력계 수사로 넘어와서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출두하라고 했다.
경찰서에 가서 담당 형사님께 그날일을 설명해 드렸다.
그리고 나는 얼마전까지 군대에 있어서 잘 몰랐는데
작년에 우리동네에 강도살인사건이 있었는데 그때쓰였던 흉기도 군용칼이었다고 한다.
관련사건으로 예상되어 강력계 수사로 넘어 왔다고 했다.
어쨋든 얼굴사진이 확보 되었으니 조만간 잡힐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도 형사님 말대로 보름후에 범인이 잡혔다고 연락이 왔고 며칠후에 우리가족은 집으롣 돌아갈 수 있었다.
그일이 있은후 나는 절대로 택배상자나 우편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완전히 찢어서 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