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26세..

검은눈썹 작성일 06.07.31 23: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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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학교에 87년 신입생을 소개시켜줘서

어제 소개팅을 했습니다.

장소는, 강남역. 오후 6시에 뉴X제과 앞에서 친구넘이랑 푸릇푸릇한 아가씨를 기다렸습니다.

친구가 그러길 그 아가씨 지금 근처에서 쇼핑 하는중이라고 하더군요.

속으로 ' 귀여운것, 쇼핑도 하고..' 라고 생각했습니다.

5분여를 기다리자, 연갈색 웨이브 머리에, 분홍색 나시, 청 미니를 입은 쉑쉬한 아가씨가 다가

와 친구와 얘기를 나누더군요. 속으로 '친구야 사랑한다'를 100번 외쳤습니다.

솔직히 얼굴은 오크 였으나, 몸매는 상위권 이었기에, 나름 만족했었습니다.

일단 친구넘은 약속을 핑계로 사라지고 우리 둘은, 일단 저녁을 간단히 먹으러

잭키's키X 라는 곳에 갔습니다.

이제부터 반전이 시작됩니다.

그녀를 마주하고 앉아 얼굴을 보니, 몬가 모르는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얘가 성형을 해서 그런가..' 라는 생각도 잠시.

그녀의 두 눈에 시선이 고정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왼쪽눈이 사팔 이었던 겁니다!!

뭐, 그래도 거기 까지는 '양호' 했습니다. 속으로 친구욕 2번만 하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외모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건 안좋으니까요.. 좀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했습니다.

서빙 아가씨가 주문을 받으러 왔는데, 그녀가 메뉴를 정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서빙

아가씨를 돌려보내고, 같이 메뉴를 보면서 음식을 선정 하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습니다. '잠시만요..'

그러더니, 옆에 있는 냅킨으로 닦기 시작했습니다.

안구를.. ( 주 : 쉬운말로 눈깔 ㅡㅡ;)

그 사팔인 왼쪽 안구를 냅킨으로 닦는거였습니다다다다다다!!!

그때 전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뉴런에 쇼트가 일어나 순간 멍 해져 있었지요.

혼자 화장실 가서 닦는것도 아니고, 사람들 많은 레스토랑에서.. 안구를 닦다니;;

열심히 닦으면서 그러더군요. '이쪽 눈에는 진물이 많이 나와서..' ㅡㅡ

그녀는 안구 세척(?) 을 마치고 나서 저한테 물었습니다.

'비싼거 먹어도 되져? 이게 맛있어 보이는데..'

ㅡㅡ;; '비싼거 먹어도 되나요?'도 아니고..'비싼거 먹어도 되져?'

거절 했다가는, 제 안구 조차 세척 당해버릴까바 예스 했습니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고.. 한 반쯤 먹고 나서 그녀가 말했습니다.

'생각보다 맛이 없네요. 그만먹어요 우리..'

급식 대란으로 도시락도 못 싸가는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지금 이 시절..

단순이 맛이 '없단' 이유로 그만 먹겠다는 그녀.

그리고 한술 더 떠서 나도 못 먹게 만드는 그 한마디..' 그만먹어여 우리..'

거기서 더 먹는다고 했다가는, 아무거나 주는데로 막 먹는 돼지 취급 받을 분위기여서

그만 일어 났습니다.

'술 먹으러 가나요? ' 하길래, 바 에 가서 술한잔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바 로 가서 전 맥주 그녀는 역시 메뉴보고 헤메길래,

코스모폴리탄을 한잔 시켜줬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 모습은 귀엽고 풋풋한

느낌이 났습니다.

다시한번, 허락되지 않는 안구 세척이 감행되고..

그러다 갑자기..

'어? 내 핸드폰이 어디있지?'

그렇습니다.. 그녀는 핸드폰을 분실한 것이었습니다다다다!!!

그래서 그럼 술 그만 마시고 나가서 아까 저녁먹은데 가보자고 했더니..

절 물끄럼히 보더니..

'저 다리가 너무 아픈데.. 오빠가 갔다오면 안되여?'

하면서 다시 안구 세척을 감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경악한 전.. '그래, 갔다올게.. 기다리고 있어'

하고 뛰어서 갔더니, 다행이 핸폰은 가게에서 보관하고 있더군요.

다시 뛰어서 바 로 돌아왔습니다.

핸드폰의 귀환을 무사히 바라본 그녀... 이런말을 하더군요.

'근데, 오늘 친구 생일이라서 지금 가봐야 하는데, XX선배님이 말씀 안하셨나요?'

그순간.. 뇌세포에 균열이 가면서 아드레날린이 분출하였습니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았습니다. 친구 그넘의 친구 때문에, 안좋은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전화번호는 묻지도, 주지도 않았습니다.

5년만의 소개팅이 이럴줄이야..

아직도 나이트 가면 먹어준다고 생각하는 내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닥칠 줄이야..

정말 안구에 습기 찼으나, 그녀와 똑같은 인간 될까바, 세척은 하지 못했습니다. ㅡㅡ

그녀가.. 개념은 없었어도 좋으니..

공공장소에서 안구만.. 안구만... 그렇게 빡빡 닦아내지 않았어도...

앞으로 소개팅은 자제해야겠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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