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제 옆에 앉아 있던 두 여자분이 나누던 대화 ....
"... 나는 다 필요없어. 무조건 키 큰 남자면 돼."
"그치 그치? 얼굴 못생겨도 키 크면 커버 되잖아."
"그렇지. 아무리 잘생겨도 키 작으면 별 볼일 없어."
제가 가장 싫어했던 질문은..."키가 어떻게 되세요?" 입니다.
키...저는 170이 안됩니다. 남자로서는 아주 치명적이죠.
몇 해 전이었을 거에요.
군대를 제대하고 여자친구 하나 없이 방에서 데굴 데굴 구르는 동생이 안쓰러웠는지 형이
" 동생아. 형이 여자 후배 하나 소개 시켜 주까?"
"피~ 농담이라도 고맙다."
"아니... 진짜로."
"정말?"
"그래. 잠시만 있어봐."
형은 제 앞에서 전화기를 꺼내더니 어딘가로 막 전화를 했죠.
얼마 안있어 들리는 아리따운 여자분 목소리...
"선배~"
"응. 그래. 잘 지냈니?"
"그냥 그렇지뭐."
"야. 소개팅 한번 해볼 생각 없냐?"
"뭐? 진짜? 나야 고맙지."
뒤에 있는 저는 더 고마웠습니다. ㄴ( -_-)/
근데 ... 얼마 뒤..
"그 사람 키가 몇이야.?"
덜컹 (마음이 내려 앉는 소리 ) ...
'올게 왔구나.'
형은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그게... 170..쯤..."
"에이. 나 키 작은 남자 싫어. 선배 키 큰 사람 없어?"
"...."
어색하게 전화를 끊고 ... 멍하니 뒤에 서있는 제게 정말 정말 마음씨 고운 우리 형은
"얘. 이런 애인줄 몰랐네. 다신 안만나야지."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 또 다시 키에 좌절 했지요.
고등학교 시절 ...
서클 활동을 하면서 다른 여학교 학생들과 많은 교류를 나누곤 했는데
그 중에서도 K여고 H양과는 특별히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하얀 얼굴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그녀는 나랑 이야기 하고 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종종 말하곤 했습니다.
그녀의 학교 축제 날...
저는 그녀에게 고백 하리라 마음 먹고 장미꽃 한다발을 들고 찾아갔지요.
부푼 마음으로 그녀의 작품과 그녀를 찾던 저는 ...
그녀와의 거리 1미터를 남겨두고 저는 그녀와 그녀의 친구에 대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야. D고에 키작은 그애. 너한테 관심있나 보더라."
"걔? ... 그냥 친한거야. 미쳤니? 그런 난쟁이랑 사귀게."
... 멍하니... 서있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이 끝날 무렵...관심있게 지켜 보던 한 여학생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나랑... 만나주지 않을래?"
"... 미안."
"아. 남자친구 있니? 그럼 미안해. 난 없는-"
제 말을 끊으며....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 그건 아닌데... 나 키 작은 남자는 ... 별로..."
채팅을 할 때도...
"ㅎㅎㅎ 님 너무 재미있다. ... 여자 친구 있으세요?"
"ㅎㅎㅎ 아뇨 없는데..."
"그럼 전 어때요?"
"네? .... 아 저야...뭐..."
"근데 키가...."
"그게 ... 저....167이요."
- 상대방이 채팅방에서 퇴장하셨습니다. (-_-; )...-
얼른 그 분에게 쪽지를 보내어
"아... 제가 무슨 실수 한 거라도.... 아니면 급하신 일이라도.."
"키 작은 남자는 별루에요. 안녕~"
가장 잊혀지지 않는 치욕은 ... 어느 동호회 모임 때였습니다.
그때 까지 즐겁게 다들 술을 마시고 있다가 한 여자회원이 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요.
"내가 어제 소개팅을 했는데 ... 아니 글쎄 난쟁이 똥자루 만 한애가...나와서.. (중략)
뭐 믿고 그 키로 살았는지 궁금한거야. 재잘 재잘.."
여자 분들은 모두 동감하는지 꺄르르 웃었고...
앞에 남자 분들도 질세라 맞장구를 쳐주었지요.
저의 얼굴은 어느세 붉게 달아 올랐지만 허허 웃으며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때 ... 나름대로 친하다고 여겼던 여성 회원이 저를 보며
" 어... 저기도 있네."
사람들은 모두 꺄르르 웃었고... 쑥맥이었던 저는 아무 말 않고 머리만 긁고 있었지요.
그때 저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저보다 키 큰 여성 분이
제게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남자는 키가 좀 있어야 돼."
....
그 이후로 두번 다시 그 모임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런 고민을 여자분에게 털어 놓으면 거의 모든 분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키가 대수니? 난 키 작은 남자도 괜찮더라."
... 그러면서도 막상 사귀는 남자를 고를 때는 키를 걸고 넘어지죠.
"키가 작아도 유머 있고 잘생기고 돈 많으면...뭐..."
-_-;....
키 작은 남자분들 연애 한번하기 참 난감하죠?.
그래요. 키 크면 좋죠.
듬직하고 멋있고 옷입어도 맵시가 나고.... 좋죠.
요즘 연예인들도 모두 키가 훤칠하고 주위에 둘러 봐도 저 만큼 작은 사람은 잘 없죠.
그런데요.
여성분들. 키 작은 남자는 키 작고 싶어서 작은게 아닙니다.
경제력은 일 열심히 해서 돈 잘 벌면 되고 옷 센스는 많이 입어보면 되고
얼굴은 뜯어 고치면 되겠지만 이 키라는 놈은 어떻게 하려고 해도 안됩니다.
키높이 구두 들켰을 때 망신살 뻗친다는 건 망신 주셨던 여성분들이 잘 아시죠?
그래서 일까요?
한동안 사랑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참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제가 참 존경하는 한 형님이 이런말을 해주더군요.
"신은 공평하단다. 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언 가를 가지고 있어.
단지 그것이 무엇인지 너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 뿐이야."
저랑 비슷한 사연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 해보면 정말 멋진 매력을 가진 분들 많습니다.
화분의 꽃을 눕혀 놓아도 그 줄기와 잎은 태양이 있는 쪽으로 자란다고 하죠?
그 분들은 비록 키가 작지만 그래서 여자 한번 제대로 사귀지도 못했지만 그래서 일까요?
눈 만으로는 알 수 없는 매력을 모두 가지고 계시더군요.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 매력이 없으니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곳에 남들 보다 더 큰 매력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받은 수많은 상처들은 그들의 키를 변화시키지 못했을 지언정
그 숨겨진 매력들을 찬란한 보석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 단계도 안되지만...
이젠 알 수 있습니다. 키 작은 내가 가진 보석이 무엇인지...
비록 여전히 여자친구도 없고 아직도 한번씩 키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이제 더이상 좌절하지 않습니다.
저의 키는 작지만 제가 가진 마음의 키는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도 아직은 덜 다듬어졌지만
언젠가 제 마음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나만의 보석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결코!
키 큰 남자분을 좋아하는 여성분을 비난 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그 분들 만의 개인적인 취향을 비난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키 큰 남자를 좋아하되
키 작은 남자를 깔보는 세상은 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키 작으면 남자취급도 안하는 여자분들...
키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가늠하는 여자분들...
남자 키는 무조건 여자 키보다 커야 된다고 믿는 분들...
오로지 뒤꿈치 들고 키스하는 것만이 멋진 키스라고 생각하는 여자분들...
당신들은 늘 남자를 올려다 보는 것만 좋아하지요.
그래서인지 당신들 눈은 늘 위를 향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눈을 조금만 낮추면 ...
당신이 가진 눈만으로 이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린다면...
당신은 어쩌면 세상에서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는 난장이를 가진
백설 공주가 될런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키 작은 남자분들...
언젠가는 반드시 키 작은 당신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하는 그녀가 옵니다.
그 때 좌절 속에 핀 가시로 그 사람과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남기지 말고
희망 속에서 핀 꽃의 향기로 그 사람의 마음을 붙잡으세요.
우리의 화분은 넘어져 있지만
우리 마음 속 꽃은 지금도 태양을 향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마세요.
당신 스스로를 먼저 사랑할 수 있다면
과거의 상처 속에 묻힌 보석을 발견할 수 있을거에요.
힘내세요.
네이트에서 퍼왔네요~